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토양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력의 씨앗

이하늘 | 기사승인 2021/04/13

척박한 토양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력의 씨앗

이하늘 | 입력 : 2021/04/13 [10:00]

[씨네리와인드|이하늘 리뷰어] 정이삭 감독의 작품 <미나리>가 2021년 4월 25일에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까지 총 6개의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에 이어 또 한 번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감을 품어본다. 

 

▲ 미나리 네이버 스틸컷  © 이하늘

 

미국 사회, 한국 이민자의 삶

 

이민, 사전적 정의로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을 통칭한다. 1980년대 한창 아메리칸드림이 불렀을 때, 미국 사회에서 이주해서 건너온 한국 이민자들은 한인사회를 만들어 살아갔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한국 이민자들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고, 공장 같은 단순노동에서만 설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한인들은 세탁소나 식료품점, 미용실 등을 운영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이뤄갔다. 영화 속 제이콥(스티븐 연)의 가족도 아칸소로 이주하여 병아리 공장에서 병아리 암수를 고르는 과정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사실 이민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처음에는 기름진 토양을 꿈꿀지라도 이후에는 그 땅이 자신이 상상 속에서 꿈꾸었던 땅이 아니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이콥(스티븐 연) 이하게 되는 농사 역시 그들의 삶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에서의 삶을 버리고 미국으로의 이주, 이는 어떻게 보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안정적인 펜스를 던지고 드넓은 자신을 방어해 줄 수 있는 것들로부터의 멀어짐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요하는 일이다. 땅속에서 뿌리가 썩을 수도 있고 뿌리가 잘려나갈 수도 있고 뿌리가 휘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제이콥(스티븐 연) 가족의 이동, 도시에서 시골로

 

영화의 오프닝에서 차를 탄 모니카(한예리)가 운전을 하면서 어디론가 가면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하는 가족들을 따라간다. 관객들은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 그들의 시선을 쫓아간다. 모니카(한예리)가 멈춘 자리에는 넓은 대지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이동식 집이 보인다. 마치 이동식 집은 미국 사회로 들어온 한인 가족인 모니카(한예리) 가족의 모습처럼 아무도 없이 고립된 듯 보인다. 제이콥(스티븐 연)은 미국의 도시에서 멀어져 아칸소의 시골로 들어와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어 돈을 벌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고, 이에 그의 아내인 모니카(한예리)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과 자신의 아들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는 심장병 때문에 병원에서 가까운 곳에 살기를 바라는 모니카(한예리)는 이 결정이 달갑게 느껴질지 없다. 초록색 대지와 그 사이에 서있는 제이콥(스티븐 연)의 가족들은 마치 새로운 성장의 소용돌이 안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새로운 시작이란, 무엇보다 설레는 일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으로 무척이나 무섭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이콥(스티븐 연)의 가족은 그 시작의 발걸음으로 한발 다가갔다.

 

시행착오, 변수의 등장

 

제이콥(스티븐 연) 가족의 집에 모니카(한예리)의 어머니인 순자(윤여정)이 그들의 집으로 들어온다. 하나의 안정된 사회에 다른 시선이 들어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보지 못한 데이비드와 앤, 이로써 세대 간의 불화가 생겨난다.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모니카의 어머니인 순자(윤여정)은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져온 화투나 다른 음식들을 권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부감을 가진다. 이는 거시적인 관점으로서의 해석이 아닌 우리의 가정 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무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 안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존재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침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 세대와 손자 세대를 아우르는 미나리에서의 관계 역시 이렇게 해석이 된다. 하지만 금세 융화된다. 다양한 문화가 새롭게 섞이듯이 그들의 삶도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제이콥(스티븐 연)의 농장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대출을 빌려서 마련했던 농장의 일은 다양한 변수의 등장으로 엉키게 된다. 물의 부족으로 그는 식수도를 끌어다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사용하는 물이 사라지게 된다. 이와 같이 순자(윤여정)의 질병도 생겨나게 된다. 이는 영화상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이는 나이, 세월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몸을 가눌 수 없게 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자연의 흐름처럼 보이며,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진다. 변수라는 것은 갑자기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가져다주는 비극처럼 도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변화로도 여겨진다. 순자(윤여정)의 변화에 철이 일 없던 데이비드와 앤은 영화의 엔딩 부예 할머니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 미나리 네이버 스틸컷  © 이하늘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가장 가깝고 내밀한 존재이면서 서로에 대해서 가장 잘 모르는 존재가 될 수가 있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치는 부분들이 많고 다양한 영화에서 다룬 가족처럼 우리는 가족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 예리) 역시 몇십 년을 살아온 가족, 부부로서 서로가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공유하지만 이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면밀하게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 안에서 오해를 만들어 낸다.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이 농장을 일궈 나중에 자식들로 하여금 아버지가 이만큼 해냈다는 아버지로서의 위치를 굳건하게 다져가려고 하는 반면, 모니카(한예리)는 도시로 나가 데이비드의 병도 고칠 수 있게 하고 돈을 빨리 벌어 좋은 집에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한다. 이로 인한 간격은 더 많은 거리감을 만들어내고 서로를 베는 칼날이 된다.

 

제이콥(스티븐 연)이 한 해의 농사를 마치고, 그것을 수확해서 도시에 공급을 하여 수익을 얻으려고 가족들과 함께 도시로 간 사이, 일어난 화재 이는 모니카(한예리)의 어머니 순자(윤여정)의 실수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데이비드의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소식을 들고 집으로 도착했지만 집에 남겨진 것은 화재의 연기, 불행의 연기이다. 1년 동안 수확한 모든 것들이 담긴 창고에 불이 나고 가족들은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농작물을 지키려고 하는 것과 다르게 이제는 서로는 서로를 지키려고 불속에서 살아남으려고 한다. 또한 처음에 순자(윤여정)의 등장에 반가워하지 않았던 데이비드와 앤도 할머니의 자책을 끌어안아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가족이라는 것은 서로 넝쿨처럼 엮인 가장 잘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내밀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안겨줄 수 있지만 그만큼 가장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것이다. 

 

▲ 미나리 네이버 스틸컷  © 이하늘

 

 

미나리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의 울림을 주는 이유

 

미나리가 개봉되자마자 여러 개의 상들에서 노미네이트가 되는 것은 '정이 삭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우연의 예술에서의 대담'에서의 정이 삭 감독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미나리는 한 꼬마의 시점이 아니라 가족 개개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들은 사용하는 언어도 문화도 생활습관도 다르다. 미나리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의 이야기라고만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피를 공유한다. 같은 토양을 공유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자신들만의 습관을 만들어낸다. 그 가족 구성원들은 새로운 뿌리를 만들고 그 터전에서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것은 전 세계에서 공유되는 단어이다. 불리는 단어는 다르더라도 그 언어는 달라도 그 단어가 주는 연대감은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미나리는 데이비드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관찰자, 응시자의 영역에서 그들의 삶에 관객들은 온전히 녹아든다. 미나리는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 가장 자유롭게 성장을 한다.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던 심장병이라는 것은 엄청난 관심과 통제 속에서 고쳐지는 병이 아니라 가장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고쳐지는 것이라는 것을 영화 속에서 데이비드가 미나리 물을 먹고 뛰게 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암시한다. 이는 사실 우리는 척박한 토양에 씨앗을 내리고 성장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나리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의 울림을 주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시대가 다가온 지금, 우리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과 싸우면서 살아간다. 코로나로 인해서 바뀐 모든 것들은 마치 우리가 살던 토양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토양에서의 뿌리내림처럼 느껴지며 이 성장은 더디라도 우리는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나리처럼 어디에 있어도 잘 자라는 식물처럼 우리는 뿌리를 내려 새로운 토양에서 일궈나갈 것이다. 새로운 초록빛을 보는 그날처럼 우리는 열심히 피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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