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의 흥망성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 The Most Beautiful Boy in the World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7/12

BIFAN|‘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의 흥망성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 The Most Beautiful Boy in the World

김준모 | 입력 : 2021/07/12 [16:36]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스틸컷  ©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전후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인 루치노 비스콘티는 토마스 만 원작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영화화하며 타지오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를 찾기 위해 유럽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오디션을 개최했다. 높은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 비스콘티는 원작에서 작곡가 구스타프가 베니스에서 만나게 되는 완벽한 미를 지닌 소년을 재현하고자 했다. 이 캐릭터는 구스타프가 죽음 직전 마주한 아름다움의 절정이자 죽음의 천사와 같은 느낌을 주어야 했다.

 

스웨덴에 도착한 비스콘티는 그곳에서 시골에서 살던 소년인 비에른 안드레센을 만나게 된다. 비에른이 오디션장에 들어온 순간 함께 있던 스태프는 비스콘티의 반응에서 캐스팅을 확정했다고 한다. 큰 키에 조각 같은 외모, 웃을 때는 천사 같지만 무표정일 때는 냉미남의 면모를 지닌 비에른은 말 그대로 완벽에 가까운 존재로 다가왔다. 1971,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개봉하면서 비에른은 단숨에 전 세계를 사로잡는 스타에 오른다.

 

볼수록 새롭고 짜릿한 외모를 지닌 15세의 비에른을 보여주던 작품은 시간을 넘어 백발의 노인이 된 비에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는 조그마한 빌라에서 세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다. 여기에 약 6년의 기간을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으며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색되기 마련이다. 허나 그 유명세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비에른의 삶은 초라하게 다가온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스틸컷  ©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은 비에른의 입을 통해 그의 과거에 대해 듣는 구성을 취한다. <베니스의 죽음> 이후 비에른은 스타가 되어버린다. 문제는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비스콘티 감독의 존재에 있었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공산주의자임과 동시에 하인을 두었던 그는 동성애자이기도 했다. 영화계에서 그의 힘은 상당했고 촬영장은 비스콘티가 만든 성과 같았다.

 

당시 그의 스태프들 중에는 동성애자가 많았다. 비스콘티는 이들로부터 비에른의 보호를 가장한 속박을 하고자 했다. 비에른은 비스콘티와의 계약으로 인해 작품 후에도 3년 동안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비스콘티는 마치 소유물처럼 그를 데리고 다녔고, 그 유명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란 표현을 쓰며 남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시품처럼 비에른을 대한 것이다.

 

주디 갈랜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디>에서 보면 알 수 있듯 과거 아역배우에 대한 보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비에른은 오디션장에서 상반신을 벗으라는 주문을 받은 건 물론, 칸영화제 당시 비스콘티에 의해 문란한 클럽에 가기도 했다. 여기에 각성제를 먹여 잠을 재우지 않았음을 언급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유혹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할지 알지 못했던 소년은 노년의 나이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비에른이 겪는 고통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부모 사랑의 부재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비에른은 소소하게 자신의 음악을 하는 게 꿈이었다. 허나 할머니는 아름다운 손자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연예인을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스타로 만들었다. 심지어 <베니스의 죽음>에서 손자를 통해 배역을 따내기도 했다. 할머니가 이렇게 노력한 이유 중 하나는 비에른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스틸컷  ©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에른의 어머니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소유한 예술가였다. 비에른과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을 할머니에게 남기고 자신의 삶을 살던 어머니는 숲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정체를 모르는 비에른은 평생 부모 사랑의 부재 속에 살아왔다.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를 지켜줄 어른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였던 비에른은 가정을 꾸리려 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30대에 둘째를 얻은 비에른은 연기학교에 다니는 등 가족을 위한 가장이 되기 위해 분투한다. 허나 아기였던 둘째가 죽은 후 그는 세상을 등지게 된다. 술에 빠지고 가족을 등한시하며 결국 과거 자신이 걸었던 외로움의 길에 다시 서게 된다. 작품은 장발의 노인이 된 비에른이 온천을 향하는 장면을 통해 이 감정을 극대화한다. 이 장면에서 비에른은 비스콘티 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봤을 때처럼 상반신을 벗고 있다.

 

그때의 비에른과 달리 왜소하고 초라해진 몸은 지나온 시간의 고통을 보여준다. 여기에 내가 사랑을 줄 수 없었기에 가정을 지키기 위해 둘째 아이가 사랑을 줬어야 했다. 그 아이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올려놨고 결국 견디지 못했다라는 비에른의 내레이션은 자책과 슬픔이 담긴 어조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르는 기분을 준다. 비에른에게 삶은 고통과 영광(Pain and Glory)이 아닌 고통과 슬픔(Pain and Sorrow)이었다.

 

작품은 한때 세계 최고의 미소년이었던 그의 영광적인 순간을 강하게 부각하며 이제는 남지 않은 쓸쓸한 영광을 조명한다. 노년의 비에른이 그의 전성기를 보냈던 일본을 방문하는 장면은 이런 정서를 심화시킨다.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의 모델이기도 했던 그는 열도를 뜨겁게 흔들며 당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곁에 있고 싶어 했던 미소년이었으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의 부재와 정신적인 공허는 그를 망가뜨렸다.

 

<미드소마> 촬영장에서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이런 간극을 극대화한다. 이제 비에른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며, <미드소마>를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이 노년이 되어 출연한 작품으로 말하는 경우도 극소수다. 작품은 한 개인의 삶을 쓸쓸함의 정서로 조명하며 그 텅 빈 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만 관객에게 더 강하게 다가오는 건 정서적인 고취가 아닌 그 시절 주목받았던 그의 외모라는 점에서 여전한 씁쓸함을 품고 있다.

 

Director 크리스티나 린드스트룀, 크리스티안 페트리

 

◆ 상영기록 ◆ 

2021/07/10 20:00 CGV소풍 11관

2021/07/12 13:30 부천시청 어울마당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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