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PFF|한데 어우러지는 백조와 들짐승의 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상영작]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And Then We Danced

임채은 | 기사승인 2020/11/11

SIPFF|한데 어우러지는 백조와 들짐승의 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상영작]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And Then We Danced

임채은 | 입력 : 2020/11/11 [17:50]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포스터 ©(주)엣나인필름

 

[씨네리와인드|임채은 리뷰어] 짜릿한 눈 맞춤이 달콤한 입맞춤으로 발전하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치 않다. 걸음마를 막 떼었을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섬세한 댄서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와 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힘있는 동작과 표현력으로 주목을 받는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은 조지아 국립무용단에서 처음 만난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이라클리는 무용단에 들어오자마자 춤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메라비는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한다. 그의 춤이 너무 여성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지아 전통춤은 남자들은 들짐승처럼 거칠게, 여자들은 백조처럼 부드럽게 춰야 한다. 그들은 남성성이라는 잣대로 메라비의 춤을 평가한다. 메라비는 매일 아침 누구보다 일찍 연습실에 나와 연습을 해도 좀처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파트너 마리(아나 자바히슈빌리)와 함께 추는 앙상블 자리도 빼앗기고 만다. 애초에 몸통과 팔다리가 가는 그가 힘을 실어 춤을 추기엔 한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어릴 적부터 파트너로 춤을 춰온 메라비과 마리는 “애인인 셈”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 확실히 관계를 정리하진 않았지만, 누군가 애인이냐고 물어볼 때 “뭐 그런 셈이지”라 대답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이라클리도 고향에 두고 온 여자친구가 있다. 이라클리와 메라비는 애초에 남자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앙상블 파트너가 남녀 한 쌍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그들의 연인 관계 맺기도 ‘남-여’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라서, ‘그’로 인해 동성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게 된 건 어느 아침 연습실에서였다. 메라비가 오늘도 자신이 가장 먼저 연습실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 뒤에는 이미 이라클리가 연습하고 있었다. 메라비는 이라클리를 한 번 힐끔 보고서는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연습을 시작한다. 그들은 그 이후로 매일 아침 연습실에서 만나 서로의 연습을 돕는다. 그러다가 상대가 벗어 놓은 옷에 벤 체취를 맡게 되고 자꾸 눈빛이 부딪힌다. 대수롭지 않게 마주쳤던 눈빛 사이에는 어느 순간 스파크가 튀고 순식간에 그들 사이에 사랑의 불씨를 피워낸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아무리 치열하게 연습하고 경쟁한다고 해도 그들은 아직 무대에 서진 못하는 연습생이다. 그런데 정식 무용단 자리에도 공석이 하나 생긴다. 오디션 대상자는 여럿, 자리는 하나다. 이라클리 메라비도 오디션 대상자에 선정됐다. 두 사람은 오디션을 앞두고 함께 연습을 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꿈 이외에도 돈, 가족, 관계, 등등… 두 사람이 서 있기조차 좁은 공간에 현실이 끼어든다.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춤을 춘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카메라는 감정이 담긴 듯 인물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들의 감정을 면밀히 살핀다. 카메라는 그들을 몰래 훔쳐보기도,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멀어진 그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이야기 줄기는 굵직하고 선명하게 뻗어 있다. 그 줄기의 사이 사이에는 풍성한 곁가지들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는 힘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갈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개개인의 서사도 차곡차곡 구축해준다. 카메라와 함께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순식간에 이야기의 끝에 닿아 있을 것이다.

 

SIPFF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오는 11월 25일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편,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는 11월 5일(목)부터 11월 11일(목)까지 CGV명동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현재 해당 영화관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은 정상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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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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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1.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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