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태움을 지우면 군대가 보이는 이 영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인플루엔자' / 연출 황준하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5/04

JEONJU IFF|태움을 지우면 군대가 보이는 이 영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인플루엔자' / 연출 황준하

김준모 | 입력 : 2021/05/04 [10:57]

 

▲ '인플루엔자'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여성영화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연대와 투쟁이다.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는 모습을 주로 다룬다. 여성영화에는 남성이 중심이 된 영화와는 다른 감정과 갈등의 해결 방식이 담긴다. ‘인플루엔자는 여성영화임에도 남성영화의 공식을 따른다. 이들의 적은 외부의 남성이 아니고 연대와 투쟁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전개를 위해 황준하 감독은 간호사 태움 문화를 소재로 삼는다.

 

태움은 간호사의 군기 문화를 일컫는 용어다. 언어와 신체폭력을 비롯해 따돌림 등 온갖 종류의 괴롭힘을 교육을 이유로 행한다.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리돌림과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군대문화가 떠오른다. 이 작품의 전개는 국내 군대영화의 대표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와 유사하다. 이는 태움 문화를 모르더라도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작품의 제목은 태움이 아닌 인플루엔자. 배경이 되는 시골마을에는 신종 바이러스가 돌아 비상이다. 이 상황은 병원의 간호사들이 심적으로 긴박한 상황에 몰리는 역할을 한다. 태움이 지닌 폭력에 이유를 더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동시에 인플루엔자는 태움의 전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 전염의 대상은 다솔이다. 3개월 차 간호사인 다솔은 병원 내에서 심각한 태움에 시달리고 있다.

 

▲ '인플루엔자'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태움의 방식은 군대와 흡사하다. 내리갈굼과 조리돌림, 상부에 호소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공개적으로 망신주기다. 다솔은 견디지 못해 병원에서 나가고자 하지만, 간호사로 취업하지 못하게 소문을 낼 거란 수간호사의 말에 결국 출근을 택했다. 아직 배울 게 많은 다솔은 신종 바이러스로 병원이 바빠지면서 신규 간호사 은비를 교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자신은 선배들과 달리 태움을 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은 은비의 실수 앞에 점점 무너진다.

 

집단 내의 폭력은 외부에서 보면 같잖게 느껴진다. 반대로 집단 내부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압력을 준다. 다솔은 자신을 향한 태움에 강하게 반기를 드는 인물이었다. 이 반기의 이유는 나는 태움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에 있었다. 은비가 실수를 반복할수록, 이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게 되는 일이 늘어날수록 다솔은 은비에게 악의를 품게 된다. 누구보다 강한 태움을 가하는 것이다.

 

▲ '인플루엔자'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처음 전염병의 존재를 알게 되면 두려움을 느낀다. 그 두려움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염병에 무뎌지면서 이런 생각을 품게 된다. 나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나만큼은 절대 걸리지 않을 것이란 맹목적인 확신을 지니게 된다. 이런 안일함은 결국 감염을 불러온다. 영화는 태움에 이런 생각을 더하며 다솔의 폭주와 점점 무너지는 은비의 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미스터리를 활용해 소재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연출이 돋보인다.

 

아쉬운 점은 용서받지 못한 자를 떠올리지 않으려 해도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태움 문화는 군대문화와 괴롭힘의 방식이 같다. 그러다 보니 전개의 과정에서 대표적인 군대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대중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힘을 지니고 있지만 새로운 감정이나 인상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부각된다. 고유의 정체성이 부족하기에 태움을 지우면 군대가 보이는 현상을 불러온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5.04 [10:57]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