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영화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1998)

김명진 | 기사승인 2021/05/07

모든 순간은 영화니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1998)

김명진 | 입력 : 2021/05/07 [10:05]

 

▲ 영화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 (주)안다미로

 

[씨네리와인드|김명진 리뷰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자칫 잘못하면 추상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림보라는 공간을 통해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중간중간에 인터뷰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영상 장르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영화 배경 자체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하나, 관객들은 각기 다른 사연의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림보라는 공간은 어느새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획득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삶은 무엇일까? 그리고 죽음은 무엇일까?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배경인 림보에서는 이 지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죽으면 일주일 정도 림보에 머물러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림보 직원들은 그 추억을 영상으로 재현해주는 일을 한다. ‘림보라는 공간은 죽음 이후에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이러니한 장소이다. 그렇지만 림보에 있는 동안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깨어있는 상태의 감각을 지니고 있기에 림보는 사람들이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정류장과도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설정은 어쩐지 아름답게까지 느껴진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감상한 관객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

 

달은 참 재밌지? 실제 모양은 변하지 않지만 빛이 닿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이니까.”

 

이 대사에서 이 상징하는 것은 추억이다. 추억은 과거에 있었던 실존하는 기억이기에 실제 모양은 변하지 않으나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인 림보가 존재하는 이유도 결국 추억에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영상으로 재현하고자 선택한 추억들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평범하다. 때때로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이 훨씬 더 기억에 남기도 한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영화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그러나 림보에 온 사람 중에는 추억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행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비밀 하나가 드러나는데 그것은 림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마지막까지 추억을 선택하지 못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또 림보에서 일하다가 5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이었단 걸 알게 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서 관객들은 자신도 누군가의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안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빈 의자가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자리는 감독이 관객을 위해 남겨둔 것이다. 그러니 관객은 그 자리에 앉아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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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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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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