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JU IFF|그녀들이 '동양의 마녀'로 불렸던 이유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동양의 마녀들' / 연출 쥘리앵 파로

김준모 | 기사승인 2021/05/04

JEONJU IFF|그녀들이 '동양의 마녀'로 불렸던 이유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동양의 마녀들' / 연출 쥘리앵 파로

김준모 | 입력 : 2021/05/04 [13:16]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스포츠에는 국가의 명예라는 의미가 담긴다. 한 명의 스포츠 스타 또는 팀은 그 개인의 승리가 국가의 승리로 이어지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스포츠를 또 다른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IMF 시절 박세리, 박찬호 등의 스포츠 스타들이 해외에서 이룬 성공이 국가적인 열풍으로 이어진바 있다. 당시 암울했던 대한민국의 현실에 자긍심을 고취시켰기 때문이다. ‘동양의 마녀들은 이런 자긍심을 현실과 판타지를 섞어 풀어낸다.

 

제목이 의미하는 동양의 마녀들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신화를 쓴 일본 여자 배구팀이다. 무려 258연승을 기록하며 여자배구의 전설로 불리는 이들은 막상 언론에는 자신들을 노출하지 않아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현재 70대가 된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그 시절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운동을 하며 손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마녀들에게 코트 위에서의 기억은 판타지의 기적과 힘겨운 현실의 교차였다.

 

▲ '동양의 마녀들'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올림픽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스포츠의 장이다. 우리나라처럼 국가차원에서 올림픽 메달을 위해 엘리트 스포츠를 택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생활 스포츠 국가의 경우 평상시에는 생업에 종사하면서 운동을 하는 실업팀을 중심으로 올림픽 팀을 꾸린다. 금메달의 신화를 쓴 일본 여자 배구팀의 시작은 오사카 니치보 방직공장의 실업팀이었다. 이들은 전국대회 우승 후 올림픽을 앞둔 세계 대회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던 소련 대표팀을 이기고 정상에 오른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배구 출전팀으로 니치보를 선정한다.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도시가 다시 재건된 모습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 그래서 도쿄 올림픽을 통해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두 종목에서 우승을 위해 분투한다. 첫 번째는 일본의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무술인 유도이고, 두 번째는 세계 최강팀을 지닌 배구였다.

 

작품은 이 과정을 당시의 훈련영상을 담은 기록, 당시의 열풍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이제는 노년이 된 여자배구팀의 회상을 바탕으로 알맹이를 채운다. 이를 통해 부각시키는 건 마녀의 태동이다. 당시 서구사회는 이들에게 동양의 마녀라는 칭호를 붙일 만큼 신비로운 존재로 보았다. 서양에 비해 체격이 작은 동양 여성들이 뛰어난 실력으로 연전연승을 기록하는 모습이 오리엔탈리즘의 신비처럼 다가온 것이다.

 

▲ '동양의 마녀들'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이 배경에는 혹독한 지옥훈련이란 현실이 있었다. 당시 니치보 팀에는 일본 내에서도 악마라 불릴 만큼 악명 높았던 다이마쓰 코치가 있었다. 그의 훈련은 확고한 주전이 없을 만큼 모든 팀원들에게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줌과 동시에 그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었다. 어떨 때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야 끝이 났다는 지옥의 훈련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잘 나타난다.

 

여자 배구 열풍을 담은 당시 스포츠 애니메이션의 공통점은 혹독한 훈련과 신체적인 고통, 이로 인한 갈등 끝의 영광이다. 계속 바닥에 쓰러지고 온몸에 공을 맞는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잔인함이 느껴질 만큼 혹독하다. 실제 훈련 영상 역시 이와 흡사하다. 배구 코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녀들은 쓰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한 실업배구팀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을 걸기까지의 동화는 엘리트 스포츠 수준의 피 땀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 '동양의 마녀들' 스틸컷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랑스 감독 쥘리앵 파로는 제목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느낌의 구성을 선보인다. 이는 당시 서양인의 시선에서 일본 여자배구팀을 바라봤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다. 이 지점에서 나타나는 과한 오리엔탈리즘과 인상을 받기 힘든 표현은 정석적인 다큐멘터리를 시도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인물이 아닌 연출을 통해 인상을 형성하려는 기교의 수준이 높지 않다.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고서야 지옥 같은 노력 끝에 화려한 결과가 온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만 남는다. 이런 점 때문에 연출적인 변수를 선보였으나 만족과는 거리가 멀다. 이와 별개로 서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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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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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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