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AF|어른들이 만든 공포를 이겨내는 아이들의 용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더 롱레그’ / The Longleg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1/14

SICAF|어른들이 만든 공포를 이겨내는 아이들의 용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더 롱레그’ / The Longleg

김준모 | 입력 : 2020/11/14 [08:30]

▲ '더 롱레그' 스틸컷  © SICAF2020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김영하 작가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동화의 기능은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동화의 내용이 잔인한 건 아이들에게 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분홍신은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 주인공의 발목을 자른다. ‘헨젤과 그레텔은 어떤가. 마녀를 불구덩이에 빠뜨리는 결말은 섬뜩함을 준다.

 

동화에는 어른들의 바람이 담긴다. 아이들이 바르고 착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이 바람이 나쁜 욕망이 된다면 어떨까. ‘더 롱레그는 아이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롱레그의 전설을 통해 섬뜩하면서 순수한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은 섬뜩함을 위해 캐릭터의 얼굴에 특징을 준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사람의 생김새에 가까운 설정과 큰 눈과 입을 통해 다소 섬뜩함을 자아낸다.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면서 롱레그의 전설을 노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뒷골목에서 나타난다는 롱다리 괴물 롱레그의 전설은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집밖에 돌아다니는 괴물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을 향한다. 고요한 도시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적이다. 그 내부 아이들의 마음에 서려있는 두려움을 제외하면 말이다. 겁에 질린 아이들은 제대로 유년시절을 즐기지 못한다.

 

라몬은 롱레그의 전설이 거짓이라 여기고 이를 확인하고자 뒷골목을 향한다. 그러다 롱레그를 마주친 그는 공포에 짓눌린다. 공포에 짓눌린 아이들은 밝지 않다. 두려운 존재가 생겼기에 움츠려든다.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는 게 마을 시장선거를 앞둔 어른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은 시장선거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인다. 현재의 시장이 지닌 야욕과 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이런 무관심한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공포와도 연관되어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공포를 해소시켜주기 보다는 롱레그의 전설이 없다고만 말한다. 롱레그를 만난 테토와 라몬은 그 두려움을 부모에게 말하지만, 부모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 어른들은 두려운 진실보다 거짓된 평화를 원한다. 아이들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롱레그의 전설을 알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 '더 롱레그' 스틸컷  © SICAF2020

 

이에 라몬과 두 친구, 테토와 마루는 롱레그의 전설에 대해 파헤치고자 한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황석영 작가의 단편소설 아우를 위하여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노깡에 들어갔다 시체를 보고 공포를 느낀다. 이 공포는 반에서 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을 의미한다. 그 아이들의 횡포에 주인공을 비롯한 모범생 친구들은 침묵한다. 폭력에 당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공포는 노깡과 같다. 공포를 마주하기 싫으니 피하고 도망치는 것이다. 공포는 도망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 두려움과 마주해야 이겨낼 수 있다. 세 명의 주인공은 롱레그의 공포와 마주함으로 롱레그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 추악한 비밀이 지닌 공포를 이겨내고자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다. 정의는 거짓을 이긴다는 투박한 교훈임에도 공포의 질감을 살려낸 표현은 극적인 재미를 준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공포의 표현에 있어 싱거운 경우가 대다수다. 흠뻑 젖은 피나 뾰족한 이빨 같은 강한 두려움을 유발하는 장치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생김새와 기묘한 노래를 부르는 장면, 기괴한 생김새의 롱레그를 통해 성인 관객도 섬뜩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때문에 라몬을 비롯한 아이들이 펼치는 모험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다.

 

더 롱레그는 어른의 통제에 맞서는 아이들의 용기를 통해 소년만화의 묘미를 선보인다. 공포 어드벤처의 재미와 세상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열혈의 매력을 동시에 담아낸다. 여기에 두려움에 맞서지 않고 무관심한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 모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독재는 통제에서 온다. 통제는 겉보기에는 편해 보이지만 진실과 행복을 짓누른다.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세상을 구성하는 우리 모두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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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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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1.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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