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니시지마 신지 - 부당함에 맞서 밝혀내고 싶은 진실

BIFF에서 만난 사람|'표적' 감독 니시지마 신지

한수진 | 기사승인 2021/10/20

'표적' 니시지마 신지 - 부당함에 맞서 밝혀내고 싶은 진실

BIFF에서 만난 사람|'표적' 감독 니시지마 신지

한수진 | 입력 : 2021/10/20 [15:21]

▲ 니시지마 신지 감독     © 씨네리와인드 한수진

 

[씨네리와인드|한수진 객원기자] 일본인 감독이 다루는 위안부 문제. 꽤나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문제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니시지마 신지 감독은 꾸준히 한일간의 역사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전작인 「기록작가 하야시 에이다이의 저항」에서 전쟁 중 강제징용으로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추적하고 기록해온 작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영화 「표적」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기사화했다가 일본 내에서 표적이 된 한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일간의 민감한 역사적 사안을 전면에 나서 이야기한, 따라서 본인도 '표적'이 될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를 낸 감독의 이야기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영화 <표적>은 어떤 내용인가. 

 

- '표적'은 일본의 한 기자가 자신이 쓴 기사 때문에 날조 기자라는 오명을 쓰고, 그 오명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기자가 올바르고 정확한 기사를 쓰더라도 그것이 국가의 의도와 반하는 경우에는 그 기자가 공격의 대상이 되고, 기자가 속한 회사 역시 언론계에서 배제되는 일이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알리고자 영화를 제작하였다. 

 

원래 기자로 활동했다가 한국에서 특파원도 하고, PD로 직종을 바꾸기까지 했다. 어떤 이유로 이런 선택을 했는지? 

 

- 처음에 기자가 되었을 때는 직접 쓴 기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국가 권력의 영향을 받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기자를 지나 특파원, PD가 되는 과정을 거치며 관심을 가진 부분은 한일간의 역사 문제와 전쟁 문제였고, 이와 관련해 진실을 전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많은 언론사에 속하기보다 자유로운 몸이 되어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PD가 되어서는 그런 생각을 담은 다양한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다.  

 

기자로서의 삶과 현재 감독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다른가. 어느 쪽에 더 만족하는지 궁금하다.

 

- 기자도 많은 사람에게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서 만족했지만 다소 일방통행적인 소통을 했다고 생각했다. 기자는 자신의 작업물을 스스로 평가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감독의 경우 전달을 한 이후 반응이 돌아온다는 점에서 기자와 다른 매력을 느꼈다. 관객과의 대화와 같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의 작업물에 대한 반응을 얻을 때 많은 자극과 기쁨을 얻는다. 그런 부분에서 현재는 감독이라는 직업에 만족한다. 

 

한국에서 특파원 했을 당시의 경험이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양국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나? 

 

- 한국 특파원으로 있던 1991-94년은 한국의 군사정권 말기로, 노태우 정권에서 김영삼 정권으로 교체되던 시기였다. 당시는 한국의 민주화도 상당히 발전했고, 반일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사 문제에만 국한되었던 터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에 대해서는 꽤 우호적인 태도를 (한국인들이) 보였던 것 같다. 일본 가요와 문화도 금지되었던 시기를 지나며 한국에도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가 수용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했고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에는 좁혀진 듯 했던 양국간의 거리가 다시금 멀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정치의 힘이 아닌, 진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힘과 문화의 힘으로 양국간의 관계를 좁히자는 생각을 했고, 서로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아는 것이 그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 '표적'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내가 나고 자란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선박으로 3시간 정도 걸리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후쿠오카는 이전부터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상호간의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 내 주변에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한국 문화의 영향을 많은 공간이 후쿠오카 내에도 많다. 그렇기 떄문에, 애초에 국경을 구별하고 일본인과 한국인간의 경계를 두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과 일본간 유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체득했기에 선을 긋고 싶지 않았다. 국가보다는 유사한 지역, 비슷한 문화권에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따라서 한국에 왔을 때도 외국이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이런 마음이 한국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짓기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두 국가를 하나의 세계로 생각했고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국경과 관계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한국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고, 그 근저에는 한국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진정한 언론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언론이란 어떤 것인지. 

 

- 먼저 일본 언론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언론에는 크게 표현과 보도의 자유가 있으며 어떤 사안으로부터든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렇게 주장하는 언론이 스스로를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 어떤 언론사에서는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 혹은 "중국과 남경에서 발생했던 전쟁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등, 특정 테마에 대한 기사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동시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며, 언론으로서의 책임마저 포기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 일본의 언론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서 영화를 통해 일본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금기시하는 세태에 항의하고 싶었고, 따라서 이상적인 언론이란 민감할 수 있는 주제도 규제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전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영화가 꼭 중립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말한 게 인상깊었다. 이것이 언론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언론이 그토록 중시하는 '중립'은 때로는 사태를 방관하는 자세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론인은 '중립'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해야 하는가? 

 

- 영화, 특히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생각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나는 이것이 영화에 꼭 녹아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A와 B모두를 옹호하는 영화는 만들기는 쉽겠지만 감독의 가치관이 제대로 전달될 수도 없고, 관람하는 입장에서도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한쪽에 편중되어 있어도 감독의 생각이 잘 전달된 작품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거대 여당인 자민당의 경우 자신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중립적인 기사를 쓸 것을 요구하는데, 본인들을 비판할 때는 기자 자신의 의견도 같이 실어서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거대 여당이나 자본가들이 본인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것이다. 언론은 자본과 권력을 항상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제대로 비판할 수 없다면 올바른 언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언론사의 종속은 가능하게 만들 수 있으나, 언론 본연의 역할은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고 본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했는데, 보통은 정치적인 접근으로 금전적 보상의 차원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인도적 차원의 보상이 중요하다'고 말한게 인상깊었다.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추상적으로 들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도적 차원의 보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 실제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녀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것이 사죄의 방식일 수 있으나, 그에 앞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 인도적 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1994년 1월 개방한 이후, 해당 날짜를 국가의 기념일로 정했다. 일본의 경우 과거 역사와 관련된 기념일이 없는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일본이 저질렀던 만행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도적 차원의 보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잊지 않도록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위안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처럼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인은 일본인의 역사 인식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오해라기보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의 언론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이고 국민들의 눈을 돌려 왔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과거를 직시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역사를 올바르게 서술하려는 사람과 역사를 유리하게 바꾸려는 두 세력 중 후자가 일본 내의 주류 세력이었는데, 이제는 전자의 세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표적>도 제작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한국에서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한국에서도 오해를 더이상 하지 않게끔 노력하겠다. 이런 노력이 양국간의 거리를 좁혀줄 것이라고 믿는다.

 

INTERVIEW 한수진

PHOTOGRAPH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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