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앞에서 희미해진 이데올로기의 경계

Review|'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 2021)

김도연 | 기사승인 2021/08/17

생존 앞에서 희미해진 이데올로기의 경계

Review|'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 2021)

김도연 | 입력 : 2021/08/17 [10:33]

▲ '모가디슈'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씨네리와인드|김도연 리뷰어] '88 올림픽' 이후 한국 정부는 UN 가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다수의 UN 회의 투표권을 보유한 아프리카와의 외교를 위해 한국의 외교 대사들은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파견된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되고, 통신과 교통이 마비된 혼비백산의 땅에 고립된 남북 대사관들의 탈출 실화를 생생하게 전하는 영화 「모가디슈」는 더운 여름 관객들에게 여러 볼거리를 제공한다.

 

90년대 소말리아를 실감나게 재현한 모로코 현지 촬영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이국적인 풍경과 공항, 대통령 집무실, 각국의 대사관 모습뿐만 아니라 내전 이후 초토화가 된 도시의 모습까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만한 생생한 재현은 해외 로케이션을 거쳤기에 가능했다. 생경하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영화 후반의 카레이싱 장면은 별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림용수 대사(허준호)를 필두로 하는 북한 대사관 사람들과 한신성 대사(김윤석)을 비롯한 남한 대사관 사람들은 어렵게 얻어낸 이탈리아 대사관 측의 구조기를 타기 위해 목숨을 건 주행을 한다. 두꺼운 서적들로 무장한 승용차 4대가 너덜너덜 해져서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할 때까지,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 '모가디슈'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 1991년 1월의 모가디슈는 어땠을까?

 

<모가디슈>는 재난영화나 분단영화의 단골손님인 신파를 배제했다. 그럼에도 극적인 스토리와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 1991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다르고 같을까. 영화 속에서 북한 일행과 남한 일행의 동거는 대한민국 대사관의 대문을 림용수 대사가 두드리며 시작된다. 반면 20년 전 그들은 사실 공항에서 조우했으며 살아나가야겠다는 집념 하에 함께 탈출 경로들을 함께 알아봤다고 한다. 이탈리아 대사관까지의 숨 막히는 이동은 실제로도 있었던 일이었다. 반군과 소말리아 정부군 모두에게서 사격을 받은 그들은 목숨을 건 레이스를 했고, 운전 중 가슴에 총을 맞아 사망한 북측의 서기관도 영화에 그대로 재연됐다. 소말리아 경찰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였다는 점, 남과 북 사람들의 한 끼 식사 등 실제 사실과 다르지 않은 장면도 많았으나, 극 중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이 전향을 권유하는 것을 비롯해 남과 북 직원들 사이의 심한 갈등들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한다.

 

▲ '모가디슈'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이데올로기의 무용함

 

왼손잡이인 한신성 대사에게 림용수 대사가 왼손으로 사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느냐고 묻자, 한 대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빨갱이로 오해받기 싫어서 양손을 번갈아 쓴다고 대답한다. 관객은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고 힘을 합쳐서 탈출한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위기 상황에서 생존에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은 이념이라는 것이,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그것이 어째서 인간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지 허탈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한 동포였던 이들을 순식간에 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무고한 이들을 구살할 수도 있는 이데올로기는 끝내 남 측과 북 측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바레 대통령의 독재를 향한 반란과 그로 인한 전쟁, 무참히 죽어가는 소말리아의 시민들과 연필 대신 총을 들고 있는 어린이들 하나 하나를 천천히 응시하는 북한의 사람들과 당시 전두환 독재 하에 있던 남한의 사람들의 눈빛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영화 <모가디슈>가 성공적인 동반 탈출로 막을 내림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으며 극장을 나올 수 없는 이유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내전에 시잘리는 소말리아와 그곳의 수많은 죽음들, 남한과 북한의 오랜 분단을 곱씹어보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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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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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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