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도 감정도 주입으로 해결하다

Review|'서복' / 4월 15일 개봉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4/19

메시지도 감정도 주입으로 해결하다

Review|'서복' / 4월 15일 개봉

김준모 | 입력 : 2021/04/19 [10:05]

 

▲ '서복' 스틸컷  © CJ ENM , 티빙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중언부언(重言復言)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한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다. 영화에서 도입부나 서사를 생략한 거두절미(去頭截尾)가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면, 중언부언은 지루하고 답답한 기분을 준다. '서복'은 이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영화다.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론의 측면이 아닌 주입의 형태로 반복하다 보니 지치는 감이 크다. 한국영화 최초 복제인간이란 흥미로운 소재를 철학적인 측면에서만 담아내려다 자기 철학에 갇히는 우를 범한다.

 

▲ '서복' 스틸컷  © CJ ENM , 티빙

 

흥미로운 소재와 유의미한 철학

 

'서복'의 장점은 소재 그리고 철학이다. 기존 한국 SF 영화계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복제인간만을 소재로 한 작품은 없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도 '로보캅' 같은 사이보그나 '터미네이터' 같은 인공지능(AI) 로봇은 그 유명세와 재생산으로 익숙하지만 복제인간은 친숙하지 않다. 때문에 서복이란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은 소재에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서복에게 투영된 건 인간의 욕망이다. 서복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이국에 보냈던 신하 중 한 명의 이름이다.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이다. 줄기세포는 2004년 황우석 사건을, 유전자 조작은 GMO 식품과 동물의 개량종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소재들은 인간이 욕망으로 인해 도덕성과 생명윤리를 뒷전에 두었음을 상기시킨다. , 서복은 인간의 욕망에서 태어난 존재다.

 

서복을 이송시키는 임무를 받은 전직 특수요원 기헌을 비롯한 인물들은 서복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킨다. 서복은 영생할 수 있는 존재다. 학선을 포함한 연구원들은 서복을 통해 명성과 부를, 기헌의 상사인 안부장은 서복을 외국에 팔아넘겨 막대한 돈을 벌고자 한다. 기헌은 서복의 골수를 통해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치료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서복과 관련된 임무를 수락한다. 이들은 모두 욕망과 윤리의 경계선에서 서복과 대치해 있다.

 

▲ '서복' 스틸컷  © CJ ENM , 티빙

 

거대한 담론이 아닌 반복되는 메시지

 

극중 인물들은 서복을 통해 사회적인 욕망과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를 반복한다. 사회적인 욕망의 핵심은 영생이다. 인간은 유일하게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란 영화 속 대사처럼 죽음은 신이 내린 저주이자 인간이 정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다. 실험을 통해 탄생한 서복은 인간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재료다. 때문에 서복의 존재는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욕망을 불러온다.

 

인간적인 욕망은 그 실험재료와 관계를 맺으면서 생겨난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생각해 보자. 산골 소녀 미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 돼지 옥자와 친구 같은 관계를 맺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한다. 옥자 같은 돼지는 공장에 한 가득이지만, 그 사이에 유대감이 있기에 옥자를 특별하게 여기고자 하는 욕망이 피어난다. 서복은 옥자와 같은 실험체다. 인간과 같은 존엄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필요에 따라 이용되고 폐기된다.

 

서복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한 기헌은 서복을 구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욕망을 발현한다. 실험실에 갇힌 돼지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같은 실험체인 서복에게는 품게 된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서복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질문을 반복한다. 인간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삶 속에서 존재가치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는 영화의 대사는 죽지 않는 서복 역시 존재 가치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같은 존재임을 암시한다.

 

다만 이런 영화의 철학은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며 주제의식을 확실히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대사나 장면을 통해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거나 상념에 젖게 만드는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답을 다 알려주고 외우게 한다.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주입식 교육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성을 지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메시지에 몰입한 감정 속 실종된 알맹이에 있다.

 

▲ '서복' 스틸컷  © CJ ENM , 티빙

 

감정을 먼저 주는 서사의 아쉬움

 

메시지를 반복하며 주입을 시도한 '서복'은 감정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영화의 감정은 서사에서 비롯된다. 서사를 층층이 쌓아서 감정을 만든다. 이 영화의 서사는 단조롭고 단순하다. 서복과 기헌이 브로맨스를 쌓아가는 장면은 전형적이며 감정이 폭발적으로 피어날 만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두 사람 사이를 어떻게든 끈끈하게 만들려는 음악과 분위기만이 존재할 뿐이다.

 

서복을 폐기하려는 안부장과 서복을 통해 죽음을 정복하려는 김회장 사이의 대결 역시 두 사람이 서로의 입으로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건 물론, 입체적이지 못한 갈등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작품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인 서복의 어머니이자 그를 만든 박사인 세은은 후반부 극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존재였음에도 불구 복합적인 서사가 싫었는지 빠르게 퇴장 당한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나올 수 있는 메시지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유한성과 정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메시지를 특별하게 전달하지도, 재미있게 풀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반복할 뿐이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서복과 기헌 사이의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관객이 느끼기 전 슬픔의 정서를 영화가 먼저 제시한다. 풍성한 알맹이로 서사를 채워 관객이 이야기에 먼저 빠져들게 만들었다면 감정도 메시지도 먼저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줄평 : 메시지도 감정도 중언부언

평점 : ★★

 

▲ '서복' 포스터  © CJ ENM , 티빙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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