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FF|22년의 세월을 담아낸 일본판 '인간극장'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고토의 토라상’ /Tora-san in Goto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2/10

JFF|22년의 세월을 담아낸 일본판 '인간극장'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고토의 토라상’ /Tora-san in Goto

김준모 | 입력 : 2020/12/10 [09:31]

 

▲ '고토의 토라상' 포스터  © JFF 제공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14년 작품 보이후드는 한 감독이 한 아이를 12년 동안 촬영하며 그 성장을 담은 영화다. 12년 동안 같은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한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성을 통해 깊은 감동을 줬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은 인물의 철학과 인생에 빠져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고토의 토라상은 무려 22년의 세월을 담아낸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고토는 나가사키 지역에 있는 섬이다.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내륙을 향하며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토라는 집 앞에 우동공장을 차리고 가족 사업을 한다. 그는 고토의 젊은 사업가이자 지역을 사랑하는 남자다. 고등학교 시절 만난 첫사랑 마스요와 결혼한 그는 이곳 고토에 정착해 자식만 무려 7명을 낳았다. 작품은 1993, 막내 세분이 두 살이었을 때를 시작으로 긴 세월을 담아낸다.

 

토라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에 두각을 보냈다. 마스요가 전문학교 졸업 후 고토로 돌아와 선생님이 된 반면, 토라는 야구의 꿈을 위해 내륙을 향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토라는 고토로 와야만 했다. 마스요와 결혼한 토라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우동이었다. 고토의 명물로 우동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집앞에 우동공장을 차린다.

 

토라의 가정교육은 엄격하다. 그는 새벽 5시를 시작으로 아이들에게 일을 시킨다. 아이들은 하루 1시간씩 돌아가면서 토라를 돕는다. 아이들은 일을 한 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라는 급여를 지급한다. 이런 토라의 교육은 공동체 생활의 적응과 주변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방법, 노동을 통한 자립과 금전적인 개념을 가르친다. 토라는 모내기 때는 학교도 빠지게 할 만큼 학교교육보다 사회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허나 자식들은 모두 이런 토라의 교육법에 찬성하는 건 아니다. 아버지를 말싸움으로 이길 자신이 없을 뿐 온전하게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학교에 가기 전부터 일어나 일을 하는 생활은 피곤하다. 한창 어리광을 부리며 놀고 싶을 나이에 토라의 가정교육은 다소 엄격하다. 토라는 자식을 7명이나 낳은 이유에 대해 어쩌다 보니 라고 답했지만, 첫째 타쿠로 이후 남자아이를 원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타쿠로 이후 코코로, 하나에, 사쿠라, 코하루까지 연달아 딸을 낳았다. 토라가 아이들에게 우동공장 일을 돕게 시킨다는 점에서 그는 고토에서 가족이 다 함께 사는 방법으로 이 공장을 고안해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필요했고, 아들 한 명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둘째 아들 류노스케와 셋째 아들 세분은 어린 시절부터 우동공장의 일을 함께 돕는다.

 

▲ '고토의 토라상' 스틸컷  © JFF 제공

 

허나 세상 모든 일이 자신의 계획처럼 되는 건 아니다. 특히 가족 문제는 더하다. 타쿠로와 하나에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토라와 다툼 끝에 집을 나간다. 코코로, 사쿠라, 코하루 역시 쉽게 토라의 뜻을 따라주지 않는다. 위의 아이들이 집을 나가면서 그 부담은 온전히 토라의 몫이 된다. 토라는 사쿠라와 코하루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그 돈을 대기 위해 부업으로 소금을 만든다.

 

토라의 삶은 우리네 아버지와 같다. 그는 가족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그래서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가족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고토에서 함께 지냈으면 한다. 허나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어색하다. 아이들을 토라의 강압적인 교육 아래 답답함을 느끼고 섬을 떠나고자 한다. 토라는 자신의 계획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노동을 하다 몸을 망치기에 이른다.

 

토라가 생각한 가족 공동체는 어린 시절 그가 이루지 못한 꿈에 있다. 쓰러진 아버지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고, 아버지는 그에게 먹고 살 무언가를 물려주지 않았다. 그 답답함을 알기에 토라는 자식들이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고토의 명물인 우동면을 뽑아내는 우동공장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소금도 고토에서 처음 제작된 소금 상품이라 하니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엿볼 수 있다.

 

이런 토라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다. 가족들은 토라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 집을 향한다. 타쿠로는 어업에 종사하면서 우동공장 일을 돕고, 첫 사진집을 발매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하나에도 2년 동안 우동공장 일을 함께하기로 한다. 토라를 대신해 가족들은 함께 우동을 만들며 그의 꿈을 유지하고자 한다. 비록 토라의 교육은 강압적이었으나 그 사랑만은 진심이었음을 자식들은 알았던 것이다.

 

작품은 22년의 세월 동안 건장하고 모범적인 어른이 된 토라의 아이들을 보여준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인생극장보다 더 따뜻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선보인다. 귀여운 막내 세분이 양복을 입은 어엿한 직장인이 된 모습을 본 순간, 그 성장의 세월을 바라본 관객은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사람 뿐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하게 보여주며 감정을 자극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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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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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2.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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