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약물·섹스 중독에 빠진 이들, 어떻게 구해냈을까

중독과 마주한 영화들 <벤 이즈 백> <스매쉬드> <셰임>

김준모 | 기사입력 2019/08/22 [11:01]

알코올·약물·섹스 중독에 빠진 이들, 어떻게 구해냈을까

중독과 마주한 영화들 <벤 이즈 백> <스매쉬드> <셰임>

김준모 | 입력 : 2019/08/22 [11:01]

▲ <스매쉬드> 스틸컷.     © Super Crispy Entertainme

 

중독(中毒)은 단어 그대로 독(毒) 가운데(中)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독은 한 개인에게 벗어나기 힘든 즐거움과 쾌락을 준다. 중독은 모래성과 같다. 마치 성 안의 왕처럼 세상 모든 행복을 다 가진 기분이지만 밖에서 바라본 개인은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진다. 이런 중독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정상적인 행동이나 기능을 할 수 없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사회의 구심력과 원동력은 약화된다. 

  

여기에 중독은 자신뿐만이 아닌 주변 사람에게도 퍼져나간다는 특징이 있다.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나 어둠이 있고 인내와 노력으로 이를 이겨내기 보다는 쾌락을 통한 회피를 선호하는 욕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 교사, 그가 술에 기대는 이유가 '가족'이라고?

 

영화 <스매쉬드>의 제목(Smashed)은 '술에 취하여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처럼, 주인공 케이트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여성 교사이다. 

  

도입부에서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매장을 방문한다.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알고 보니 술에 취한 상태에서 또 술을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것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남편 찰리(아론 폴)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그래서 케이트는 눈치 채지 못한다.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이고 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이다. 

 

▲ <스매쉬드> 스틸컷.     © Super Crispy Entertainment



전날 과음을 한 그녀는 직장에서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술에 취해 호기심으로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케이트는 알코올 중독자 모임 A.A.에 나가고 중독자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케이트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그 길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그녀의 가족에게 있다. 케이트에게 술은 불행한 가족사를 잊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 방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 역시 알코올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케이트는 어머니와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였기 때문에 고통과 아픔을 술에 의존하는 걸 당연시 여겨왔다. 그녀는 남편 역시 중독자 모임에 데리고 나가려고 하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친다. 하루하루 아내와 행복한 삶을 살아온 남편에게 금주란 자신은 물론 가족의 행복을 망가뜨리는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독은 삶의 방향성을 바꿔놓는다. 중독에 젖은 하루를 일상으로 여기며 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그릇된 욕심이라 생각한다. 

  

작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알코올 중독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케이트와 그 중독에 젖어있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서 비롯된다. 중독으로 인한 피해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 바로 가족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약물 중독 벤의 귀가, 가족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는

 

<벤 이즈 백>은 1년을 마무리하는 가장 큰 축제이자 가족과 함께하는 날인 크리스마스에 돌아온 약물 중독 아들과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갈등을 담고 있다. 

 

▲ <벤 이즈 백>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약물 중독으로 재활 센터에 있던 벤(루카스 헤지스)은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던 홀리 가족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별 것 아닌 말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온 아들을 반기는 홀리(줄리아 로버츠)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이 있다. 치료를 끝내지 않은 벤이 돌아온 이유가 크리스마스 전 전화통화에서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 한 마디였기 때문이다. 인사치레로 던진 한 마디는 불안한 상태인 벤을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고 돌아온 아들 때문에 가족들은 불안에 떨게 된다. 

  

약물과 연관된 조직들은 돌아온 벤을 찾기 시작하고 집에 잠입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무너뜨리고 반려견 폴스를 데려간다. 벤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홀리는 그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는 벤이 아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중독이란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다. 옆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야만 견뎌내고 나아갈 수 있다. 홀리를 비롯한 가족들은 언제 거칠고 이상증세를 보일지 모르는 벤에게 불안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가 약물중독을 이겨내고 자신을 겪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 <벤 이즈 백>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벤의 동생 아이비는 겉으로는 돌아온 오빠를 반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에서 찬송을 부를 때, 그 시선이 벤을 향할 때 진심으로 벤이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독은 혼자만이 아닌 함께할 때 이겨낼 수 있으며 자신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고 깨달을 때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인간이 이런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내면의 황폐함에 있다. 채워지지 않는 내면을 채우기 위해 무의미하고 스스로를 해치는 행위를 쾌락이란 이름으로 반복한다. 

  

섹스중독자의 이야기 다룬 영화 <셰임>

<셰임>은 한 섹스중독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뉴욕 여피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적인 위치와 부를 이룬 성공한 남자이다. 하지만 그는 하루 24시간 내내 포르노를 보고 자위를 하며 콜걸과 원나잇을 즐기는 섹스 중독에 사로 잡혀 있다. 이런 브랜든의 행동은 여자를 갈망하고 성적 욕구의 충족을 원하는 짐승 같은 욕망을 품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상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그는 서툰 모습을 보인다.  

 

▲ <셰임> 스틸컷.     © 백두대간



어색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던 브랜든은 막상 그녀와의 관계에서도 아무런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이후 콜걸을 불러 성욕을 해소하는 그의 모습은 브랜든의 섹스 중독이 사랑을 향한 갈망이 아니라 피폐한 자신의 내면을 감추기 위한 의존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그가 타인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않는 이유, 돈을 맺는 일회성 관계에 집중하고 자위와 야한 상상에 열을 내는 이유는 성공한 외면에 비해 내면이 텅 비어있기에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내면을 들킬까' 하는 공포 때문이다. 

  

이런 공포는 집착을 불러일으킨다. 관계를 맺고 나아갈 용기가 없는 내면, 그로 인한 공허함을 그는 오직 섹스라는 쾌락을 통해 채워나간다. 이런 집착을 보여주는 상반된 인물이 브랜든의 동생 씨씨(캐리 멀리건)이다. 브랜든과 반대로 씨씨는 관계에 집착한다. 타인이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며 타인의 존재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두 남매는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했고 결국 섹스와 관계에 중독되고 만다. 

▲ '셰임' 스틸컷.     © 백두대간



중독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다. 무너진 개인은 주변에도 고통을 주며 타인의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스매쉬드>의 케이트는 남편과 어머니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고 <벤 이즈 백>의 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에 약을 공급하며 평범한 누군가를 중독의 길로 떨어뜨렸다. <셰임>의 브랜든은 동생인 씨씨마저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그녀가 자살기도를 하게 만든다. 

  

세 작품은 공통된 방향으로 중독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조명한다.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변화가 그것이다. 중독은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 자체를 바꿔버린다. 그러하기에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겨내기 힘들다. 도움이 있더라도 자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독을 이겨낼 수 없다. 타인에 대한 의존은 또 다른 중독을 낳을 뿐이다. 망가진 자신을 바라보고 황폐한 내면을 채우는 건 오직 스스로의 용기뿐이란 걸 이 영화들은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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