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되고, 우리는 극장에 갑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로 활기를 찾은 극장가

송상호 | 기사승인 2021/05/21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되고, 우리는 극장에 갑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로 활기를 찾은 극장가

송상호 | 입력 : 2021/05/21 [12:40]

 

▲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포스터  © UPI 코리아

 

[씨네리와인드|송상호 리뷰어] 2021년 5월 19일은 석가탄신일이기도 하지만,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이하 <분노의···>)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날이기도 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팬데믹은 전 세계 영화산업과 극장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의 극장 개봉이 줄줄이 미뤄졌고, 영화관의 금전적인 손실은 크게 불어났고, 영화계 전반의 신음은 갈수록 짙어졌다. 2020년 5월에 칸 영화제 조직 위원회는 오프라인 개최를 포기하기도 했다. 깜깜한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걸까. 그로부터 일 년 남짓 지난 올해 4월 말에, 한국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되었다. 각종 섹션의 영화 상영 및 다양한 이벤트가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진행되었고, 무사히 영화제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였다. 그렇다.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되고, 우리는 극장으로 향한다.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 시리즈는 21세기 들어 꾸준히 제작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화끈한 카 체이싱 액션과 시원한 스펙터클을 겸비한 장르적 쾌감을 통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영화 시리즈이다. 프랜차이즈 영화 전 세계 흥행 순위에서 해리포터, MCU, 스타워즈 등과 함께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는 저력을 뽐내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분노의···>가 개봉하는 날, 자주 가던 극장의 홈페이지의 상영 시간표를 통해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대와 남아 있는 좌석을 살펴보았다. 밤 10시 10분에 시작하는 영화로 예매를 했다. 예매를 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고를 수 없는 좌석이 지난 몇 달간 영화를 예매했던 때보다 부쩍 많아 보였다. 그렇다. 관객들이 극장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팬데믹은 대규모 자본이 동원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에 진입하는 걸 막아 왔다. <테넷>과 <뮬란>의 뼈아픈 흥행 실패는 영화사들의 태도를 소극적으로 바꿔놓았고, 극장의 활기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2021년 5월, 침체된 극장가가 살아나는 신호가 대한민국 관객들을 통해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분노의···>는 개봉 첫날에 일일 관객 수 40만 312명을 동원했다. 이는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의 개봉작들 가운데 국내 오프닝 최고 성적이다. 여전히 일일 확진자 수가 많고, 언제나 마스크를 껴야 하고, 좌석 간 거리 두기가 적용된 상황이지만 극장가는 서서히 활기를 되찾으려고 한다. 이건 경제학, 사회학 지식을 동원한 분석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느껴왔고, 느끼고 있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나는 팬데믹이 지속되는 기간에도 극장에 영화 보러 가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아끼는 관객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뿐이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본격적으로 유행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아트시네마나 한국영상자료원(시네마테크), 각종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한극장 등의 수많은 상영관을 통해 영화를 만났다. 악조건 속에서도 극장에서 영화 보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면서 극장을 찾았다. 작년 상반기는 신작 대신 재개봉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극장가에 걸리던 시기였다. 20년 4월의 어느 날 저녁, 4DX 포맷으로 재개봉한 <아쿠아맨>을 보러 극장에 갔다. 일 년이 지났지만, 그날이 기억나는 이유는 그날 상영관에는 나 혼자만 있었기 때문이다. 참 쓸쓸했다. 내 좌석에서 분사되는 물뿐만 아니라 앞, 옆좌석에서 분사되는 물줄기까지 혼자 오롯이 맞는 느낌까지 들기도 했다. 올해 1월에 영상자료원에서 <트랜짓>을 상영했을 때도 좌석마다 두 칸씩의 거리 두기가 적용된 채 적은 수의 사람들과 서로 멀찍이 떨어져 영화를 보아야 했다.

 

그런데 <분노의···>를 보는 날은 달랐다. 상영관에 조금 일찍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관객들이 줄줄이 입장했다. 통로의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나는 어떤 관객이 중간 지점으로 들어가기 위해 내 앞을 지나가는 순간 다리를 바짝 몸 쪽으로 붙여야 했다. 사실 극장에서는 이런 광경이 종종 포착된다. 그러니까 이건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면 어김없이 겪게 되는 익숙한 순간이다. 그런데 팬데믹 기간 동안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었나. 언제나 외롭게, 극소수의 관객과 영화를 봤던 나로서는 다리를 드는 순간에야 비로소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느꼈던 감각들이 하나둘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괜히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사실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삼삼오오 뒤늦게 입장하는 관객들이 앞 열의 좌석에 앉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내 앞을 지나갔다. 그때 몸을 웅크린 사람들의 검은 실루엣이 스크린 하단을 조금씩 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광경도 실로 오랜만에 보았다.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묘한 설렘과 벅찬 감동 등이 섞인 복잡한 감정 덩어리가 내 속에서 피어나는 걸 느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한동안 잊고 있던 극장의 모습이다. 모두가 같이 북적대는 극장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상황 말이다. 죽어 있던 감각이 갑자기 되살아난 느낌이라 오묘한 여운이 남는다.

 

<분노의···>의 전 세계 최초 국내 개봉을 기념해서 시리즈의 주연 배우 빈 디젤이 직접 출연하고 내레이션을 맡은 특별 캠페인 영상(제목: 'Back to Cinema')에 관해 언급하면서 글을 마치고 싶다. 영상을 통해 빈 디젤은 말한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다 같이 즐거움을 느꼈던 곳,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찾았던 곳, 바로 극장이죠”. “어떤 순간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불이 꺼지고 영사기의 불빛이 켜지면 우리는 믿습니다”. 그렇다. 영화는 1895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짧은 기록 영상들을 한 카페에 모인 관객들을 위해서 상영하던 때에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영화는 태생부터 대중이라는 존재를 전제로 한다. 영화는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대중을 위해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한다. 빈 디젤의 말처럼, 1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시기 별로 조금씩 그 형태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도시인들은 퇴근 이후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극장을 찾아왔다. 비록 최근에는 OTT 서비스가 극장 상영의 대체재로 급부상했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계속되고 우리는 극장에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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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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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2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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