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햇살처럼 사랑하는 방법

Review|'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한서희 | 기사승인 2021/08/09

영원한 햇살처럼 사랑하는 방법

Review|'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한서희 | 입력 : 2021/08/09 [10:00]

[씨네리와인드|한서희 리뷰어] 

 

잘라내고 싶은 기억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그게 사랑과 관련해서라면 더욱더원하는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당신은 기억을 지울 것인가그것이 혹 사랑과 관련한 기억이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 삭제라는 판타지적 소재 아래 사랑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 Focus Features

 

여타 다른 로맨스 영화들처럼 조엘과 클레멘타인두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며 시작된다그러나 영화의 오프닝이 끝날 무렵갑작스럽게 홀로 남아 차 안에서 울고 있는 조엘로 화면이 전환된다다름이 아니라 클레멘타인이 갑작스레 자신을 모른 사람처럼 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그 뒤로 조엘은 옛 연인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 주는 회사 라구나를 찾는다.

 

관객은 조엘의 기억을 지우려는 라구나’ 회사와 함께 조엘의 과거 기억으로 들어간다기억을 헤집는 것처럼 방 이곳저곳을 통과하듯 헤집기도 하고의식이 사라지듯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소품들얼굴이 일부 보이지 않도록 분장하는 등 조엘의 기억이 지워지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영화적 연출을 통해 관객이 조엘의 무의식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 Focus Features

 

사실 기억이 그렇다뒤죽박죽인 영화 순서처럼 기억이란 매우 주관적이다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도 선택의 영역이며같은 기억이더라도 관점과 배경에 따라 마음대로 편집된다기억은 과장되기도 하고미화되기도 한다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일 경우에는 스스로 지워버리거나 부분만 남긴 채 뭉개버리기도 한다.

 

상처는 드러내야 낫는다

 

조엘의 기억 속에서 두 사람이 사랑했던 기억들이 역순으로 재생된다두 사람이 말싸움하다 지쳐 헤어지는 장면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사소한 오해가 생긴 장면들이 지나간다클레멘타인과 사랑했던 기억을 되짚어 나가던 조엘은 후회하여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일을 그만두려 하지만 역부족이다현실의 조엘은 라구나’ 회사의 장치에 묶여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 Focus Features

 

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키기 위해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가장 부끄러운 기억 속으로 숨어 들어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를 승낙한 조엘은 클레멘타인과 어릴 적의 기억으로 들어간다.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조엘은 위기의 순간에 클레멘타인에 의하여 구출된다. 어쩌면 온전한 사랑은 개인의 가장 불온전한 치부까지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조엘은 ‘나’라는 자신의 내면의 공간 속에서 클레멘타인이라는 ‘너’를 통해 성장한다. 사랑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상대에 비춰 보이는 ‘나’를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과 다른 나를 반추하며 그 결과 더욱 성숙해진다. 자신의 미숙함마저도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고, 이해하고 성장하게 된다.

 

가장 로맨틱한 고백, "OKAY"

 

그 후,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라구나 회사에 의해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워 서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은 운명인지 다시 사랑에 빠지고, 열렬히 사랑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라구나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편지의 내용은 바로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사랑했던 기억을 서로가 지우려 했다는 것이었다.

 

▲ '이터널 선샤인' 스틸컷.  © Focus Features

 

서로를 지우려 했다는 것에또 동시에 헤어짐을 반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두 사람은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OKAY”라고 말한다서로를 잊으려 했다는 것조차도서로의 좋지 않은 기억마저도 끌어안고 기꺼이 사랑하겠다는 용기이자 결심이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한다는 대사 한 줄이 나오지 않는다하지만 서로의 아픔과 흉도 모두 당신이기에 괜찮다(OKAY)는 것이 어떤 사랑 대사보다 더 로맨틱하게 들린다. 어떤 사랑은 서로를 잊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 서로를 잊을 수 없는 영원(Eternal)이자, 오래 곁에 묵묵히 남아 따듯한 마음을 전해 줄 햇살(Sunshine) 같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한서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8.09 [10:00]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