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인간' 그들의 현재 이야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사냥의 시간'

김수현 | 기사승인 2021/04/27

'선택적 인간' 그들의 현재 이야기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사냥의 시간'

김수현 | 입력 : 2021/04/27 [17:10]

 

▲ '파수꾼', '사냥의 시간'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넷플릭스

 

[씨네리와인드|김수현 리뷰어] 'mbti'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성격유형 검사이다. 16가지의 유형으로 나뉘는 이 검사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나 또한,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검사를 맹신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나’, 이게 나의 고집적인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재미지만, mbti를 맹신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선택적 인간이기 때문이다. 누구 앞에 서느냐에 따라 나의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나는 16가지의 유형 모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하나의 성격 유형으로서 규정을 한다는 것인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나는 또 다른 유형의 사람이 되어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나의 고집적인 생각의 근거는 윤성현 감독의 두 영화 파수꾼사냥의 시간에서 찾았다.

 

개성이 강하지 않은 인물들’ ‘인물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영화나는 이 키워드가 윤성현 감독의 영화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인물에 이입하며 응원하게 된다

 

보통, 영화 속에는 개성 강한 인물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우리는 한 인물에 이입하여 보거나, 선한 인물 그중에서도 주인공에 이입하여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베테랑의 황정민이나, ‘극한 직업의 류승룡 같은 배우들에 우리는 이입한다.

 

하지만, ‘윤성현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개성이 강한 인물이 나온다기보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성향의 사람들이 나온다. 지나치게 냉철하지도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지나치게 정의롭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는 성향의 인물들이 주요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윤성현 감독의 영화를 보며 대부분의 인물에 이입할 수 있다.

 

선택적 인간윤성현 감독의 영화들을 보며 떠올린 단어이다. 이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개성이 강하지 않고,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이 세심하게 표현되었기 떄문에 떠올리게 된 단어이다. 영화 파수꾼을 볼 때에도 사냥의 시간이라는 영화를 볼 때에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은 개성이 강하지 않기에 한 사람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일감이 있었다여기서 내가 말하는 통일감이란, 그들의 성격이 완전히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충분히 낼 수 있는 성향의 성격들이라는 것이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 누구와 함께있는지에 따라 그렇기에 윤성현 감독의 영화를 보며 선택적 인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파수꾼-친구라는 이름으로

 

▲ '파수꾼'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파수꾼의 주요 등장인물은 기태’, ‘동윤’, ‘희준이다. 이 셋은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애들이다. 평범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쌓고 마치, 갑인 것 마냥 행동한다. 영화 속에서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이 친구들이 어떠한 위치인지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다른 학생들이 기태를 대하는 모습과 기태의 대사 속에서 3명의 친구들이 학교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이 3명의 인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선택적 기태이자 선택적 동윤그리고 선택적 베키(희준)’라고.

 

세 인물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열등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 친구의 갈등의 시작 또한 열등감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그 미묘한 열등감과 자존심 싸움이 커져 크나큰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미묘함은 이 영화에서 탁월하게 표현되었다.

 

영화 속 직접적으로 세 친구의 갈등이 드러나는 부분은 희준이 좋아하는 여자가 기태에게 고백을 한 이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희준은 기태에 대한 마음을 서서히 닫고 기태의 아픈 부분을 타인과 공유하기 시작한다.

 

기태라는 인물은 영화 속 가장 폭력적으로 표현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희준에 이입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희준의 행동 또한 옳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희준또한 기태와의 관계 속 가해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파수꾼 속 친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희준기태와 친구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친하니까? 어쩌다 보니? 의도된 친구는 아니었을까? 앞서 말했듯 기태는 많은 친구들의 갑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기태와 가장 친한 친구인 희준동윤도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기태의 무리로 인식되어 갑 행세를 한다. 이는 그들의 반 친구 재호의 태도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재호기태희준이 친했을 때 희준을 대하는 태도와 기태희준이 멀어졌을 때 희준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태라는 방어에 숨어 친구라는 이름으로자신의 권위를 누리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희준동윤에게 기태는 필요했던 존재인 것이다.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서 나 또한 이를 매우 이해했다. 누군가의 친구인 것만으로도 우월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알기 때문에.

 

▲ '파수꾼' 스틸컷.  © 필라멘트 픽쳐스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나는 기태의 편에 서게 되었다. 단순히, 기태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기 때문은 아니다. 기태는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로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사가 있다. “다 나를 향해 열광하고 환호하고 야 보이냐고? 존나 보이냐고? 야 봐봐! 동윤아! 누가 최고야?”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들, 즉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기태는 소위 말하는 일진으로서 외로움을 채우고 있었다. 이 대사는 기태의 삶을 대변해주는 대사이다. 내가 감히 관심받기 위해 사는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우리 삶 속 인간관계의 내면을 건드린다. 그 속의 서열, 그에 따른 열등감까지말이다. ‘기태’, ‘동윤’, ‘희준이 세사람 중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내가 이 세 관계 속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눌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통일감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사람 속에 세친구의 성향이 모두 있는 것처럼 말이다. , 그들 모두에게 이입했던 나는 더더욱 잘잘못을 따질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세친구 중 상황에 따라, 무리에 따라 자신을 선택한다. ‘기태가 될지, ‘동윤이 될지’, ‘희준이가 될지를 말이다.

 

사냥의 시간- 정보의 부재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넷플릭스

 

정체불명의 추격자 역을 제외하면 4명의 친구들 준석’, ‘장호’. ‘기훈’, ‘상수가 주요인물이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다. 충무로의 잘나가는 배우들을 모아놓은 영화인만큼 화제성은 높았지만, 그에 따른 평이 혹독했던 영화다. 나 또한, 내용 측면에서는 불호에 가까운 영화지만, 네 명의 친구들을 그려내는 감정선 만큼은 윤성현 감독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성향에서 통일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말이다.

 

이 영화는 한국의 미래 시대를 디스토피아로 설정한 영화로 한국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스토리 면에서 혹평을 많이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부재이다. 네 친구를 쫓는 추격자인 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음에도 계속해서 그들을 쫓는다.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네 친구를 쫓는 이유를 모르기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쫓던 은 그들에게 도망갈 기회를 준다. 왜일까? 이렇듯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느라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훌륭한 미장센과 사운드로 영화관 속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했던 영화인만큼 넷플릭스로 오게 되면서 이 영화의 매력은 반감이 되고 더더욱 어정쩡한 스토리 라인이 남았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부재3가지 면에서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서스펜스 효과 측면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한다나는 영화 기억의 밤을 보며 정보의 부재가 주는 서스펜스 효과를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이 서스펜스는 사냥의 시간을 보면서도 느꼈다. 왜 친구들을 쫓는지 왜 기훈이 집으로 돌아갔는지 왜 친구들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었는지 우리는 짐작만 할 수 있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둘째로 인물의 내면 표현이다. ‘사냥의 시간을 보면서도 파수꾼과 같이 인물들 성향 간의 통일감이 부각되었고 새로운 상황들에 처해지며 시시각각 바뀌는 그들의 감정들이 아주 잘 표현되었다. 이 모든 일들의 설계자이자, 비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준석은 처음에는 호기롭게 일을 시작하지만, 상수가 죽는 꿈을 꾸고 정체모를 추격자 에게 쫓기면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잘 나타나있다.

 

또한, 준석의 말을 쫓아 계획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된 장호, 기훈, 상수는 자신들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생기면서 그에 따른 불안함이 준석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어 나타난다. 마음 속의 불안과 원망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그들의 감정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듯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4명의 친구들의 모습은 내가 어떠한 무리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맡았을 때, 혹은 일개 팀원의 일을 맡았을 때 나타낼 수 있는 성향들이다. 어떠한 팀의 대표로 있으면서 무게감, 성취감, 추진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준석의 모습을 선택한다. 혹은, 어떠한 팀의 팀원으로 있으면서, 대표에 대한 충성심, 두려움 등을 나타내기 위하여 선택적으로 상수혹은 기훈혹은 장호의 모습을 한다. 이렇 듯, 4명의 친구들 또한 나에게 선택적 인간이라는 말을 내뱉게 한다.

 

▲ '사냥의 시간' 스틸컷.  © 넷플릭스


이 영화의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나쁘게 표현하면 애매한 결말이지만, 이 영화는 좋은 쪽으로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결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또한 정보의 부재가 주는 3번째 탁월함이라고 할 수 있다
해피엔딩이라고도 새드엔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엔딩은 그 이후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기훈이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 준석의 모습과 준석의 가게에 나타나는 기훈의 잔상은 혹시 모른다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기 위해 다시 디스토피아로 돌아가는 준석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친구들을 지키지 못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두 영화의 주된 콘텐츠이자 탁월했던 콘텐츠는 인물들 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파수꾼속 친구들, ‘사냥의 시간속 친구들을 보며 우리의 인간관계를 떠올린다, 이 두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나 경험해봤을 만한 관계 속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우리가 인물들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그래서인지 나는 선택적 인간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평소라면 한 명의 인물에게 이입했던 나였는데, 이 두 영화를 보면서는 모든 인물에 이입을 했고 내가 계속해서 선택적으로 나의 모습을 정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는 mbti 혹은 간단한 심리테스트로 자신을 규정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에게 하나의 답을 준 영화들이다.

 

현재 연예계의 상황도 이 선택적 인간이라는 말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의 약 두달간 수많은 사람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다. 학교폭력은 범죄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들은 거의 범죄자로 낙인찍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인물들은 선택적 인간을 악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연예인어떤 사람들에게는 우월의 대상 어떤 사람에게는 질투의 대상일 수 있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산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미지란 어디서 오는가 결국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는 결과이다. , ‘선택적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학창 시절에 선택한 자신이 지금 현재 선택한 자신의 모습과 다르더라도 결국, 그들은 한 사람이며 자신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실망감을 크게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현재 선택한 모습이 진짜 그들의 모습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택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서, 자식의 이익만을 누리기 위해 선택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이 두 영화와 현재 연예계 논란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결국 무의식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 속에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이다. 부정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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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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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4.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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