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운명을 거스를 용기

Review|'가타카'(Gattaca, 1997)

한서희 | 기사승인 2021/08/23

노력, 운명을 거스를 용기

Review|'가타카'(Gattaca, 1997)

한서희 | 입력 : 2021/08/23 [10:40]

[씨네리와인드|한서희 리뷰어]  

 

기술은 언제나 공평한가

 

터치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가 핫한 키워드가 된 요즘, 기술은 우리 사회를 편리하게 해주는 친구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술로 해결되는, 기술로 점철된 삶이 즐겁기만 할까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기술이 모든 이에게 항상 공평하게 적용될지, 혹시 권력자의 손에 들어가 악용되지는 않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 최전선 시대에 대한 인간의 상상을 다룬 작품은 과거부터 있어 왔다. 「1984」라는 책에서는 ‘빅 브라더’라고 불리는 감시자가 CCTV처럼 개인의 삶에 사사건건 개입하여 감시한다. 「The Giver」에서는 고도로 발전한 사회가 미래를 예측하고 개인의 결정권을 대신하여 모든 진로를 설정해준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시리즈도 기술시대가 만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 '가타카' 포스터.  © Columbia Pictures

 

제목인 '가타카(Gattaca)'는 DNA의 염기서열인 ‘G’, ‘A’, ‘T’, ‘C’ 네 알파벳을 배열한 것이다. 영화 속 세상은 유전적 기술이 세상의 순리를 편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곳에서는 태어날 때 미래의 삶을 설정할 수 있다. 성별은 물론 키, 재능, 심지어 병력까지도. 인간이라면 두려워할 죽음과 아픔에서 모두가 자유롭다. 그렇게 모두가 잘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주인공 빈센트는 빼고 말이다.

 

사회의 흐름에 거스르는 나

 

잘난 유전자가 당연한 사회에서, 주인공 빈센트는 모진 수모를 겪는다.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 30살 내에 심장질환으로 죽을 확률을 가지고 태어난 빈센트는 우주비행사의 꿈을 꾸지만, 어디도 그를 채용하는 곳은 없다. 반면 동생 안톤은 유전자를 편집해 태어났다. 빈센트와 안톤은 누가 더 강한지를 가리기 위한 수영 시합을 벌인다. 부적격자인 빈센트는 매번 허우적대다 쓰러지고 만다.

 

▲ '가타카'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하지만 빈센트는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되는 시합 끝에 ‘기적’이 일어난다. 빈센트가 수영으로 모든 것이 월등히 뛰어난 안톤을 이긴 것이다. 빈센트는 유전자의 장벽을 노력이 허무는 경험을 마음에 새긴다. 그 뒤 브로커를 만나 수영 선수였던 우월한 인자를 가진 제롬의 이름으로 기업에 몰래 입사한다. 우성 인자를 가진 요원들 사이에서 빈센트는 노력과 의지로 높은 자리에 앉는다.

 

그곳에서 빈센트는 아이린을 만난다. 손가락이 12개인 연주자가 그려진 포스터를 보며 아이린은 빈센트에게 이 노래는 손가락이 12개여야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 말한다. 반면 빈센트는 손가락의 개수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아이린을 비롯한 영화 속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우월해야만 적합한 일이 있다며 사회가 만든 인식의 틀에 갇혀 한계를 넘어설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한다.

 

기적을 위해 전력을 다할 용기

 

▲ '가타카'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빈센트는 열성 인자를 가진 자였으며 우성 인자를 가진 제롬의 신분을 빌려 사기 행각을 벌인 사실이 밝혀져 사건의 용의자로 낙인 된다. 형사인 동생 안톤은 어린 날에 했던 것처럼, 시합을 한 판 더 벌인다. 거센 파도를 향해 헤엄치는 두 사람. 안톤은 자신을 이긴 그날, 이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 이에 빈센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라 답한다.

 

결국 노력의 대가인지, 빈센트는 우주로 가는 꿈을 이루게 된다. 열성 인자를 가진 가타카에서의 빈센트처럼, 모든 인간은 부족함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나약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기도 하다. 앞날을 알지 못하기에 지금의 소중함을 알고, 작은 기적에도 목숨을 걸어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 '가타카' 스틸컷.  © Columbia Pictures

 

I'm here to tell you that it is possible.

 

인간은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세상이 흘러가는 것에 쉽게 동조되고,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것 같은 세상에 무기력함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빈센트처럼, 주어진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간절히 노력하여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여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노력으로 못해낼 것은 없다 했다. 작은 기적이라도 스스로를 위해 전력을 쏟을 용기. 이것이 진정한 ‘우월’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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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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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8.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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