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F|오즈 야스지로가 말하는 '부부의 맛'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오차즈케의 맛’ /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04

JFF|오즈 야스지로가 말하는 '부부의 맛'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오차즈케의 맛’ / The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김준모 | 입력 : 2020/12/04 [22:29]

 

▲ '오차즈케의 맛' 포스터  © Shochiku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는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 가치관의 갈등을 담는다. 텃세를 부리는 동네 아이들을 제압하는 형제가 상사에게 굽신거리는 아버지를 보고 충격을 받는 귀여운 갈등부터, 자식을 만나기 위해 상경한 노부부가 홀대를 당하는 슬픈 갈등까지 일상에서 시대와 가치관의 변화로 인한 갈등을 담는다.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첫날 공개작인 오차즈케의 맛은 부부 사이의 갈등을 담아낸 오즈 야스지로의 따뜻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다. 작품의 갈등은 당대 일반적인 가정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특별하지 않지만 인물의 캐릭터를 잡고 섬세하게 감정을 이끌어가는 힘이 좋다. 여기에 유쾌함을 통해 좋은 리듬감을 유지한다. 사타케와 다에코 부부는 당시 여느 부부들처럼 중매를 통해 결혼을 했다. 사랑 없는 결혼은 형태만 유지하는 껍데기에 가깝다.

 

▲ '오차즈케의 맛' 스틸컷  © Shochiku

 

다에코는 조카 세츠코와 함께 다른 부인들과 어울린다. 이들은 함께 온천을 다니며 여유를 즐긴다. 다에코는 사타케와 함께 지내는 게 싫어 세츠코 핑계를 대고 며칠 동안 놀러갈 생각도 한다. 세츠코는 사랑 없는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다에코를 보고 자신은 절대 중매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을 보던 도중 마음대로 도망쳐 버린다. 다에코는 그런 세츠코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타케는 그러려니 한다.

 

사타케는 전형적인 모범가장의 이미지다.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고 검소하다. 성격도 까다롭지 않아 가정부와 단 둘이 있을 때면 간단하게 식탁을 차려 달라 요구한다. 어찌 생각하면 이상적인 남편상이지만, 핵심적으로 마음이 없다. 마음이 없기에 다에코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52년에는 여성은 적극적인 위치보다는 수동적인 위치였다. 다에코는 사타케에게 사랑을 요구하기 보다는 그가 보여주길 바랐을 것이다.

 

남편이 그러지 않으니 아내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린다. 그런 모습을 보며 세츠코는 자신은 사랑 있는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세츠코의 모습은 기존 가치관과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인다. 세츠코가 맞선을 깨면서 집에서는 난리가 나고, 다에코도 세츠코에게 화를 낸다. 다에코는 요즘 서구 문물이 많이 들어오면서 무서운 책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무서운 책은 여성들의 생각에 변화를 가져오는 책이다.

 

▲ '오차즈케의 맛' 스틸컷  © Shochiku

 

자유연애는 다에코 시대의 여성들은 생각하기 힘든 이야기다. 세츠코는 사타케와 다에코 부부처럼 살 바에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정답이라 여긴다. 그만큼 다에코는 사타케에게 무심하다. 심지어 사타케는 다에코의 눈치를 보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권위적이지 못한 가장의 이미지는 전후 시대와 연관되어 있다. 사타케는 부하직원 모키치의 권유로 향한 파칭코에서 전쟁 당시 같은 부대에 있던 전우를 만난다.

 

전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은 패전 세대가 지닌 무력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가정에서 권위를 세울 만한 아버지의 이미지를 지니지 못했다. 밝고 매사에 적극적인 모키치와 달리 사타케가 어딘가 움츠려 보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오즈 감독은 이들 부부에게 오차즈케를 선물한다. 오차즈케는 녹차에 밥을 말아먹는 요리다. 감독은 사타케의 입을 빌려 부부관계는 오차즈케와 같다고 말한다.

 

▲ '오차즈케의 맛' 스틸컷  © Shochiku

 

일본음식을 보면 국물에 말아먹는 요리가 드물다. 오차즈케는 차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점에서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 부부는 서로 다른 가정에서 자란 두 남녀가 관계를 맺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걸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고 갈등을 겪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밥알 하나하나가 녹차의 맛을 품는 거처럼 서로를 향한 인내와 존중을 보여주면 부부는 하나가 될 수 있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 특유의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랑의 가치관을 보여주면서, 변하지 않는 맛도 있음을 말한다.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드라마는 오차즈케처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보여주며 변하지 않는 거장의 솜씨를 느끼게 만든다.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새로운 영화를 공개한다. 간단한 회원가입을 통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공개작은 24시간 동안 관람이 가능하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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