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난장판

컬트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노윤아 | 기사승인 2020/11/23

사랑스러운 난장판

컬트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

노윤아 | 입력 : 2020/11/23 [09:23]

 

  © '록키 호러 픽쳐 쇼' 스틸컷 ⓒ ㈜이십세기 폭스 필름

 

[씨네리와인드|노윤아 리뷰어] '록키 호러 픽쳐 쇼'는 1975년에 만들어졌다고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괴상하고 독특한 뮤지컬 영화다. 짐 샤먼이 감독한 이 영화는 충격을 넘어 당혹스럽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묘하게 빠져들게 되고 영화가 끝나면 아쉬움까지 남는다. 검은 화면에 가득 들어찬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심야 동시 상영, 공상과학 영화, 배급사를 가사에 넣어 노래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빨간 글씨로 제목이 나타나는 순간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줄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게 된다.

 

자넷과 브래드가 브래드의 은사인 에버렛 스콧 박사를 만나기 위해 떠난 하룻밤 동안의 난장판을 보여주는 영화는 컬트와 마이너의 정점을 찍는다. 어떠한 규칙도 없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뒤집으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자넷과 브래드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범죄학자는 제4의 벽을 넘어 관객들에게 이 괴상망측한 이야기에 함께 어울릴 것을 권한다.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과 공간을 자랑하는 영화는 설명되지 않고 상징된다는 말이 어울린다.

 

뒤에서 장례식이 거행됨에도 불구하고 서로만 바라보며 결혼을 약속하는 연인인 자넷과 브래드는 폭우가 쏟아지는 밤,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도움을 요청하러 닥터 프랭크의 성에 방문한다. 트란실바니아에서 온 트랜스 섹슈얼인 닥터 프랭크의 성에서 타임 워프 춤을 추는 손님들과 곳곳에 있는 예술 작품의 패러디는 자넷과 브래드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된 것 느낌을 준다. 정상성이라는 규범은 프랭크의 성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 흑백 모나리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다비드상과 수영장 바닥의 천지 창조는 기괴한 느낌을 더한다.

 

  © '록키 호러 픽쳐 쇼' 스틸컷 ⓒ ㈜이십세기 폭스 필름

 

그들은 록키의 탄생을 지켜보고,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바람도 피우며 얼렁뚱땅 이야기를 진행한다. 스콧 박사는 프랭크의 성에 갑자기 방문해 프랭크와 그의 시종들이 외계인임을 밝히고 자신의 조카, 에디의 행방을 찾는다. 게다가 자넷과 브래드는 서로가 프랭크와 밤을 보낸 것, 프랭크는 록키와 자넷이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프랭크는 석화 장치를 가동해 자넷과 브래드, 스콧 박사, 록키를 모두 조각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엔딩에 있다. 프랭크는 그가 사랑을 되돌려 주지 않음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폭탄 머리에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가터벨트와 코르셋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 솔직하고 대범하게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그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와 함께 일탈하고 싶게 만든다.

 

꿈만 꾸지 말고 직접 되어 보라고 속삭이며 욕망을 부추기는 그에게 매혹된 그의 부하들, 그리고 자넷과 브래드는 기꺼이 그가 보여주는 욕망의 세계에 자신을 맡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당당하게 사는 프랭크와 함께 그들은 욕망을 숨김없이 표출하며 자유를 만끽한다. 스콧 박사마저도 프랭크가 선사한 일탈이 주는 해방감에 고취되어 하이힐과 스타킹을 신은 채로 나타난다.

 

록키는 프랭크의 욕망이 투영된 무지개색의 물감과 전류를 통해 태어난 인간이다. 그의 탄생은 노골적으로 성소수자를 상징하며 그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광란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상식적인 것들을 모두 뒤집는 프랭크와 그의 일당들은 매력적인 자넷과 브래드, 그리고 관객들까지 유혹하는 매력적인 불한당이다.

 

  © '록키 호러 픽쳐 쇼' 스틸컷 ⓒ ㈜이십세기 폭스 필름

 

프랭크가 고향인 트란실바니아로 돌아가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은 부하에게 살해당한다. 프랭크를 구하려 뛰어든 록키는 킹콩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자넷과 브래드, 스콧 박사는 서둘러 도망간다. 성은 로켓처럼 발사되면서 세 사람을 남기고 떠난다. 세 사람에게 이 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밤이 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된다.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록키 호러 픽쳐 쇼'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다. 잘못해서 퀴어의 세계에 발을 들인 헤테로 커플의 수난기라고 정리해도 맞는 말이고, 외계인의 성에 잘못 들어온 인간들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마냥 행복하게 노래하며 춤추며 노래하는 영화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피가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파격적, 선정적이고 광란의 파티 현장을 아무런 준비 없이 목격한 기분인데도 불쾌하다는 느낌보다 이상하게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반항적이고 무례하고 불온한 영화지만 프랭크를 닮은 이 영화를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된다.

 

영화가 상영되고 나서 서브 컬쳐와 비주류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만 보아도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록키 호러 픽쳐 쇼'가 선사하는 반항과 쾌락 그리고 욕망은 영화를 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체화된다. 이 영화를 한 번 본 이상, 11월의 어느 밤, 불현듯 갑자기 '록키 호러 픽쳐 쇼'가 다시 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노윤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0.11.23 [09:23]
  • 도배방지 이미지

록키호러픽쳐쇼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