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사슬에 묶인 사람들

[서평] 에이드리언 매킨티, '더 체인'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8/17

끊을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사슬에 묶인 사람들

[서평] 에이드리언 매킨티, '더 체인'

김준모 | 입력 : 2020/08/17 [17:16]

▲ '더 체인' 표지  © 아르테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인간은 두 가지 점에서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유년시절이 길다는 점이다. 인간은 온전한 성인이 되기까지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유년시절이 긴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두 번째는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회성의 증거는 사교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갇힌 척이 배구공에 윌슨이란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나눈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

 

'더 체인'은 이런 인간의 약점을 노려 사슬로 엮는 범죄를 다룬 이야기다. 인간의 긴 유년기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끔찍할 만큼 사랑하게 만든다. 자연은 모든 생명체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인간이 자식에게 보이는 극진한 애정도 이에 해당한다. 레이첼은 완벽한 남편 마티와 이혼한 후 딸 카일리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다. 레이철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그녀의 입을 빌려 마티를 완벽한 남편이라 말한다.

 

하버드대 학생에 변호사, 큰 키에 배우처럼 잘생긴 외모를 지닌 마티는 누가 봐도 완벽한 남자일 것이다. 하지만 작품이 이런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레이철의 현재가 처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택시운전 일을 하다 따놓은 학위로 겨우 강사 자리를 얻는다. 그런데 암에 걸려 몸이 말이 아니다. 그녀는 망가진 몸과 입에 겨우 풀칠을 하는 지금의 자신을 보며 마티가 떠나간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그녀 앞에 또 다른 불행이 닥쳐온다. 카일리가 납치를 당한 것이다. 불행은 한 순간 다가와 모든 걸 앗아간다. 무너진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납치를 일삼는 조직 체인은 이런 점을 이용한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강한 사랑, 무너진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여기에 더해진 게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은 사회성이다.

 

그들이 체인(사슬)’을 형성하는 방법은 이렇다. 한 아이를 납치한다. 그 아이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으로 요구한 금액을 결제한 후 다른 아이를 납치해야 한다. 그리고 납치한 아이의 부모가 다른 아이를 납치하고 나서야 자신의 아이는 풀려날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체인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범죄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체인에 가담한 부모들은 그들의 범죄사실이 드러날까봐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여기에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를 납치했다는 죄책감은 이겨내기 힘든 고통을 수반한다. 이런 고통을 통해 조직은 유지된다. 아이를 고를 때는 조건이 있다. 경찰이나 변호사, 판사 등 법과 관련된 이들이 없는 가정일 것, 아이가 알레르기 증상이 없을 것 등등이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나. 답은 SNS.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정보를 SNS에 게재한다.

 

시간 또는 분 단위로 일상을 올리는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레이철은 SNS를 통해 범죄대상을 모색한다. 이때 그녀의 마음은 죄책감으로 가득하다. 좋은 어머니가 되지 못했다는, 그래서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슬픔에 빠진다. 그 슬픔을 같이 할 대상은 마티의 형 피트다. 한때 군인이었던 피트는 불명예제대와 약물중독이란 힘겨운 현실에 맞닿아 있다. 그는 사랑하는 조카 카일리를 위해 범죄에 가담한다.

 

체인의 무서운 점은 한 번 범죄에 가담하면 그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작품은 1부와 2부로 나눠 그 공포를 보여준다. 1부는 카일리의 납치 사건을 직선적으로 보여주며 긴박함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쉴 틈을 주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장르로 치자면 스릴러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반면 2부는 신경을 자극하는 심리공포를 선보인다. 1부가 피부로 느껴지는 긴장이라면 2부는 머리가 알아채는 두려움이다.

 

레이철은 체인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체인은 일종의 커뮤니티다. 범죄를 위해 구성되었으며, 두려움을 통해 조직을 유지한다. 때문에 2부는 어떻게 체인이 만들어졌는지, 체인을 만든 이들은 누구이기에 이런 끔찍한 방법을 고안해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2부를 통해 작품은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균형 있게 조합한다.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구성적으로 허술함을 보여주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이 작품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유니버설 픽쳐스는 인비저블맨’ ‘할로윈등을 통해 여성 서사에 중점을 둔 공포 스릴러 영화를 제작해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이 작품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여성의 심리가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소설 속 긴장감 넘치는 묘사가 어떻게 스크린에 표현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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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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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8.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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