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꿈을 간직한 사랑이 남아있다

[프리뷰] '리메인' / 8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8/24

여기, 꿈을 간직한 사랑이 남아있다

[프리뷰] '리메인' / 8월 27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08/24 [14:20]

▲ '리메인'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최근 다양성영화계는 여풍이라 할 만큼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 ‘벌새의 김보라 감독을 비롯해 최근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69의 임선애 감독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리메인의 김민경 감독도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리메인은 세 남녀가 품은 꿈을 향한 욕망을 사랑의 형태로 풀어내며 근래 충무로에서 보기 힘든 정통 로맨스를 선보인다.

 

수연과 세혁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부부다. 세혁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수연은 여전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10년째 아이가 없다. 아이가 갖고 싶은 수연은 세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만, 일에 매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거부감을 느낀다. 남편의 일 때문에 서울을 떠나 부산으로 온 수연은 지금의 상황이 공허하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공터에서 무용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과거 무용을 했던 그녀의 마음에는 아직도 그때의 열정이 남아있다. 어쩌면 수연이 무용으로 치료 봉사를 하는 강사직을 수락한 건 적막한 서울 생활 때문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라졌다 여겼던 마음 속 춤을 향한 열정이 아직 남아있던 게 수연과 준희의 만남을 이끈다. 수연은 준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 '리메인'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그 이끌림의 정체는 갈증이다. 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된 준희는 꿈을 향한 열정을 수연을 통해 불태운다. 더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 여겼던 그에게 수연의 존재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수연과 준희에게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연은 결혼으로, 준희는 사고로 인해 무용수라는 꿈을 접게 된다.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통해 꿈을 실현한 순간 그 열정은 사랑이란 감정으로 형태를 만들어낸다.

 

영화에서의 이런 감정의 형태는 춤을 통해 표현된다. 도입부의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는 춤 장면은 수연과 세혁, 준희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수연과 준희의 공연장면은 강한 힘과 열정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의 욕망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수연은 춤을 향한 준희의 열정을, 준희는 사랑을 채우고 싶은 수연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 이런 두 사람의 금지된 사랑은 춤을 만나 강렬하게 스크린을 채운다.

 

수연과 준희의 꿈이 서로의 만남을 통해 채워진다면, 세혁은 수연과 함께 꿈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입장을 알기에 입양을 준비한다. 하지만 수연이 혼자 산부인과를 찾아갔듯, 이들 부부는 서로의 마음을 상대에게 알리지 않는다. 혹시 받을 수 있는 상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함께 나아가야 할 부부의 마음을 가로막는 것이다. 때문에 수연은 준희에게 마음을 품고, 세혁은 홀로 미래를 그린다.

 

▲ '리메인'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세혁의 감정은 은유적인 장면을 통해 그 심리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건설현장에 간 세혁은 밧줄 하나에 매달려 벽을 칠하는 인부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 아슬아슬한 장면은 그들 부부의 관계를 의미한다. 두 번째 건설현장 장면에서 건설자재가 아래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장면은 부부 관계가 위기에 몰렸음을 말한다. 세혁의 차에 흠집이 간 장면에서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되었음을 말하고, 말라버린 식물에 물을 부으며 울음을 참는 세혁의 모습은 돌이키고 싶지만 돌이키기 힘든 그들 부부의 모습을 의미한다.

 

이런 장면을 통해 세혁과 수연 사이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도, 세혁이 수현의 일을 조금씩 알게 되는 서스펜스의 과정이 없어도 무너져 가는 관계를 긴장감 넘치게 표현한다. 섬세한 연출이 대사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섬세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장면은 비 오는 날 수연이 준휘를 보는 장면이다. 갑작스런 비로 인해 준희는 꼼짝도 못하고 센터 문 앞에 서 있는다.

 

▲ '리메인'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이 모습을 본 수연은 준희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의점으로 뛰어가 우산을 산다. 이 장면에서 비를 맞은 수연의 모습은 준희를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자세(그것이 세혁과의 이별이 될 지라도)를 보여준다. 수연이 씌워준 우산 아래 준희는 그녀의 보호가 필요한 캐릭터의 모습과 함께 앞으로 이들의 관계가 더 깊어질 것이란 걸 상징한다. 감독은 대사보다는 장면을 통해 관계를 조명하고 표현하는 은유의 매력을 작품 곳곳에 설치한다.

 

리메인의 아쉬운 점은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대사의 부족이다.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면 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대사의 존재 역시 필요하다. 은유를 통해 형성한 끈끈한 긴장감을 중간중간 폭발시키는 대사가 있었다면 더 시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제목이 의미하는 남아있다가 담긴 욕망과 사랑의 충돌은 로맨스의 진한 감성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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