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여름날, 소녀가 만난 딜레마

[프리뷰]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 6월 17일 개봉 예정

조유나 | 기사승인 2021/06/04

차가운 여름날, 소녀가 만난 딜레마

[프리뷰]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 6월 17일 개봉 예정

조유나 | 입력 : 2021/06/04 [11:00]

 

▲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포스터.  © 싸이더스

 

[씨네리와인드|조유나 리뷰어] 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감독상, 23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신인여우상 등의 화려한 이력을 가진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은 주순 감독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이라고 보기 힘든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영화를 보는 내내 여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3년 전 엄마가 살해되고 인생이 지독하게 망가진 15살의 소녀 자허’(등은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도축장에서 육류 배달을 하는 아빠, 리대력(오국화)의 딸인 자허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냄새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기피대상이 된다. 아빠 또한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이고 둘 사이의 소통의 부재는 커져 자허와 감정적인 불화는 점차 극대화되어 가족은 쉽게 단란해지지 못한다.

 

그렇게 그녀는 마음 기댈 곳 하나 없는 외로움과 따뜻함을 알려주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괴롭게 보낸다. 영화 초반 자허의 내레이션으로 읽히는 그녀가 작문한 글은 괴롭고 참담한 심경을 대변해주며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송아지의 을 보지 말았어야 한다는 그녀의 은 영화 내내 뒤죽박죽 얽힌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은근히 드러낸다. 그러던 자허는 정비소에서 우연히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 유레이’(이감)를 맞닥뜨린다. 그 뒤, 엄마와 함께해 행복했던 추억의 장소인 놀이공원에서 또다시 그를 마주하고 분노에 휩싸인다. 너무도 일찍 출소한 그는 소년원이 아닌 교정 학교에서 3년을 보내고 나온 것이었고 그러한 사실에 자허는 그를 따라다니며 관찰하기 시작한다.

 

▲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스틸컷.  © 싸이더스

 

의도적으로 그에게 접근하면서 우연하게 그와 말문을 트고 그와 애매하게 어울리게 되며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시간 속에서 그녀가 맞닥뜨리는 살인자를 향한 묘한 감정과 분노는 감정 연기로 표출된다. 분명히 자신의 엄마를 죽인, 함께 해서는 안될 사람이지만 그녀는 그를 관찰하면서 가까워지고 그의 사연을 듣고 그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 그녀는 웃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얼굴을 영화 내내 가져가는데, 그 표정은 그녀가 빠진 딜레마를 한껏 부각한다. 그렇게 그와 함께 하며 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그녀는 몇 번이고 그를 죽일 기세를 보이지만 결국 무엇 하나 실천하지 못한다.

 

15살의 어린 소녀와 17살에 살인자가 된 소년의 사연을 풀어내는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진정성을 확보한다. 교차되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탐색하는 자허유레이는 서로의 사연을 이해하고 화합하는 마냥 낙천적인 결말을 맞지 못한다. 영화의 현실은 아주 차갑지만 마지막 장면에 자허의 감정이 폭발한 뒤 유레이에게 미성숙한 소녀가 내린 결론을 이야기하며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해를 함께 맞는다.

 

개연성의 부족과 결말의 급박함 등의 아쉬움을 남김과 동시에 유레이의 범죄를 풀어내는 방식을 단순히 미성숙한 존재로 치환하는 것은 범죄 미화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든 게 들끓고 생동감이 넘치는 여름에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다면, 식은 열기 속에서 딜레마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 싶다면,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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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나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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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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