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가 투영하는 언론의 기본 가치

언론학의 입장에서 분석한「스포트라이트」

이성현 | 기사승인 2021/10/05

'스포트라이트'가 투영하는 언론의 기본 가치

언론학의 입장에서 분석한「스포트라이트」

이성현 | 입력 : 2021/10/05 [10:03]

[씨네리와인드|이성현 객원기자스포트라이트」(2015)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적으로 상당히 훌륭하지만 언론학적으로도 그러하다. 이번 글에서는 「스포트라이트」 를 통해 비춰지는 언론의 기본 의무와 가치에 대해 분석해보려 한다.

 

2001년 미국 보스턴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게오건이라는 신부가 교구를 옮겨 다니며 교회의 아이들을 성추행했고, 보스턴 지부 교구장인 로 추기경이 이를 알면서도 묵살했다는 비공개 문서가 있다는 변호사 미첼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의 주장을 듣는다.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고, 이들의 반발과 후에 따를 구독자 수 감소를 우려한 기자들은 쉽게 나서지 않는다. 반면 신임 편집국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은 문서 열람 청원을 강행한다.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가 함께 사건 취재의 지휘봉을 잡고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 2016년 최고의 영화. 2016년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 보도자료

 

-언론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 예의는 차리되 집요하고 대등하게.

 

아무래도 탐사보도팀에 대한 영화다 보니 기사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눈에 들어온다. 이전에 자신들이 게재했던 기사들부터 조사한다. 모든 힌트는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 개러비디언과 함께 관련 변호사 에릭 매클리시(빌리 크루덥)를 찾아가 자문을 요청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장 월터 로비로빈슨(마이클 키튼)은 자신의 친구인 변호사 짐 설리반(제이미 쉐리던)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 교회 측 변호를 맡았던 전적을 발견하고 넌지시 그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답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변호사들도 변호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미국 내에서 가톨릭과 신부들이 가진 위상을 모를 리가 없다. 특히 미국 내 최고(催古)의 종교적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함부로 알고 있는 말을 했다가는 자신의 생계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사실상 같은 편인 개러비디언도 그간 쌓인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스포트라이트 팀의 주장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세 변호사에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설리반에게는 피곤할 정도로 집요하다. 로비가 짐과 친구라는 편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이용해 만날 일이 있을 때마다 물어본다. 만날 일이 없어도 찾아간다. 개러비디언에게는 흥미를 끌고 진정성을 드러낸다. 비밀문서의 존재를 주장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그에게 본 사건의 공론화는 입맛을 돋게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진정성 한 스푼. 미첼은 이후 사건 진행 내내 스포트라이트 팀 최고의 조력자가 된다. 매클리시에게는 언론인이라는 직위를 이용한다. “보스턴 신부 아동 성추행 논란”, “보스턴 신부 아동 성추행 논란과 이를 덮으려 한 변호사”. 둘 중 기사의 제목을 고르라며 은근히 압박하는 모습은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 중 하나다.

 

 

요약하면 집요함, 지인 활용, 흥미와 정당성 강조, 진정성, 압박 등의 방법이 보인다. 이들은 인터뷰 기사를 작성할 때 인터뷰이를 섭외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영화 내에서도 인터뷰는 아니지만,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람을 섭외하므로 인터뷰의 궁극적인 목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정석적인 인터뷰이 섭외 방법을 여럿 사용하여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룬 스포트라이트 팀이다.

 

▲ 로비의 말을 듣고 난 후 에릭 매클리시. <스포트라이트>(2015) 스틸컷.  © 주식회사 더쿱

 

-고위층의 압박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

 

가톨릭계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마티가 형식적으로 로 추기경과 만날 일이 생겨 대화를 나누는데 추기경이 여러 공동체가 힘을 합쳐야 사회가 일어날 수 있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마티도 지지 않고 언론은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라며 응수한다. 이 대목에서 권력에 대한 언론의 독립적인 감시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취재 대상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해야 하는 주요한 덕목이다.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신부 성추행 피해자 모임의 리더 필 사비아노(닐 허프)를 만난다. 그는 이미 13명의 가해자를 알고 있었고, 모임의 사람들에게 접촉하고 인터뷰할 수 있게끔 해준다. 이에 더해 필의 소개로 신부 성추행 사건들을 수십 년간 연구해 온 리처드 사이프라는 심리학자와도 접촉한다. 그와의 대화 도중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사비아노가 언급한 13명에 대해 리처드는 그 정도면 보스턴 신부 전체 가해 중 6%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한다. 정보의 양과 사건의 심각성이 급격하게 방대해지는 순간이다.

 

팀은 90명의 가해자를 교회 명부를 통해 추려낸다. 이전에 올렸던 청원도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는데 개러비디언은 이미 문서가 일부분 공개됐다고 전한다. 그가 내부자의 증언을 얻기 위해 이를 증거로 첨부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교회에서 은폐하여 열람할 수 없었다. 만약 청원 요청이 가결되면 타사에서 자신들의 취재를 훔칠 수 있기에 개러비디언이 다시 문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렇게 다시 문서가 제출되기 직전, 모든 것들을 덮을 만한 비극이 발생한다. 911 테러다.

 

▲ 모든 것을 앗아간 테러.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 보도자료

 

-시리즈 형식의 기사를 성공시키려면: 나무가 아닌 숲

 

모든 취재의 잠정적 중단은 물론이다. 마이크(마크 러팔로)는 플로리다로 출장을 가면서 취재와 기사 준비는 계속해서 미뤄진다. 그는 개러비디언에게 조금만 제출을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가 보스턴으로 돌아오기 전 어쩔 수 없이 문서를 제출한다. 부리나케 돌아온 마이크는 곧장 로비에게 기사를 내자고 주장하지만, 로비의 생각은 달랐다. “시스템에 집중해야 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커다란 시사점이다. 진실에 대한 저널리즘의 의무와 포괄적으로 뉴스를 다뤄야 한다는 의무를 동시에 보여준다.

 

 

마이크는 빨리 기사를 내지 않으면 취재를 뺏긴다는 압박감에 다소 감정적으로 기사를 일단 내는 게 먼저라고 한다. 만약 마이크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곧장 기사를 낸다면 물론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한동안 모든 교구계가 사죄를 하고 종교의 존엄성에 대해 큰 논란도 일 수 있다. 거기까지다. 근본적인 문제점까지 타파할 수는 없다. 일정 선에서 꼬리를 자르고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로비는 조금 더 증거를 모아 추기경이 범죄 행각을 묵살했음을 완벽히 입증할 심산이다. 뿌리를 뽑으려는 거다. 가톨릭계에 만연한 성범죄를 근절하려는 로비의 실천적, 기능적 진실을 담으려는 자세가 투영된다. 인물 하나, 사례 하나가 아닌 체계 전체를 포괄해야 하는 원칙과도 비슷한 궤를 가진다.

 

모든 기사가 완성되어 갈 때쯤, 문서 청원이 통과된다. 가톨릭계의 경고도 계속된다. 기사가 나가기 직전 교회의 관계자가 로비를 찾아와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말한다. 로비는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사가 발행되고 비슷한 사건으로 피해를 본 타지역의 제보자들에게 연락이 끊이지 않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난다.

 

정리하자면 스포트라이트 팀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언론인이 갖춰야 할 자세가 여러 번 관찰된다. 상술한 인터뷰이 섭외할 때 가져야 할 태도부터 다각적이고 집요한 정보의 수집, 상류층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 독립적인 감시견 효과, 실천적이며 기능적 진실을 실현하려는 의지, 단발적인 사건 해결에 눈이 멀지 않고 체계 전체를 포괄하는 모습까지.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더 보인다. 본 사건에 대해 기획취재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에게 행하는 충성과 기자 자신의 양심실천이다. 철저한 사실확인과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도덕을 준수했기 때문에 사실확인의 규율도 충족한다.

 

-화면이 꺼져도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공공의 비판과 타협의 장도 그렇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끝으로 페이드 아웃한다.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전 영화 이후의 상황을 설명한다. 보도 이후 90명이 아닌 250명의 보스턴 성직자가 고소당했고 로 추기경은 자리에서 내려온다. 그리고는 비슷한 사례가 있던 지역들을 나열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관련 지역 목록이 네 번에 걸쳐서 나온다. 미국 내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에 걸쳐 범죄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개봉 14년 전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우고 공공의 비판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에 있어 의미가 크다. <스포트라이트>가 주는 가장 커다란 언론의 가치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작품을 감상하면 우리는 보스턴 글로브와 스포트라이트 팀에 좋은 인상을 받음이 자명하다. 감독은 칼의 방향을 가톨릭만이 아닌 보스턴 글로브 양쪽에 겨누며 언론에 대한 자기비판도 자행한다. 중반부 사비아노와의 첫 만남, 기사가 보도되기 하루 전 로비가 마티, 편집부 부국장 벤(존 슬래터리) 등과 대화하는 장면. 사비아노는 이미 13명의 가해자를 알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이미 5년 전에 정보를 제공했는데 당신들은 무시했다.”라고 쓴소리를 던진다. 시간이 흐르고 로비는 마티, 벤과의 대화에서 보스턴 글로브에서 이 주장을 예전에 무시했고, 제보를 받고서도 단신 기사만으로 끝낸 자가 나라고 이실직고한다. 언론의 명암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고의 팀플레이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그들도 숨기고 싶은 흑역사가 존재했다. 이는 또한 언론의 역할과 명암에 대한 타협의 장까지 열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가장 무서운 엔딩 크레딧.<스포트라이트>(2015) 스틸컷.  © 주식회사 더쿱

 

공급자와 수용자 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들 또한 언론에 대한 책임감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론은 구독자와 시청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칭찬할 내용에는 칭찬하고, 잘못한 내용에는 질책도 하며 명과 암을 구분하되,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은 지양해야 함부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들도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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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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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0.0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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