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살리는 하나의 추억

Review|'원더풀 라이프'(After Life, 1998)

한서희 | 기사승인 2021/08/09

나를 되살리는 하나의 추억

Review|'원더풀 라이프'(After Life, 1998)

한서희 | 입력 : 2021/08/09 [10:00]

[씨네리와인드|한서희 리뷰어] 인간은 모두 죽음을 향해 달린다잠시 숨을 고르고 하던 일을 멈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자만약 오늘 내가 죽는다면내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무엇일까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행복할까막막한 죽음에 대해 덤덤히 생각하다 보면 아이러니하게 삶에 대한 의지를 회복하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는 이런 질문을 통해 지나간 삶과 지나갈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죽음도, 삶도 아닌 회색 공간 림보

 

▲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 ㈜안다미로

 

죽은 이들은 저승에 이르기 전, ‘림보라는 환승 구간에 일주일간 머물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무엇이었나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수많은 회상과 반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고또 성장한다죽음과 삶의 경계인 림보라는 공간이 무엇인가를 학습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학교 공간을 연상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림보에는 창이 많고빛도 많이 들어온다영화의 오프닝에서 빛 속을 걸어 들어오는 사람의 실루엣만 보일 정도로 밝은 빛을 강조하는데빛을 통과하며 들어서는 모습이 마치 신화 같다림보는 죽음의 공간임에도 어둡거나 침울하기보다는 동화처럼 환상적이며일상의 모습을 담은 홈비디오처럼 따듯하다망자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수많은 빛이 내내 망자의 뒤를 온화하게 비춘다.

 

수많은 삶과 죽음이 있는 것처럼 림보에는 수많은 계단과 층이 있다이 공간을 오르내리는 림보의 직원들은 죽음이라는 단절된 공간에서 머무는 망자와 소통하며 연결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직원들은 마치 저승사자처럼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며죽은 이들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찾아내고이 내용을 한 편의 영화로 재연하는 역할을 한다.

 

추억이라는 삶의 여운

 

▲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 (주)안다미로

 

망자들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살아생전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선택하게 된다사람들은 스스로 인생을 반추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나아가 어떤 기억을 선택할지 정하기 위해 본인의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어떤 이는 사랑했던 기억을어떤 이는 아이를 낳은 기억을어떤 이는 어린 시절을어떤 이는 가족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모두가 이 선택을 순조롭게 하진 못한다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어린아이의 기억에 머물러 있는 할머니는 인터뷰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직원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본인의 인생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없다고 말하는 망자도 있고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며 최종 보류하는 망자도 있다이 영화는 우리에게 삶의 추억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경험하게 한다.

 

▲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 (주)안다미로

 

어떤 삶의 기억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가져갈 마지막 추억을 고르지 못해 림보의 직원으로 남아 있던 모치즈키는 살아생전 자신이 사무치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소식을 그녀의 남편이었던 망자로부터 전해 듣는다그 망자는 모치즈키를 통해 오히려 스스로 덮어두었던 부인과 관련한 아픈 기억을 마주하고인정한다그 망자의 기억으로 모치즈키 또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또 다른 직원 시오리는 그런 모치즈키를 사랑하여 규칙을 어기고 그의 죽은 아내의 필름을 가져온다자신 또한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모치즈키의 말처럼어떤 추억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와의 관계이다이를 깨달은 모치즈키는 가지고 갈 추억으로 림보 직원들과의 추억을 택한다시오리는 그를 떠나보내고, 영화 마지막에는 홀로 망자를 맞을 준비를 할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한평생은 한 편의 영화

 

▲ '원더풀 라이프' 포스터.  © ㈜안다미로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특징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인터뷰하는 듯 고정된 카메라 샷과 투박한 화면 전환이 작품의 정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실제로 영화를 만들기 전 진행한 인터뷰를 진행하고일반인을 영화의 배우로 선택했다고 한다죽음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적인 영화임에도 따듯하고 일상적인 분위기가 너무도 당연하다.

 

한 사람의 인생은 곧 한 편의 영화다영화가 샷을 편집해서 이어 붙인 결과물이라면인생은 추억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결과물 같다영화 중간중간 림보의 직원들이 묻는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추억하고 싶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이 어쩌면 영화를 보는 관객인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마지막 장면 속 시오리 앞의 빈 의자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위해 비워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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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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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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