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쫓는 화려한 배우들의 경주가 보고 싶다면

Review|'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9)

김도연 | 기사승인 2021/05/10

욕망을 쫓는 화려한 배우들의 경주가 보고 싶다면

Review|'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9)

김도연 | 입력 : 2021/05/10 [11:00]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포스터

 

[씨네리와인드|김도연 리뷰어] 기묘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돈가방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시작된다그리고 그 가방은 한 목욕탕에서 직원 중만(배성우)이 발견한다그는 꽤나 양심적이었고 가방을 목욕탕 창고 깊숙한’ 곳에 보관해둔다. 1장 빚, 2장 호구, 3장 먹이사슬, 4장 상어, 5럭키 스트라이크, 6장 돈가방총 6개의 토막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돈이 간절한 인물 3명을 소개한다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중만빚더미에서 혼자 빠져나간 애인의 뒷수습을 하느라 바쁜 태영(정우성),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밑에서 도망치고 싶은 미란(신현빈)까지연고 없는 이들의 개별적 이야기와 두 개로 보이던 돈가방은 영화 말미에 하나의 이야기와 하나의 돈가방으로 합쳐지며 관객은 욕망을 쫓는 인간들이 짐승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스틸 컷

 

한국판 펄프픽션가이 리치 순한 맛?

미궁의 첫 장면이 영화의 엔딩에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으로 맞춰지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역순행적 구성이 펄프픽션을 떠오르게 했다가볍게 즐길 수 있는 범죄 오락영화임에도 잠깐 한눈 팔면 이야기 흐름을 놓치게 되는 특징은 덤이며 가이리치(캐시트럭2021, 젠틀맨2020 등의 감독)의 영화도 오버랩된다기존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형식이기에 반가운 영화였다.

 

"약해 빠져가지고…"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스틸 컷

 미란이 살인 후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진태(정가람)에게 하는 말이다명구(윤제문)의 시신을 보고 구토하는 태영을 보고 연희(전도연)도 같은 말을 내뱉는다영화의 주요 여성 인물인 연희와 미란은 약하지 않다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입체적인 캐릭터이며 자신의 삶과 욕망을 위해서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둘이나 있지만 모두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고작 성을 파는’ 것을 택한 게 아쉬웠다둘의 직업이 화류계 종사자 여성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연희는 신분 조작을 해줄 만한 능력이 있는 태영에게 섹스를 해주고 미란 역시 진태를 설득하기 위해 섹스를 한다돈이라는 같은 욕망 아래에서 남성은 조직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전략 아래 움직이는 반면 여성 캐릭터 둘은 성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은 씁쓸한 부분이다둘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성녀로 그려지는 영선(진경)은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을 더욱 명확히 한다이 지점은 영화의 결말과 연결된다단 한명영선(진경)을 제외하고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악함을 보여준다서민을 위한 위로인지선함을 위한 보상인지돈이 불타버리면서 끝나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 돈은 영선에게 돌아간다섹슈얼리티를 거세당한 순자성을 파는 연희와 미란 대신 가장인 중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청소부 일을 하면서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사는 성녀 영선이 돈을 가져가는 결말은 성녀의 신화 같기도 하다

 

윤여정 배우의 배역에 대한 아쉬움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스틸 컷

 주연 목록에 크레디트를 올린 윤여정 배우는 치매에 걸려 며느리에게 폭언을 하고 불타는 집을 바라보며 아들을 토닥거리는 노인그게 전부였다아무도 돈가방을 차지하지 못하는 원작과 다르게 수정된 결말 때문에 원작에서 비중 있던 순자의 역할이 축소된 것이라고는 하나윤여정 배우를 좀 더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화려한 배우진이 보여주는 앙상블과 인물들 각자가 지닌 흥미로운 사연들 그리고 욕망이 하나로 만났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영화를 볼 이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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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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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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