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사냥의 시간', 강렬한 추격전을 선보이다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김준모 | 기사승인 2020/04/23

베일 벗은 '사냥의 시간', 강렬한 추격전을 선보이다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김준모 | 입력 : 2020/04/23 [18:55]

▲ '사냥의 시간'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2010년, 윤성현 감독은 ‘파수꾼’을 통해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학생들의 우정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지만 이 작품만큼 남학생들이 지니는 섬세한 심리를 그려낸 영화는 드물기 때문이다. 상영이 끝난 후에도 많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될 만큼 열풍을 이끌어냈고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0년, 그의 두 번째 작품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2월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에 오랜 진통을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1장 1단을 지닌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다양성영화 감독이 상업영화로 올라서면서 겪는 오락성의 문제는 극복했지만 감독 특유의 섬세한 관계의 표현은 이런 오락성에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다.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청춘들의 모습을 통해 목숨을 건 세계를 담아낸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청춘, 범죄에 물들다

 

작품이 그려내는 가상의 대한민국은 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희망 없는 곳이다. 현대의 청춘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저임금으로 고노동의 생활을 하는 거처럼 이 작품 속 청춘들 역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은 딱 하나. 범죄로 돈을 버는 것이다. 장호와 기훈은 3년 전 범죄를 저질렀고 그 돈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들은 번듯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린다.

 

친구들에게 돈을 맡긴 채 감옥에 갔다 출소한 준석은 그가 수감된 기간 동안 화폐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3년만 견디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그는 처참한 현실에 절망한다. 이에 준석은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자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탕 털어서 한때 어머니와 같이 꿈꾸었던 하와이를 향하기로 결심한다. 이 계획에는 그들이 털기로 결정한 도박장에서 일하는 친구 상수도 함께하게 된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우정 그리고 위험

 

네 남자는 우정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준석이 있다. 준석은 친구들의 몫까지 책임지고 감옥을 택할 만큼 의리가 있다. 그는 자신의 돈을 가지고 도망친 상수를 다시 무리에 끌어들일 만큼 우정을 중시한다. 하지만 이 우정 때문에 친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우를 범한다. 완벽했다 여긴 작전에 금이 갔고 냉혹한 사냥꾼 한이 그들의 뒤를 쫓게 된다. 한의 말처럼 그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부모가 없는 준석에게는 친구들이 전부다. 그는 친구들과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 결정은 오히려 위험을 자초한다. 준석이 느끼는 불안은 그의 꿈과 환상을 통해 표현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친구들을 꿈에서 만나게 되는 준석은 온몸의 식은땀과 헐떡이는 숨을 통해 한시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긴박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총이라고는 군대에서 밖에 쏴본 적 없는 네 사람은 ‘사냥감’이 되어버린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틈을 주지 않는 서스펜스

 

‘사냥의 시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쉴 틈을 주지 않는 서스펜스라 할 수 있다. 네 명의 친구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부터 장면과 심리에 있어 숨을 고를 시간을 주지 않는다. 쫓기는 주인공들이 안도하는 시간이 관객들이 함께 긴장을 놓을 수 있는 순간일 만큼. 이런 서스펜스의 힘은 추격자와 도망자 사이의 벌어지지 않는 간격에 있다. 매 순간 한이 그들을 쫓고 있단 사실과 조력자가 없는 추격전은 방심하는 순간 덫에 걸리게 유도한다.

 

여기에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 진하게 깔린 안개, 붉은 색이 도드라지는 조명은 서스펜스의 매력을 강화한다. 여기에 총격전이 주는 타격감은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총이 지닌 장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내며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알의 공포를 보여준다. 병원에서의 추격전이나 폐건물에서의 총격전은 상업영화가 지닌 오락성이란 장점을 잘 살려낸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윤성현 감독이기에 기대했던 섬세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윤성현 감독이기에 기대했던 섬세한 심리는 드러나지 않는다. 네 명의 주인공이 친구라는 점, ‘파수꾼’의 이제훈과 박정민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한 섬세한 심리 드라마를 펼칠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서스펜스에 중점을 둔 연출로 인해 피어나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사냥꾼에게서 도망치기 바쁜데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는 심리 드라마를 펼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은 한 역의 박해수가 지닌 강렬한 카리스마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지닌 우울함, 긴박감을 자아내는 추격전으로 오락적인 측면에서 만족감을 채우지만 윤성현 감독에게 기대했던 장점에서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친구들 사이의 ‘찐우정’을 표현하는 연출은 인상적이지만 사건 이후 이들 사이의 심리적 갈등을 깊게 보여줄 섬세함은 부족하다. 선택과 집중이 오락성을 향했고 이를 만족시켰지만 윤성현 감독 자체에 기대했던 포인트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0.04.23 [18:55]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