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경계 속, 뚜렷한 매력

Review|'불한당'(2016)

조은빈 | 기사승인 2021/07/05

애매한 경계 속, 뚜렷한 매력

Review|'불한당'(2016)

조은빈 | 입력 : 2021/07/05 [15:45]

[씨네리와인드|조은빈 리뷰어] 스턴버그가 주장한 사랑의 삼각형이론이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친밀감, 열정, 헌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8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친구 사이에 느낄 수 있는 우정부터 시작해서 짝사랑, 공허한 사랑, 그리고 요소들이 하나씩 결핍되어 있는 낭만적, 우애적, 허구적 사랑 등.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그들이 느끼는 가지각색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8가지 유형에 다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영화 불한당속의 재호와 현수가 바로 그 애매한 경계의 사랑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 영화 '불한당' 포스터  © CJ ENM

 

변성현 감독은 누아르의 외피를 한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다며 불한당을 제작할 때 누아르보다 멜로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참고했다고 밝혔다. 처음 불한당포스터를 접했을 때는 '이 작품이 왜 퀴어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직접 감상하면서 본 배우들의 눈빛과 대사, 그로부터 오는 감정선, 분위기가 해당 영화의 정체성을 이해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불한당에는 사랑받는 대사가 많다.

 

사람을 믿지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형 나 경찰이야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는게 아니라, 살려고 이렇게 사는거야

현수야 너는 나 같은 실수하지 마라

 

▲ 영화 '불한당' 스틸컷  © CJ ENM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잠입 경찰이 된 현수와 그런 현수의 정체를 알고 이용하려 했던 재호. 재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죽임을 당할 뻔하고 수십 년 간 따랐던 자신의 보스에게도 뒤통수를 맞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끊임없는 의심을 받으며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는 재호의 삶 속에서 현수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현수를 이용하기 위해 그가 끔찍이 아끼는 어머니라는 존재를 사고사로 만들었지만 오열하는 현수를 보며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재호다.

 

재호에게 있어서 인간관계는 그저 필요 없고, 쓸모없으면 죽이는 간단한 구성에서 현수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설경구 배우의 인터뷰에서도 재호가 현수에게 끌리고 약해지는 이유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이에 처음으로 끌림이라는 걸 느꼈다, 좋아하는 이유에 있어서 흔히들 그냥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답한 것처럼 말이다. 그에 비해 현수는 단 한 명의 자기편이었던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잠입경찰의 신분이었지만 재호를 믿고 따르며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을 보는 것조차 꺼려했던 과거와는 달리 재호가 해오는 일을 즐기며 재호화가 된다. 서로가 서로를 변하게 한 것이다.

 

둘 사이의 감정선에 관한 해석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조명이다. 불한당에서는 삼원색의 쨍한 색감 사용이 돋보여 스타일리시한 누아르라는 말이 붙여질 정도였다. 재호가 타고 다니는 머스탱의 빨간색은 악과 욕망을 의미하며 노란 조명은 재호, 파란 조명은 현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현수가 폐건물로 재호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황을 믿으며 누구보다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던 재호가 자신을 죽일 것을 알면서도 현수라는 사람을 믿고 싶어서 폐건물로 향한다. 해당 장면에서 조명은 재호의 색인 노란색에서 현수의 색인 파란색으로 변한다.

 

범죄와 폭력을 다루는 기존의 무거운 누아르 장르에 언더커버와 멜로를 더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간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단순히 누아르라는 장르만을 생각하고 봤던 이들에게 끊임없이 불한당이 어떤 장르에 속하는지 생각하게 하고 영화 관람 후에 관련 해석을 찾아봐야지만 진정으로 영화를 다 봤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불한당의 팬을 일컫는 불한당원이 직접 나서 대관행사를 열고 굿즈를 제작하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해당 영화가 가지고 온 파장력은 크다고 본다.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걸 대변할 수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모호한 장르를 가지고 있는 해당 영화가, 애매한 사랑의 경계를 가지고 있는 불한당의 인물들이기에, 불한당이 더 많은 매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노란 조명의 재호와 파란 조명의 현수가 적절히 어우러진 초록빛 매력에 스며드는 영화, 나는 불한당을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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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빈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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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7.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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