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습이 아닌 계승,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

영화 '이민자(A better life)'와 '자전거 도둑' 비교

김세은 | 기사승인 2020/08/24

답습이 아닌 계승,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

영화 '이민자(A better life)'와 '자전거 도둑' 비교

김세은 | 입력 : 2020/08/24 [10:44]

 

▲ 영화 '이민자' 포스터. ⓒ판씨네마㈜ 

 

[씨네리와인드|김세은 리뷰어]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영화 '자전거 도둑'과 '이민자'는 여러 모로 굉장히 비슷한 플롯과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영화가 내포하는바 또한 유사했다. 시대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비통했다.

 

▲ 영화 '자전거 도둑' 스틸컷.  ⓒ유신키네마사

 

먼저 '자전거 도둑'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 사이로 한 남자가 오랜 기다림 끝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전단지를 붙이는 일자리였기에 반드시 자전거가 필요했고, 그는 이불보를 중고 시장에 팔아넘기면서까지 담보로 맡겼던 자신의 자전거를 되찾는다. 자전거를 얻어 들뜬 마음으로 일을 하던 도중 한 청년이 그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난다. 그는 그의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찾아 나서고 결국 찾지 못하자 절박한 마음에 다른 사람의 자전거를 훔치려 한다. 그러나 금세 잡히고 말았으며 비참한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 영화 '이민자' 스틸컷. ⓒ㈜판시네마  

 

'이민자' 또한 비슷한 플롯을 지니고 있으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카를로스는 미국 중산층의 정원을 관리하는 블라스코와 함께 일을 하며 생활고를 견디고 있다. 블라스코는 그에게 자신의 트럭을 살 것을 제안했고 카를로스는 고민하다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돈을 빌려 야심차게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그는 그가 외롭게 일자리를 구할 때 옆에서 빵을 나누어 주었던 한 남자를 기억하고 그를 믿어 함께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카를로스가 나무에 올라간 틈을 타 트럭을 가지고 도주하고 만다. 카를로스는 아들 루이스와 함께 트럭을 찾아 나섰지만 이미 트럭을 팔아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트럭을 되찾기 위해 기어코 그것을 훔치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도 금방 경찰에 적발되고 말았으며 카를로스는 결국 아들 루이스를 미국에 남겨둔 채 멕시코로 추방당한다.

 

▲ 영화 '자전거 도둑' 스틸컷.  ⓒ유신키네마사

 

▲ 영화 '이민자' 스틸컷. ⓒ㈜판시네마   


두 영화의 플롯의 굵직한 부분은 상당히 유사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도둑맞은 자전거와 트럭을 찾는다는 점, 표현력이 부족한 아버지와 서로 상처를 주고 다시 회복하는 점, 결국엔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또 이 과정에서 두 영화는 궁극적으로 어떤 악한도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나쁜 체제만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구체적인 원인을 설명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각 개인의 삶에 미치는 사회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두 영화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도 존재한다.

 

도둑맞은 물건을 찾는 과정의 비중에서 차이가 있다. '자전거 도둑'은 스토리 진행의 절반 이상이 자전거를 되찾는 과정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민자'는 트럭을 찾는 과정이 스토리 진행의 일부로서 존재한다. 그럼으로써 '이민자'는 주변 이들의 모습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영화 '이민자' 스틸컷.  © ㈜판시네마

 

'자전거 도둑'또한 자전거를 훔쳐간 청년의 삶, 그 청년과 연관이 있는 노인 등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들의 서사보다는 주인공과 그 아들의 모습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에 '이민자'는 주인공 카를로스와 루이스 외에도 트럭을 훔쳐간 사람이나, 루이스의 친구들과 같이 다른 이민자에게도 서사를 부여해 공감을 이끌어내고 전체적인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트럭을 훔쳐간 이가 명백하게 범죄를 저질렀으며 타인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트럭을 훔치고도 원래 일하고 있었던 식당에서의 잡일을 이어갔으며 여전히 생활고를 견뎌내고 있는 처지였다. 그가 지내고 있었던 곳 또한 난민들이 모여 사는 닭장과 같은 아파트였으며, 그곳에서 그와 함께 지냈던 이들이 생각하는 그의 온정 있는 모습도 비춘다. 뿐만 아니라 루이스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주변 인물들은 이민자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미국 사회의 차별적인 제도와 압제에 의해 스스로 갱이 된 자들이다.

 

▲ 영화 '이민자' 스틸컷. ⓒ㈜판시네마   

 

'이민자'가 더 공감을 일으키는 데에는 주인공의 성격 차이도 영향이 크다. '자전거 도둑'의 주인공은 권위주의적 아버지로서 자존심이 강하며 욱하는 성질을 가졌다. 이 때문에 자전거를 찾을 기회를 여러 번 놓치기도 하며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뒷배경에는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가족에게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 미안함을 느낀다.

 

'이민자'의 아버지 카를로스는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은 하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외면하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또한 표현력이 부족해 루이스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아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따뜻한 아버지이다. 이렇게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민자'의 주인공이 더 감정적으로 호소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탈리아 영화를 대표한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만약 본인이 '자전거 도둑'을 연출했다면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이, 자전거에 대해서 덜 말했을 거라고 한다. '이민자'가 바로 '자전거 도둑'을 그러한 방식으로 연출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민자'는 '자전거 도둑'보다 좀 더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주변인들의 비도덕적 행동에 대한 윤리적 판단보다는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사회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이민자'는 사람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사유하게 만들며 감동하고 분노하도록 하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세은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seeun5383@naver.com

Read More

  • Posted 2020.08.24 [10:44]
  • 도배방지 이미지

이민자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