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제주, 기억의 바다

영화 '지슬'

이다은 | 기사승인 2020/04/16

4월의 제주, 기억의 바다

영화 '지슬'

이다은 | 입력 : 2020/04/16 [10:52]

  © 씨네리와인드 이다은리뷰어


[씨네리와인드|이다은 리뷰어] 우리가 생각하는 4월은 꽃이 활짝 피고 봄이 오는 시기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는 시기지만 같은 4월에 봄의 기쁨보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곳이 있다. 바로, 제주도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제주는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이 있는 관광지이다. 푸른 바다와 눈부신 모래사장, 천혜의 자연이 우리 모두를 반겨준다. 그러나 제주는 생각보다 아픔이 많은 공간이다. 특히 4월의 제주는 슬픔 그 자체이다. 4월의 제주, 왜 슬픈 섬으로 불리는 걸까

 

▲ 영화 <지슬> 메인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제주 4·3사건은 194731일을 기점으로 19484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921일까지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미군정기에 발생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지속한,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다. 국가 체제에 위협을 가하는 집단으로 오인당하여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이유도 모른 채 수많은 제주도민이 국가의 총과 칼에 죽어갔고 내 가족, 내 이웃이 죽어갔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영화 '지슬'은 4월의 제주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를 배경으로 하며 194811월 해안선 5km 밖에 있는 도민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소개령을 처음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집을 떠나 산으로 숨었고 많은 것을 잃었다. 비좁은 동굴 속에서 몇 십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감자로 삶을 연명한다. 비극적이고 사실적인 그날의 일들을 영화는 담담하게 흑백으로 전한다. 잔인한 장면들이 이따금 지나갈 때면 영화를 보는 모두가 현실감이 없다 느낀다. 그러나 영화 '지슬'은 그때를 그대로 담아내었다.

 

어쩌면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고 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제목인 지슬은 제주도 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 동굴로 피신을 한 마을 사람들이 삶은 감자를 먹으며 버틴다. 이외에도 아들에게 감자를 챙겨가라는 어머니의 당부와 같이 감자(지슬)에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고 등장한다. 영화는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 모두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지만, 소제목이 붙는다. 신위, 신묘, 음복, 소지는 모두 제사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희생된 제주도민들을 위로하지 못한 현실처럼 바닥에 뒹구는 제기들이 첫 장면에 등장한다. 폭풍전야의 고요한 바다처럼 영화는 조용하게 진행된다. 총성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를 제외하고 특별한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현실처럼 느껴지고 잔인한 장면이 더욱 극대화된다.

 

▲ 영화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영화는 누군가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그곳에 살아남았던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자신의 가족, 이웃 그 무엇 하나 온전하게 남지 않았다. 기억이라 불리는 산산이 부서진 무언가를 평생 안고 살아왔을 것이다, 여전히 4·3 사건의 피해자들은 제주에 존재한다. 하지만 육지 사람들은 그날의 기억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제주를 그저 관광지로서 여기고 소비한다. 영화 '지슬'을 본 사람이라면 제주의 푸른 바다가 조금은 슬퍼 보일지도 모른다. 꼭 제주를 슬프게만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제주이지만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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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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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4.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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