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문드러진 ‘욕창’과 같은 가족의 이면

[프리뷰] '욕창' / 7월 2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6/23 [17:07]

썩어문드러진 ‘욕창’과 같은 가족의 이면

[프리뷰] '욕창' / 7월 2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0/06/23 [17:07]

▲ '욕창' 포스터     ©필름다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

 

영화는 가족 사이의 갈등을 이 한 줄의 문장으로 완성시킨다. 욕창은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져 피부와 그 밑에 있는 조직이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시작은 피부가 벗겨지는 조그만 상처로 시작되지만 금방 깊숙하게 썩어 들어가는 상태에 돌입하면 심할 경우 뼈가 노출되고 조직 괴사가 퍼진다. 가족은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형태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럴수록 욕창은 더 깊어진다.

 

창식은 퇴직 공무원으로 한옥 형태의 집에서 말년을 보낸다. 남들처럼 아내와 함께 유유자적 남은 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아내 길순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들 삶에는 간병인 수옥이 들어온다. 창식은 수옥과의 생활에 만족한다. 젊은 수옥에 이성적으로 끌리며 남몰래 마음을 품는다. 그런 창식의 마음은 길순의 몸에 욕창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느 순간 나타난 욕창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다.

 

▲ '욕창' 스틸컷  © 필름다빈

 

길순의 몸에 욕창이 생기면서 딸 지수는 집에 오는 날이 늘어난다. 지수는 수옥을 완전히 믿을 순 없지만 일에 불만이 없고 집에서 물건을 훔쳐가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기에 믿고 맡긴다. 하지만 창식이 수옥에게 마음을 품고 있음을 어렴풋이 눈치 챈다. 길순이 욕창으로 집에 찾아온 날, 창식은 아내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수옥이 차린 밥을 자랑한다. 하지만 지수는 아버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지수의 가정 역시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 우재와 딸 미라는 하나의 가족으로 합쳐지기 힘든 모습을 보인다. 어느 가족이나 문제가 있고 아물지 않는 염증이 있다. 지수는 그저 이대로라도 창식과 수옥, 길순의 관계가 유지되길 바란다. 하지만 욕창은 가만히 두면 둘수록 번져 나간다. 창식의 욕망은 수옥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 계획이 여의치 않자 그는 순옥을 쫓아내려고 한다.

 

▲ '욕창' 스틸컷  © 필름다빈

 

우리는 가끔 살면서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족 사이의 문제는 우리가 곤란할 때, 마치 폭죽처럼 연달아 터진다. 최악의 순간 도움이 되고 지탱해 줘야 할 가족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나름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 속 가족의 문제 역시 그들 사이의 욕망이 어설프게 억제되고 있었을 뿐, 없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다.

 

길순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창식은 외로움에 빠졌고 수옥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싹싹함이 있다. 길순의 존재는 창식에게 족쇄가 되지 못한다. 창식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에 있는 둘째 아들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물려줬다. 과일 장사를 하는 첫째 아들과 달리 대학에 갔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자식들은 창식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이기적이고 자기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 '욕창' 스틸컷  © 필름다빈

 

창식이 수옥에게 품은 욕망, 첫째 문수의 열등감과 분노, 자신이 꾸린 가정과 태어난 가정 양쪽의 문제를 달고 살아가는 지수는 언제 충돌하고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였다. 다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다. 욕창처럼 깊게 파고들어 썩어 문드러진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들이 뒤늦게 문제를 바라봤을 땐 이미 퍼질 만큼 퍼져서 낫기 힘든 단계에 이른다. 마치 길순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처럼.

 

‘욕창’은 가족의 세월을 담아내며 쓸쓸하고도 비참한 기분을 선사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은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자식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봉합하지 못한 문제를 둔 채 자신의 가정에서 새로운 문제와 직면한다. 그리고 부모는 혼자 이 문제를 감당하기에 너무나 늙고 병들어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는 가족이라는 말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족의 관계와 슬픔을 조명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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