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마법의 레시피

[프리뷰]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 6월 24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22 [17:13]

다양성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마법의 레시피

[프리뷰]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 6월 24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22 [17:13]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요리에는 신기한 힘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고민과 걱정이 싹 가신다. 요리로 세계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여기, 가족의 평화를 지켜야 될 소년이 있다. 아브라함, 이브라힘, 에이브라함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스스로 에이브가 가장 좋다는 이 소년은 가족의 화합 식탁 위에서 실현시키고자 한다.

 

에이브는 요리를 사랑하는 소년이지만 식사 자리는 항상 불편하다. 바로 가족이 처한 문제 때문이다. 친가는 팔레스타인계 무슬림이다. 그리고 외가는 이스라엘계 유대인이다. 이 설정만 봐도 식사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빤히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악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대인이 예루살렘에 자신들의 왕국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쫓겨나게 됐다.

 

때문에 식사 자리에서는 정치와 역사 그리고 종교 문제로 매번 다툼이 일어난다. 그 다툼은 에이브에게도 향한다. 친가에서는 에이브가 라마단 의식에 참여하길 원하고 외가에서는 유대교 성년 의식은 바르 미츠바를 하길 원한다. 마음 착한 에이브는 양쪽 다 만족시키길 원하지만 어느 한쪽을 따르면 반대편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무신론자인 부모는 에이브가 아무것도 하지 않길 원한다.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이런 복잡한 가족사에 대한 설정은 감독 페르난도 그레스테인 안드레이드의 자전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는 30년대 유럽을 탈출한 유대인의 손자이자, 브라질에서 온 카톨릭 이민자이고, 엄마의 재혼으로 핀란드계와 이탈리아계 누나를 두었다. 때문에 감독은 청소년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아웃사이더로 살아와야 했다고 말한다. 이런 고민은 에이브란 캐릭터를 만드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에이브의 문제는 누군가의 편을 들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라마단을 따라 금식을 하는 그는 같이 바르 미츠바 의식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외할아버지는 이스라엘을 떠나온 이유에 대해 자기의 자식들에게는 전쟁과 다툼이란 상황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신들은 무교에 정치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저 이 갈등을 억제시키려고만 한다.

 

에이브는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음식을 통해 가족을 하나로 만들고자 한다. 여기서 또 다른 다양성이 등장한다. 에이브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셰프가 브라질 출신의 치코라는 점이다. 치코는 자유주방을 통해 요리를 배우고 싶은 이들은 누구나 와서 배울 수 있게 공간을 허락한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에이브의 경우 노동법에 걸리기 때문에 꺼려한다. 에이브는 자신의 가족사를 고백하며 끈질지게 치코를 따라다닌다.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에이브가 사는 곳이 브루클린이라는 점과, 치코가 요리를 가르치는 장소가 뉴욕이란 점은 공간을 통해 이민과 조화의 역사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브루클린은 세계 곳곳의 이민자들이 모인 도시다. 때문에 문화적인 충돌을 겪으며 2세대에게는 방황과 정체성의 문제를 안기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브루클린의 문제를 에이브는 겪고 있다. 에이브의 식탁은 브루클린이란 도시의 축소판과 같다.

 

반면 뉴욕은 이런 다양성을 지닌 이들이 하나로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흔히 뉴욕을 낭만과 행복의 도시로 그리는 이유도 이런 점에 있다. 에이브는 뉴욕에서 다양성이 하나로 융합되는 조화를 익힌다. 작품은 에이브의 식탁이 브루클린에서 점점 뉴욕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려내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다양성이 지닌 가치는 조화를 이룰 때 진정으로 빛난다. 모든 가치와 의견은 다양성이란 이유로 존중받을 수 없다. 인류는 사랑과 평화를 실천해야 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는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으로 빛날 수 있다. 에이브의 레시피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우주를 담았다. 이 우주가 식탁에 펼쳐지는 순간 마법과도 같은 힘을 이끌어 낸다.

 

에이브가 퓨전 요리를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재료와 레시피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는 비법을 알아내고자 한다. 영화는 이 비법이 존중과 배려, 사랑이란 걸 일깨워준다. 최근 사회는 갈등과 편견,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나와 다른 남을 배척하며 사상과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편을 가르고자 한다. 작품은 하나의 식탁을 장식하는 갖가지 요리처럼 다양성이 지닌 조화의 ‘맛’을 선사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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