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 보여도 진지한 우리들의 이야기

Review|’미드90’(2019)

조유나 | 기사승인 2021/04/12

가벼워 보여도 진지한 우리들의 이야기

Review|’미드90’(2019)

조유나 | 입력 : 2021/04/12 [10:00]

 

▲ '미드 90' 포스터.  © 오드(AUD)


[씨네리와인드|조유나 리뷰어] 누구에게나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세상의 모든 각박함을 온몸으로 맞으며 쿨하고 멋들어지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 시기를 어떤 이는 사춘기라고, 지나갈 바람이라고 무시하지만 그 지점을 지나는 당사자에게는 꽤나 무겁고 진지한 모습으로 덮치기에 모른 체하기 어렵다. '미드 90'은 피하는 건 근사하지 않다는 생각에 겁먹은 성정을 애써 감추고 쿨과 멋에 동화되고픈 욕구 그 안에서 진정한 멋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던진다. 

 

▲ '미드 90' 스틸컷.  © 오드(AUD)


주인공스티비가 형에게 얻어맞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 영화는 이후 형의 방에 들어가 욕을 하고 아령을 들어보는 스티비의 모습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관객은 스티비의 치기 어린 행동을 보며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미소 짓게 된다.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왠지 찌질하고 유치해 보이는 때가 주인공인 어린 소년 스티비에게도 찾아왔다. 그렇기에 그는 거리에서 물총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다 묘기를 부리며 보드를 타고 가게 주인과 시비가 붙는 키 큰 형들에게 눈을 돌리는 반응을 보인다. 그들을 관찰하던 스티비는 그들이 보드 모임을 갖는 가게에 들락날락하며 그 안에 녹아들어 반항기가 잔뜩 점철된 사춘기를 보낸다.

 

엄마의 돈을 훔쳐 산 보드를 타며 모임 구성원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스티비는 그들과 폐쇄된 학교에 들어가 보드를 타다가 경비에게 걸려 저들과 엮이지 말고 나오라는 말을 듣는다. 밖으로 나갈지 말지 기로에 서서 우물쭈물 대던 스티비가 결국 보드 모임 멤버들의 곁으로 돌아가 경비를 욕하는 형들을 보며 함께 웃는 모습은 현재 그에겐 올바름 보다는 소속감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중간이 뚫려 있는 지붕에서 점프를 하며 구멍을 뛰어넘는 위험한 묘기를 부리는 형들을 따라하다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엄마와 다퉈도 스티비는 그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일원으로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다. 반항기 가득한 스티비의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던 엄마가 보드를 타다 다친 그를 보고 보드 멤버들이 있는 가게에 들어가 소리치고 나왔을 때도 죄송함보다는 서러움과 분노가 폭발해 집에 들어가지 않으며 엄마의 요구에 불응하기도 한다.

 

▲ '미드 90' 스틸컷.  © 오드(AUD)

 

스티비뿐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각자의 사춘기를 지난다. 보드를 진지하게 타며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영위하고 싶지만 주위의 시선은 녹록지 않은레이’, 꽉 막힌 부모 밑에서 반항기 넘치게 자란 정서 불안존나네’, 양말 한 짝 살 돈도 없이 가난하게 지내면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4학년’, 가정폭력을 당하는루벤등 인물들은 각자의 모진 고민거리를 손에 꼭 쥐며 걸어간다. 스티비의 삶의 요동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도 자신들에게 불어오는 강풍을 정통으로 맞으며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초반에는 귀엽고 가볍게 느껴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그 안에 동화되기 시작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자신들의 삶에 꽤나 진지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누가 봐도 서투르고 미성숙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그리지 않는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싸우고 방황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어떤 인물이든지 자신이 살아가고픈 인생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응시하게 만든다. 이는 러닝타임이 늘어날수록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보드를 왜 타냐는 노숙자의 질문에행복하니까요라는 가벼우면서도 철학적인 존나네의 대답과 그것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레이, 가난과 무시 속에도 그들이 보드를 타는 매 순간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촬영하는 4학년. 영화는 스티비 주위의 인물의 치열함을 여과 없이 그려낸다.

 

미숙한 스티비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술에 취한 존나네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친 스티비가 깨어났을 때 보드 모임원은 병실로 들어간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스티비를 보며 레이는너처럼 세게 부딪히는 놈은 처음 봐. 그럴 필요 없어라고 말하며 그를 위무한다. 그들의 일원이 되기 위해 보드를 타고, 다치고, 가족과 싸우는 스티비의 난폭한 인생이 위로받는 순간임과 동시에 인정받는 순간이다. 어린 스티비가 단순히 미숙한 아이가 아닌 자기만의 인생이 있는인간자체로 인정받으며 관객도 귀여운 아이의 사춘기로 치부하던 스티비의 노고를 레이의 말과 함께 진지하게 끄덕이게 된다. 그 순간 누구도 스티비를 허세 가득한 어린아이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달픈 인생에 돌진해 부딪치는 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 '미드 90' 스틸컷.  © 오드(AUD)


영화는 마지막까지 극적인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성장한 사람 혹은 반항을 멈추고 부모가 원하는 올바른 아이로 자라는 결말이 아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보드 모임 멤버들이 스티비의 병실에 모여 4학년이 그동안 찍고 편집한 비디오를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그들의 모습은 객기 가득한 어린아이들로 비칠 수 있지만 마지막 영상은 그 모든 걸 뒤집는다
그들이 그동안 보드로 하나가 되어 나누던 웃음과 추억, 자유로움과 무모함, 재미와 아픔이 모두 녹아든 영상을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이란 영화를 재상영하듯 보여준다.

 

그 순간 관객은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며 응원하게 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으려 하지 않던, 그저 자신에게 다가오던 인생을 나만의 방식으로 진지하게 살아보려 하던 그들의 쿨함을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난잡하게 노는 걸 멋이라고 단정 짓는 게 아닌 진지함을 갖고 살아가는 인생이 멋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들은 모두 불안하고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진지하게 고민하며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그 진지함은 어느 것보다도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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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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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4.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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