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악녀의 등장, 타임슬립의 독특한 변형

[프리뷰] ‘콜’ /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1/23

예기치 못한 악녀의 등장, 타임슬립의 독특한 변형

[프리뷰] ‘콜’ /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김준모 | 입력 : 2020/11/23 [13:32]

 

▲ '콜' 스페셜 포스터  © 넷플릭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몸 값으로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 한 편의 단편으로 주목을 받게 된 그는 상업영화계로 바로 입성하게 되었다. 올해 초 개봉을 앞두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밀리고 밀리다 결국 1127일 넷플릭스로 공개를 결정하게 됐다. 먼저 만나본 은 극장개봉이 무산된 게 아쉬울 만큼 밀도 높은 긴장감과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장르적인 측면에 있어 새로운 건 없다. ‘프리퀀시’ ‘동감’, 드라마 시그널등이 선보인 타임슬립의 공식을 따른다. 관객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는 전개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지 않는다. 익숙함을 새롭게 만드는 건 연출의 힘이다. 관객이 신선하게 여길 법한 측면을 최대한 잡아내면서 극에 몰입을 더한다. 그 시작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서연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서다.

 

▲ '콜' 스틸컷  © 넷플릭스

 

소녀들의 위험한 만남

 

서연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설정은 집 전화와 연결된다. 휴대전화가 없는 서연은 집전화를 통해 연락을 한다. 이 연락은 20년 전, 이 집에 살고 있던 영숙과 연결되는 시작이 된다. , 서연이 영숙에게 ‘Call’을 한 것이다. 우연히 집 벽면 한 구석에서 지하실을 발견한 서연은 그곳에서 영숙의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그 다이어리의 내용을 통해 서연은 영숙에 대해 알게 된다.

 

영숙은 어머니에 의해 집에 감금당한 채 지낸다. 무당인 어머니는 영숙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며 강압적으로 학대한다. 이런 고통 속에서 영숙의 유일한 낙은 서태지의 노래를 듣는 것이다. 서연은 서태지가 2000년에 컴백을 한다며 그의 노래 울트라맨이야를 들려준다. 이 노래는 영숙에게 일종의 트리거로 작동한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영숙은 스스로 울트라맨이 되어간다.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말이다.

 

그 이전에 두 사람의 관계는 성인의 나이임에도 마치 소녀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키워온 서연은 아버지를 사랑했던 시절에서 멈춘 듯한 모습을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감금당한 채 지내온 영숙은 목소리부터 아이 같다. 두 사람은 마음을 터놓을 만한 친구가 없다는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서로를 향한 의존은 은밀한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게 만든다.

 

어린 아이일 때에는 관계를 맺을 때 비밀이 없다. 순수하게 서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서연도 영숙도, 솔직하게 서로의 고민과 감정을 털어놓는다. 아마 서연의 마음에는 영숙을 향한 신뢰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친구에게 느끼는 무조건적인 감정 말이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무턱대고 의지하게 된 서연은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영숙을 통해 과거를 바꾸고자 한 것이다.

 

▲ '콜' 스틸컷  © 넷플릭스

 

타임슬립의 독특한 변형

 

프리퀀시시그널을 기억해 보자.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를 이용한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이를 막기 위해 과거의 조력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역시 이런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서연은 과거의 사고를 막기 위해 영숙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숙은 어머니에게 가혹한 형벌을 받을 걸 알면서도 서연을 돕고자 한다.

 

여기서 문제는 서연이 영숙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다. 동갑내기에 어머니를 싫어하고 외롭다는 점이 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과거가 바뀌면서 서연은 이 외로움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영숙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고 느낀다. 여기서 앞서 언급한 트리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연을 만나기 전 영숙은 무기력했다. 28살의 나이까지 폭력에 저항하지 못한 이유는 내면의 지체다. 내면은 성장하지 못했기에 어머니의 폭력을 보호라 여겼다.

 

서연을 통해 마음 속 품고 있던 울트라맨을 깨워낸 영숙은 어머니의 폭력에서 탈출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 이 영화의 독특한 변형은 과연 우리가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이 선인(善人)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대화가 통하고 나를 도와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착하다 여기는 건 어쩌면 실수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영숙의 어머니가 왜 딸을 학대했는지, 왜 영숙이 감금되어야만 했는지는 캐릭터가 지닌 광기에서 나타난다.

 

서연이란 트리거를 통해 어머니라는 감금장치에서 벗어난 영숙은 폭주한다. 서연에게는 그 폭주를 막을 힘이 없다. 영숙은 과거의 인물이다. 더구나 영숙의 시대는 서연의 어린 시절과 맞닿아 있다. 그것도 서연이 영숙의 집으로 이사 오기 바로 직전과. 그렇게 서연은 자신이 깨운 보이지 않는 괴물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협력이 아닌 대립의 타입슬립이 탄생한 것이다.

 

▲ '콜' 스틸컷  © 넷플릭스

 

가족과 스릴러를 놓지 않는 장르의 힘

 

은 줄거리를 모르고 봐야 더 재미있는 영화다. 그만큼 장르적인 매력에 충실하다. 초반부는 휴먼 드라마의 느낌을 준다. 내면에 상처를 품은 서연과 영숙이 전화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의지한다. 영숙의 어머니 역의 이엘은 섬뜩한 무당 연기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며 초반부를 힘 있게 이끌어간다. 이 과정에서 빌런은 영숙의 어머니고, 두 순수한 소녀의 우정과 사랑이 부각된다.

 

영숙의 폭주 이후 작품은 스릴러의 골격을 갖춘다. 스릴러 영화 역사상 가장 무서운 여성 빌런 캐릭터 중 하나인 미져리의 애니 윌킨스는 애증의 감정을 지닌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 미져리의 작가인 폴에게 애정을 지니지만,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결말을 쓰지 않으려는 그에게 증오를 느낀다. 증오는 애정이 있어야만 피어난다. 사랑하는 만큼 증오는 더 강해진다. 영숙의 폭주가 강한 스릴감을 주는 건 그 감정이 증오이기 때문이다.

 

서연의 갈증이 사라진 후, 영숙은 자신만 결핍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증오를 품게 된다. 망가진 자신의 삶과 행복해진 서연의 모습을 비교하며 그녀를 파괴하고자 마음먹는다. ‘버닝으로 주목받은 신예 전종서는 올 상반기에 영화가 개봉하지 못한 게 아쉬울 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순수하고 철없는 소녀의 얼굴부터 완숙한 살인마의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릴러가 주된 장르적인 매력이라면 감정적인 영역은 가족 드라마의 틀을 유지하며 균형을 이룬다. 서연이 어머니에게 품은 애증이 후반부를 책임지며 서연과 영숙 사이의 질긴 관계를 다시 조명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특히 서연의 어머니와 서연이 똑같이 위기에 내몰리는 장면은 연출적인 측면에서 인상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비슷한 이미지와 감정, 관계를 놓치지 않으며 작품이 지닌 세계관을 강화하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0.11.23 [13:32]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