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기다렸을 탈코르셋을 다룬 페미니즘 영화

[프리뷰] '머리카락' / 12월 1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03

누군가는 기다렸을 탈코르셋을 다룬 페미니즘 영화

[프리뷰] '머리카락' / 12월 10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2/03 [14:04]

 

▲ '머리카락' 메인 포스터  © 목영엘티디 , (주)다자인소프트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자신감 단 한 걸음의 차이의 저자 샤를 페펭은 책의 머리말에서 에세이의 유행에 대해 경각심을 표했다. 개인의 심리를 다루며 자신감을 높이는 법을 소개하는 에세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노골적인 욕망까지 괜찮다 말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에세이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각박해진다. 순기능을 해야 할 예술작품이 오히려 역기능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페미니즘 이슈가 그렇다. 초기 페미니즘이 성행할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 이슈가 남녀평등으로 향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가부장적 사회에서 살아온 중년 세대는 이런 움직임을 환영했다. 허나 그 방향성은 점점 혐오를 향해간다. 처음에는 남성을 공격하더니 페미니즘에 동참하지 않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페미니즘을 주장하며 내세운 게 탈코르셋이다.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고 화장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 이것이 꾸밈노동이자 여성에게 가해진 코르셋이기에 행하지 않겠다 주장한다.

 

이미해 감독의 다큐멘터리 머리카락은 긴 머리카락을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 말한다. 예로부터 미인의 필수조건이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이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건 심경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단발 스타일의 여성은 의외의 존재, 또는 서양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신여성으로 간주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작품은 이런 여성에게 가해진 차별 하나하나를 언급한다.

 

▲ '머리카락' 스틸컷  © 목영엘티디 , (주)다자인소프트

 

비혼여성들을 위한 유투브 채널 혼삶비결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한국여자, 여성주의 도서를 발표해 온 이민경 작가, 배우 차희재,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윤김지영 연구전임 교수 등 페미니즘과 관련된 셀럽들이 등장해 여성이 당하는 꾸밈노동의 고통을 말한다. 여자니까 화장을 해야 하고, 치마를 입어야 하며, 머리카락 한 번 마음대로 자르기 힘든 현실을 말이다.

 

화장과 다이어트는 여성이 계속 겪어야만 하는 고통이다. 언론이 소비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마르고 예쁜 이미지여야 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은 32살의 50kg 대의 여성이지만, 노처녀에 연애를 걱정해야 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심지어 러블리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 르네 젤위거는 극중 평범한 여성이다. ()에 있어 여성에게 높은 잣대가 요구되는 건 연예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랑스 여배우 시몬느 시뇨레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남배우 이브 몽땅을 비교하며 같은 나이임에도 나는 늙어가는 거고 그 사람은 성숙해가는 거라고 말했다. 남자는 백발도 은발이라 부르고 주름도 연륜이라 하지만 여자의 주름은 그냥 추한 거라 말하는 그녀의 발언은 외형적인 측면에 있어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가 매겨졌음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과하게 외형의 미()를 강조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여성에게 부담이 되었음은 자명하다.

 

▲ '머리카락' 스틸컷  © 목영엘티디 , (주)다자인소프트

 

다만 현재 페미니즘 운동은 또 다른 강요로 번지고 있다. 탈코르셋의 목적은 자유다. 꾸밈노동의 강요에서 탈출하고 싶단 게 요지다. 그렇다면 반대로 꾸미고 싶은 사람은 꾸밀 수 있게 해주는 자유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 탈코르셋이 여성을 위한 진정한 자유고 해방이란 주장이 탈코르셋을 하지 않는 여성을 공격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꾸미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지 사회적 강요의 영역이 아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페미니즘은 평등운동이 아니다. 여성인권운동이다. 국내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었을 때 여성단체가 내세웠던 슬로건도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권력 이양이었다.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문학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녀가 뒤바뀐 사회를 보여준다. 가부장적 사회가 아닌 가모장적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노골적인 목적성을 드러낼 수 없기에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수용한다.

 

▲ '머리카락' 스틸컷  © 목영엘티디 , (주)다자인소프트

 

디즈니 마블의 영화를 보면 판타지와 SF 장르를 통해 다양성을 말한다. 외계인과 요정에도 인간과 같은 동등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고, 동성애를 자연스런 사랑코드로 포장한다. 페미니즘 역시 이런 코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대중성을 지닌다. 상업영화는 내포하는 주제를 대중적인 코드에 얼마나 잘 녹여내는지가 중요하다. ‘머리카락’은 대중성을 지닌 영화가 아니다.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여성들을 위한 작품이다.

 

때문에 내가 이 영화를 본다 한들 뭘 쓸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영화는 특정한 목적을 지니고 있고, 이들의 열광을 유도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수도 없이 소비되었던 이야기를 재생산하며 탈코르셋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영화의 표현은 노골적이며 이 방향성이 과연 순기능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의 평이 오고가지 않을까 싶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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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2.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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