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프랑세즈: 아름다운 만큼 아릿한, 포화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기억

“음악은 항상 그에게로 데려다 준다.”

정혜린 | 기사승인 2020/05/19 [13:26]

스윗 프랑세즈: 아름다운 만큼 아릿한, 포화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기억

“음악은 항상 그에게로 데려다 준다.”

정혜린 | 입력 : 2020/05/19 [13:26]

[씨네리와인드|정혜린 리뷰어]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 프랑스 뷔시에 독일군이 들이닥친다. 독일군은 뷔시 주민들에게 프랑스를 독일이 점령했음을 알리며 주민들의 집에 독일군을 머물게 해 줄 것을 지시한다. 주민들은 두려운 눈으로 자신들의 평화를 깨트리러 온 이방인들을 경계하지만, 그들의 위압에 눌려 자신들의 집을 내주게 된다.

 

주민 중 하나인 루실은 남편을 전쟁으로 떠나보내고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다. 남편과의 세 번째 만남에 결혼식을 올린 루실에게는 남편과도, 시어머니와도 익숙해질 시간이 없었다. 그 탓에 루실에게 시어머니는 불편하고도 어려운 존재이다. 남편의 생사여부는 알지도 못한 채 시어머니의 시중을 들며, 좋아하던 음악도 포기하고 사는 인생은 퍽퍽하기만 하다. 시어머니의 존재만으로도 벅찬 대저택의 삶에, 설상가상으로 독일 장교 브루노까지 머물게 되면서 루실에게 집은 더 이상 휴식의 공간이 되어주지 못한다.

 

독일군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뷔시 주민들은 점점 경계심보다는 증오의 눈빛으로 독일군을 대한다. 독일군은 점령한 것이 프랑스가 아니라 주민들인 것처럼 굴었고, 그들의 시선에 든다는 것은 뷔시 주민들에게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의 지휘관인 브루노는 자신보다도 더 집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피아노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부탁 외에는 어떠한 부탁도 하지 않았고 또 꽤나 정중한 태도로 루실을 대하고 있었다.

 

▲ 영화'스윗 프랑세즈'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밤마다 그의 방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 루실은 그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음악이 브루노를 향한 사랑으로 자신을 이끌 줄 루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포화가 터지듯, 예상치 못한 찰나의 순간에 사랑은 무섭고도 무겁게 다가왔다. 자신과 가장 정반대 편에 서있는 사람이지만 그 거리가 무색하게 두 사람은 닮아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현실이라는 벽이 있었다. 그들이 결코 잊히지 못할 사랑을 하고 있다한들, 브루노는 독일군 장교였고 루실은 그들이 점령한 국가의 국민이었다. 결국 루실과 브루노는 현실을 위한 선택을 한다.

스윗 프랑세즈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짓밟아야만 했던 전쟁의 잔혹함 속에 피어났을 가련한 사랑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서 엿볼 수 있는 아픔들. 그들의 발버둥이 우리에게 결코 낯선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루실과 브루노의 상황에 더 몰입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쟁을 역사로써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상황이 내심 부럽기도 하다.

영화는 결코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다. 죽어서도 잊히지 못할 애틋한 사랑을 담은 전쟁영화이다. 피가 낭자하거나 포탄이 한 컷에 수십 발씩 터져대는 그런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먹고 먹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전쟁 속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그려낸 전쟁영화이다. 직접적으로 전쟁의 잔인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잔인하다는 걸, 감독은 루실과 브루노의 상황을 들어 영리하게 풀어냈다.

단 한 번도 사랑한단 말을 꺼내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다. 브루노는 스윗 프랑세즈라는 자작곡 악보를 루실에게 남김으로써 사랑한단 말을 대신했다.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자신이 겪은 나치의 프랑스 점령 당시 상황을 스윗 프랑세즈라는 원고로 전하고자 했다. 스윗 프랑세즈. 이 단어는 곧 사랑이자 현실이다. 미완성으로 남은 원작 소설처럼, 그들의 사랑도 미완성이 되었지만 미완성은 늘 완성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루실과 브루노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의 기억은 관객의 마음속에 짙게 남아 여러 함의를 남길 것이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정혜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도배방지 이미지

스윗프랑세즈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