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FF | 힘껏 내달렸는데 보이는 것이 막다른 길일 때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최선의 삶' / Snowball

임채은 | 기사승인 2020/11/30

SIFF | 힘껏 내달렸는데 보이는 것이 막다른 길일 때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최선의 삶' / Snowball

임채은 | 입력 : 2020/11/30 [14:15]

[씨네리와인드|임채은 리뷰어]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졌다.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했다.”

 

고등학생 강이(방민아)와 소영(이은정), 아람(심달기)은 같은 반 친구다. 모델을 꿈꾸는 소영과 아빠에게 실컷 맞았다는 말을 하는데도 거침없는 아람,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그저 좋은 강이다.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는 세 사람은 매번 경찰서에 불려 다니지만, 소영만 있으면 항상 최선의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은 가출을 제안하고, 세 사람은 집을 떠나고 대전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간다.

 

'최선의 삶' 스틸컷 ©㈜마일스톤컴퍼니

 

그들은 길거리와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하지만, 그리 절망적이지도 않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안쓰러운 눈빛과 함께 건넨 돈으로, 해맑고 즐겁게 스티커 사진을 찍기도 한다. 한편, 소영은 모델에 도전하지만 맥을 추리지도 못하고 떨어진다. 짜증나는 상황과 길거리 생활에 지친 소영은 자신의 카드에서 돈을 빼내 반지하방을 얻는다. 집을 떠나 그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안,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다. 세 사람의 우정은 조금씩 다른 곳을 바라본다.

 

'최선의 삶'은 세 인물의 관계, 더 나아지기 위해 애를 쓰는데 엉망이 되고야 마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이, 소영, 아람, 강이 엄마 모두 최선을 다해 그림 위에 색을 칠해 가는데, 그들의 손길이 더해진 그림은 원래의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검정이다. 사소한 파장은 큰 상처를 만든다. 상처를 애써 외면하던 강이도 결국 고요한 폭력에 정면으로 맞선다. 성장 영화임에도 점진적인 파괴를 보여준다. 감독은 2000년대 초반이 배경인 영화에 그 시절 감성을 잊지 않고 불러온다.

 

'최선의 삶' 스틸컷 ©㈜마일스톤컴퍼니

 

비슷하게 가출 청소년들의 연대를 다룬 '박화영'이 얼얼하게 매운 마라탕이라면, '최선의 삶'은 화하게 매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에 가깝다. 종잡을 수 없는 영화처럼 생각없이 베어 물다가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갱이에 깜짝 놀랄 것이다. '박화영'과의 또다른 차별점은 귀가에 있다. 영화는 오히려 집을 나가는 과정보다 집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집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등교한 학교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가 중요하다.

 

이 영화는 내용 외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 가장 특징적이다. 2015년 발간된 원작이 화제를 몰고 다닌 덕에 빠르게 영화화될 수 있었다. 이우정 감독이 오랜만에, 그것도 첫 장편으로 찾아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단편 '애드벌룬' 이후 9년만이다. 다행히 '애드벌룬'에서 보여줬던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섬찟하게 어두운 면은 잊지 않고 챙겨왔다. 아이돌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배우 방민아의 연기도 돋보인다. 볼거리 가득한 '최선의 삶'은 내년 정식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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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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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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