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캐릭터와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보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김도연 | 기사승인 2021/09/30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캐릭터와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보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김도연 | 입력 : 2021/09/30 [11:28]

[씨네리와인드|김도연 리뷰어] 여성을 주요 캐릭터로 설정하는 작품을 두고 페미니즘 영화냐 아니냐를 따지는 논란은 낯설지 않다. 조지 밀러 감독이 본인의 작품 ‘매드 맥스 시리즈(1979, 1981, 1985)’를 리메이크하여 탄생시킨 「매드맥스:분노의 도로」(2015)는 개봉 이후 액션 영화가 아니라 페미니즘 영화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떠오르며 논쟁거리가 되었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 Warner Bros.

 

‘퓨리오사’의 상징성

 

로라 멀비는 ‘남성적 응시’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초기 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은 보통 남성의 응시를 위해 존재했으며 내러티브 구조에서 주변적 존재로 활동했다. 페미니즘 영화 비평에서 멀비의 논의는 중요한 이론이 되었다.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중심 인물에 여성을 상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희귀했기 때문에 여성 중심 영화의 기본 요소로 여겨져 왔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이전에도 여성을 중심에 세우는 영화는 존재했으며 남성의 전유물인 액션 장르 영화 속 순종적 이미지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남성 되기’에 집중한 ‘상징적 남성’인 여성 캐릭터이거나, 능력과 섹슈얼리티를 동시에 과시하는 캐릭터였고, 이분법적 젠더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캐릭터는 전무했다. 그 점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퓨리오사’는 분명하게 차별화된다. 

 

퓨리오사는 존경받는 사령관으로 시타델 내에서 그녀의 적수는 없으며 시타델 밖에서 방랑하는 존재인 맥스보다도 뛰어난 사격 능력을 자랑한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은 여성성을 ‘활용’해왔다. 노골적으로 대상화되는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웅적 이미지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도 여성성을 활용해서 관객을 모았다. 초기 마블 영화 속 블랙위도우도 후자에 속한다. 퓨리오사는 이러한 문법에서 벗어나서 액션 영화에 한 획을 긋는 캐릭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 Warner Bros.

 

가부장제를 타파하다

 

임모탄이 지배하는 시타델은 완벽한 부계 중심 사회다. 임모탄을 중심으로 수많은 부인들이 사내아이 임신을 위해 착취당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임모탄은 모든 이들을 통제한다. 임모탄에게 여성이란 자신의 권력을 이어갈 후계자를 생산해내는 물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폭력적이지만, 방사능에 오염되어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아내들을 보호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생존하기 수월한 시타델(임모탄의 권력이 작용하는 곳)을 택하는 대신 다섯 아내는 인간으로서 자유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찾아 바깥으로 향한다. 

 

시타델에 속해있는 남성들이 모두 병든 신체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임모탄은 호흡기를 달고 다니며 워보이(임모탄의 군대)들은 정신적으로 결핍되어 있다. 시타델에 속해 있지 않은 맥스는 부인과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종종 환청을 듣곤 하지만 영화 밖의 시선에서 유일하게 정상성에 가까운 남성 캐릭터이다. 가부장제에 착취당하던 여성들은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남성 조력자와 함께 기존 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 Warner Bros.

 

직관적인 대사

 

특히 인물들의 대사는 기득권층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데 이는 <매드맥스> 자체가 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맥스는 영화 시작 후 16분 만에, 퓨리오사는 12분만에 말을 한다)라는 것을 감안하면 감독이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을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섯 아내들은 “누가 세상을 망쳤지?”, “우리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임모탄은 그저 사기꾼이다.”, “우린 물건이 아니야, 임모탄에게 돌아가면 안돼. 슬프고 괴로워도”와 같은 대사를 통해 임모탄을 비난하며 가부장제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사회의 끔찍함과 모순을 보여주는 대사는 여성들만 하는 게 아니다. 극 중 임모탄을 비롯한 남성들의 대화는 더욱 가시적이다. “퓨리오사가 임모탄의 물건을 가져갔어!”“무슨 물건?” “아이를낳을 여자들!”, “그저 아기농장”, “Splendid, 넌 내 소유물이야”와 같은 발화들과 노골적으로 남자 아이를 원하는 임모탄의 모습, 가장 아끼는 부인이 의식을 잃자 배부터 갈라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모습은 퓨리오사를 비롯한 여성들이 이 세계를 부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고하게 보여준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 Warner Bros.

 

맥스의 존재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카메라는 퓨리오사가 아닌 맥스를 비추고 있다. 미지의 유토피아를 향해 무모하게 나아가는 대신 시타델을 역으로 점령하자는 중요한 제안을 하는 것도 맥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이 맥스인 이유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시작과 끝이 개츠비가 아니라 닉이라는 점과 동일하다. 맥스는 위대한 여정을 전달해주는 관찰자이자 조력자이다.  만약 이야기의 진행까지 퓨리오사의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면 오히려 그녀의 뛰어난 능력과 가부장 사회의 모순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가부장제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또한, 맥스는 퓨리오사를 돕는 과정에서 ‘구원’받는다. 기존 사회가 부여한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지녔던 마음의 짐을 시타델을 깨부수는데 일조하며 털어버리는 것이다. 맥스의 존재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큰 거부감 없이 여성주의적인 내용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영화가 될 수 있도록 한 효과적인 전략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캐릭터 설정과 내러티브는 여성해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분명한 액션 영화이다. 또한, 주체적인 인물들이 기존 사회질서를 전복하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 내던지는 영화이다. <델마와 루이스>만큼이나 반여성적 장르 내에서 여성 영화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활약했다는, 신화성을 띄는 작품으로 기록될 만하다.

 

▲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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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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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9.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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