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왜 짧은 머리의 소년이 되고자 했나

[프리뷰] '톰보이' / 5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5/12

소녀는 왜 짧은 머리의 소년이 되고자 했나

[프리뷰] '톰보이' / 5월 14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5/12 [13:31]

▲ '톰보이' 메인 포스터     ©(주)영화특별시 SMC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아트버스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흥행 이후 국내에서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에 대한 개봉 요구가 이어졌다. 이 작품은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상을 수상한 건 물론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이틴즈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 제7회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 등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이번 개봉은 팬들이 만들어낸 개봉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보다 더 섬세한 감정을 다룬다. 그 감정은 유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성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성경을 보면 선악을 알게 하면 열매인 선악과가 등장한다. 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는 이 선악과를 먹은 뒤 선과 악을 알게 되고 그들의 자손인 카인은 인류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다. 여기에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은 뒤 서로의 발가벗은 몸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 '톰보이' 스틸컷.     ©(주)블루라벨픽쳐스

 

남녀가 서로의 무리에 속하는데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는 어린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남자들이 노는 무리에 여자는 속하기 어렵고 여자가 노는 무리에 남자는 들어가기 힘들다. 그리고 부모 역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강조하고 아이들도 이를 따른다. 남자아이가 축구를 더 좋아하고 여자아이가 인형을 더 좋아하는 건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여자아이들이 축구보다 인형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다. 로레는 인형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는 10살 아이다. 그래서 로레는 방학 동안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 남자아이인 척 또래 친구들에게 접근한다. 친구들은 짧은 머리에 뛰어난 축구실력을 지니고 자신의 이름이 미카엘이라 말하는 로레를 당연히 남자아이라 여긴다. 심지어 로레는 미카엘이 되어 리사라는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

 

작품은 이런 로레의 성적인 정체성을 세 가지 장면을 통해 묘사한다. 첫 번째는 웃통을 벗은 모습이다. 로레는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면 웃통을 벗고 뛰는 걸 본다. 거울 앞에 선 로레는 웃통을 벗고 근육 포즈를 취해본다.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로레의 몸은 또래 남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로레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짧은 머리에 미소년 같은 외모, 깡마른 몸매는 소녀가 아닌 소년을 보는 듯하다.

 

화장실 거울은 상반신만을 비춘다. 로레가 뒤로 물러나지 않고서야 하반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거울 앞에서 아이는 로레가 아닌 미카엘이 된다. 부모가 없는 자리에서 아이는 미카엘이 될 수 있다. 프랑스어는 남녀를 구분하는 문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친구들이 그를 부르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부모 앞에서 아이는 로레란 여자아이가 되고 친구들 앞에서는 미카엘이란 남자아이가 된다.

 

▲ <톰보이> 스틸컷     ©(주) 영화특별시SMC

 

두 번째는 볼일을 보는 장면이다. 축구경기 중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풀에서 볼일을 본다. 하지만 로레는 그럴 수 없다. 바지를 벗는 순간 성별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을 때만 해도 로레와 남자아이들 사이에는 큰 차이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바지는 금기의 영역이다. 어린아이 일 때는 바지를 벗는 걸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건 물론 성기를 보이는 행위가 지닌 수치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레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성숙해졌음을 보인다. 로레의 성숙은 남들보다 더 먼저 사회적인 금기와 마주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성정체성에 대해 먼저 알게 됐으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남을 속여야만 하는 위험을 자각하게 된다. 비록 그것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다소 유치한 영역의 욕망일지라도 부모의 영역에 머무르는 금기와 달리 사회와 맞닿게 된 것이 로레의 욕망이다.

 

▲ <톰보이> 스틸컷     ©(주) 영화특별시SMC

 

세 번째는 남자아이와 싸우는 장면이다. 로레는 사랑하는 여동생 잔을 무리에 데려간다. 다른 무리들은 귀여운 잔을 잘 대해주지만 한 아이는 잔이 귀찮게 달라붙는다며 밀친다. 이에 화가 난 로레는 그 남자아이와 싸우게 된다. 다소 거칠게 표현되는 이 장면이 생각의 전환을 보여주는 이유는 어쩌면 로레가 미카엘이 된 이유가 개인의 욕망에서만 비롯된 게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잔은 친구들에게 로레가 이사 오기 전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자신을 가장 좋아하며 지켜주었다 말한다. 로레에게는 남자 형제가 없다. 때문에 여동생이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지켜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또 부모는 그들 자매가 당하는 폭력 앞에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로레는 개인의 성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남자아이가 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톰보이’는 유년시절 성과 관련된 역할과 정체성 문제를 아픈 성장통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한다.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각자의 세계에서 어울리게 된다. 로레는 미카엘이 되어 또 다른 세계에 들어가길 원했고 아이의 이런 마음은 사회가 지닌 정체성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작품은 아이의 심리는 섬세하게, 그 세계는 다소 거칠고 폭력적이게 담아내면서 로레 그리고 미카엘의 세계를 그려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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