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트루스' (2015)

남진희 | 기사승인 2021/05/05

우리들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트루스' (2015)

남진희 | 입력 : 2021/05/05 [13:15]

[씨네리와인드|남진희 리뷰어]

 

▲ 영화 '트루스' 메인 포스터  © 소니 픽쳐스(주)

 

부시 대통령의 병역비리를 의심한 언론인

 

영화 트루스는 부시 대통령의 병역비리에 대해 집중 보도하였던 당시 실제 기자 메리 메이프스의 보도 과정과 그로 인한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5년 출간된 메이프스의 저서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Truth and Duty: The Press, the President, and the Privilege of Power)>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성격의 영화라기보다는 그 사건을 직접 마주했던 한 언론인의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메리와 그녀의 탐사보도팀은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지 부시 후보에 대한 병역 비리가 의심되는 자료를 입수하게 된다. 그들이 입수한 자료에는 부시가 군 복무 당시 청탁을 통해 주 방위군에 입대하는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과 근무 중 무단이탈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들이 담겨있었다. 메리는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60이라는 다큐에서 이 내용을 보도하기로 결심한 후, 당시 부시 후보의 동료 군인들의 증언들과 직속 상관의 자백문을 토대로 삼아 안정적으로 보도를 내보내고 이 보도는 당시 언론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사람들은 부시 후보의 비리에 주목하게 된다영화의 앞 내용으로는 진실을 끝까지 쫓는 언론사가 진실을 밝혀낸다라는 흔한 교훈을 주는 것 같지만, 뒷 내용이 진행될수록 영화는 좀 더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작은 불씨가 큰 불을 일으킨다

 

보도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경쟁사가 메리의 보도 자료 중, 자백문과 취재원 일부의 증언이 잘못 되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대중들의 마음은 ‘60이 의도적으로 부시를 저격한 위조보도를 했다는 것으로 기울게 된다. 이 때부터 영화 초반에 암시적으로 숨어있던 메리의 보도에 대한 허점이 마치 나비 효과같은 상황으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메리는 병역비리에 대한 의혹에 집중하여 보도하다 보니 일부 보도 자료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서둘러 사건의 근거로 사용한 점에 있어 큰 오류를 범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권력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여 정치 권력의 부패에 저항적인 태도를 보인 훌륭한 언론인으로서의 메리의 모습과 부시 후보와 함께 생활한 군인들을 대상으로 취재 활동을 펼쳐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접근하려 한 그녀의 영특함을 초반에 잘 드러내준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자연히 메리의 능력적인 모습에 매료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그녀가 직면하게 된 절체절명의 상황에 대한 그녀의 좌절감과 고뇌에 더욱더 깊게 몰입하게 된다.

 

또한 여기서 영화는 언론인의 소명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언론인은 최대한 사건을 중립적인 자세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에 대한 시선의 중립이 깨져서 한쪽의 초점으로 치우쳤기에 메리의 방심은 장차 큰 국면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 영화 '트루스' 스틸컷  © 소니 픽처스(주)

 

권력의 부패에 대한 보도는 잊혀져 갔다

 

처음 언론이 주목하고자 한 바는 부시 대통령 후보의 병역비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메리의 보도에 대한 오류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초점을 메리에게 맞추었다. 그들은 권력의 부패를 공격하는 게 아닌 문서의 진위여부더 나아가 메리’, 그녀 자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문서에 쓰인 글자 폰트의 오류와 나아가 메리의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60분 팀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그들은 모두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언론인들이었다.

 

영화에서는 한쪽의 시선으로 치우쳐진 언론인이 그리고 대중들이 얼마나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빠르게 진실을 덮어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또한 최근 언론들이 진실을 파헤치는 활동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가며 이익을 챙기려 하는 폐단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잘 표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언론인이 지녀야 하는 자세는 무엇일까?”

 

영화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려 할 때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까지도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냐고. 언론은 순수한 정의만을 쫓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언론에서 내놓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항상 자신들의 보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영화 트루스는 보여준다. 영화에 나오는 언론사들은 이런 점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놀랍게도 언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그려내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긍정적인 이미지 또한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메리가 아빠와 같은 선배 기자인 댄 래더와의 이야기를 통해 좀 더 내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자신의 보도를 위해 성실하게 발로 뛰는 것, 그들의 보도 속에 숨겨져 있는 기자가 느끼는 감정까지도 세밀하게 그려내어 현재 지탄받고 있는 언론인이라는 집단에서도 저널리즘 정신을 잃지 않은 몇몇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또한 알려주고 있다.

 

당신의 초점은 흐려져 있지 않은가?”

 

이 영화가 던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당신의 초점은 흐려져 있지 않은가?” 이는 단순히 언론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대중들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는 현재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미디어들과 정보들을 접하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우리는 항상 우리의 시선이 한쪽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지 그로 인해 진정으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해 베일을 씌워놓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만 한다.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능력, 그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소양일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교훈까지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며 크레딧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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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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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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