죄는 알아도 고칠 도리가 없으니

Review|'천주정'(A Touch of Sin, 2013)

조윤정 | 기사승인 2022/02/26

죄는 알아도 고칠 도리가 없으니

Review|'천주정'(A Touch of Sin, 2013)

조윤정 | 입력 : 2022/02/26 [20:01]

[씨네리와인드|조윤정 리뷰어늘 그렇듯 대부분의 문제는 돈에서 기인한다. 매일 병든 닭처럼 졸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해도, 꽉꽉 들어찬 지하철에 화물처럼 스스로를 내던져도 하루아침에 가난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이라는 유행어가 어느새 사회를 대변하는 표현이 되었듯,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신세에 순응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꼭 도로에 잔뜩 널브러진 토마토처럼.

 

▲ <천주정> 영화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영화 속 이야기들은 액션, 느와르, 로맨스 등등 각기 다른 장르를 표방하고 있기에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전부 폭력 속에 노출된 하층민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에피소드에서 다음으로 넘어갈 때, 같은 공간속의 두 인물이 우연히 스쳐지나가며 주인공이 전환되는 연출은 영화의 주제와 걸맞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인물들은 모두 법의 사각지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속한 단체와, 국가의 체제는 그들을 보호 하긴커녕 오히려 방관한다. 살아가는 방식만 다를 뿐 같은 폭력 속에 노출되어있는 이들은 꼭 인간을 피해 그늘로 숨어든 시궁쥐 같아 보인다. 상처가진 자들의 분노가 시작된다는 캐치 프레이즈처럼 영화 속에서는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먹고살 길이 없어 분노를 품은 인물들은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영화 내내 칼과 총, 폭발 등의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지만 끔찍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느새 주인공에게 이입해 씁쓸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 <천주정> 영화 스틸 컷.     © 에스와이코마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 첫 번째 에피소드의 ‘따하이’가 시장을 죽인 뒤, 피로 덮여진 차 안에서 웃음을 짓는 모습이었다. 영화는 ‘따하이’가 촌장에게 배당금을 빼앗기고 억울해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에게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폭력에 대항했던 ‘따하이’의 모습은 영웅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경쾌한 총소리와 함께 피로 덮여진 차 안에서 웃고 있는 ‘따하이’ 의 웃음을 보면 씁쓸함이 느껴진다. ‘따하이’가 몸에 둘렀던 호랑이가 그려진 수건처럼 그는 영웅보다는 짐승에 더 가까운 행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짧은 웃음이 끝나면 남는 것은, 사람들을 살해한 하층민 노동자 ‘따하이’의 처량한 신세다. 결국 인간의 두겁을 벗고 짐승이 되어야만 부패한 시스템에 맞설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짐승이 되어도 시스템을 바꾸긴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마부는 죽었지만, ‘따하이’는 여전히 마차를 끌고 도로를 걸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익히 봐온 신문 뒤편 끄트막의 사람들 역시 그런 결말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 <천주정> 영화 스틸 컷     © 에스와이코마드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폭력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방식이다. 누군가는 폭력에 맞서 사람들을 죽이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 숨어 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체념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무력하고, 날것의 폭력에 노출된 가축들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영화에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었기에 사실 불만이 들었으나, 약자이면서도 더 약한 짐승을 해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면 권력에 맞서는 용기로 인해 신세가 바뀌고 권력의 윗 편으로 올라가는 통쾌한 결말은 이들에게 너무도 이상적이고, 또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 <천주정> 영화 스틸 컷     © 에스와이코마드

 

배경음악을 최소화 한 채, 롱 테이크를 자주 차용한 연출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것으로 전시하고, 이를 고발하려는 감독의 의도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들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고 소리 지른다. 하지만 비춰지는 것은 체제도, 권력도 아닌 민중들이 모습이다.죄를 물어야 할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이 영화가 중국에선 상영금지 됐다는 사실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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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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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2.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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