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왜 발전해야 할까?

김미정 | 기사승인 2021/10/01

우리도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강국!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왜 발전해야 할까?

김미정 | 입력 : 2021/10/01 [14:15]

[씨네리와인드|김미정 리뷰어] 나는 애니메이션 장르를 굉장히 좋아한다. 명백한 가상의 것이지만, 현실과 가상의 공간 그 어디쯤의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디즈니랜드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설렘과 상상력이 충족되는 느낌을 받는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어떤 소재든지 불호가 없는 편이라, 애니메이션 대표 강국들인 미국, 일본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봤다. 두 국가는 자신들만의 색이 극명해 여러 작품에 각자의 감성이 녹아 있는데, 공통적인 것은 모두 관객층이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컨텐츠와 소재를 통해 어린 청소년 관객부터 두터운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는 성인 관객들까지 두루 섭렵한다여기서 하나 의문이 드는 건, 왜 저 둘은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강국이 되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는가이다.

 

▲ 신동헌감독 <홍길동> 개봉 당시 포스터  © 세기상사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1]이하 만화영화)의 역사는 1967년 신동헌 감독님의 <홍길동>이 국내최초로 개봉한 데에서부터 시작되어 198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지금은 대원미디어라고 불리는 대원동화도 67년이후 여러 제작사들과 함께 설립되었고,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제작 체계를 갖춰 갔다.

 

그러나 이는 양적 팽창으로만 이어지고, 질적인 면에서의 성공은 두드러지지 못했었다. 한국 영화 전체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독립영화지원책이 있었던 것처럼 지원을 받기 시작했기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국가적 지원사업이 시작되었으나 이는 TV 애니메이션을 위한 정책에 불과했다. 물론 애니메이션 전반에 대한 기술이나 인식이 부족했던 시대였기에 TV 방영 용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책도 필요했지만, 전체 영역을 끌어올리기에는 미흡했던 정책이었다결국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는 TV방영용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만화영화는 상대적으로 고위험에, 질적인 제작능력도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화영화의 두 강대국,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발전해 온 것일까? 우선 이 두 나라는 시작부터 우리와 달리, 굉장히 앞서 나갔다미국월트 디즈니(이하 디즈니)를 구축으로 발전을 이룩해 왔다. [2]디즈니는 20세기 초반부터 애니메이션을 시작해, 일찍이 미국에 상업주의 애니메이션을 뿌리내리게 했다. 1950년에 제작된 <신데렐라>, 1967년작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등은 지금까지도 디즈니의 고전작품으로서 미국 만화영화의 시작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장편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풀 3D CG로 애니메이션을 구현해낸 역사적인 작품 <토이 스토리>1995년에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시리즈를 거듭하며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어린 관객층이 즐겨볼 수 있는 소재에 더해, [3]TV방영 애니메이션에서는 1989<심슨네 가족>이 대히트를 한 이후, 애니메이션의 소재 다양화에 성공하여 만화의 소비층에 어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 <신데렐라> 미국 개봉 당시 포스터 / <토이 스토리> 공식 포스터  © 월트 디즈니

 

미국에 디즈니가 있다면, 일본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이하 지브리)가 있다. 일본은 지브리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영화가 발전, 인기를 끌게 되었다. 지브리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는 각각 1984년과 1986년에 제작되었고, 얼마전까지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갖고 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 작품이다.

 

일본 역시 어린 청소년 관객 뿐만 아니라 성인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재의 다양화를 추구해왔고, 그 결과 개인적 견해이지만 만화의 소재가 가장 다양한 나라가 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일본 내부에서는 그 해 흥행 1위가 만화영화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앞서 소개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2020년까지 역대 일본 전체 영화 흥행 1위의 타이틀을 갖고 있었고, 이 기록을 깬 영화 역시 만화영화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였다.

 

▲ <바람계곡의 나우키사> / <귀멸의 칼날:무한열차> 공식 포스터  © 스튜디오 지브리 / ⓒ 워터홀 컴퍼니㈜

 

위의 두 국가에 반해 우리는 애니메이션의 장르가 너무 유아용에만 집중되어 있다. 장르의 시작 자체가 상대적으로 늦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에 만연해 있던 만화에 대한 편견 때문에 지금까지도 소재가 한정되어 있던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들까지도 영화 이전에 마블코믹스‘DC코믹스처럼 코믹북스(만화책)를 읽는 하나의 문화가 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화를 위해 원천 컨텐츠들이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원천 컨텐츠 자체도 소재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부터 성인층들의 유입이 많다. 이런 문화로 두 국가의 성인들은 만화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거지와 같은 편견을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층이 만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이제는 차츰 만화를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레 들어서고 있다. 유년기 시절부터 미국, 일본의 만화영화를 보고자란 세대 안에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관 알바의 경험을 잠시 상기해보자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의 개봉당시 관객의 대부분은 성인들이었다. 사회의 시각도 따라 변화되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속어로 쓰이는 오타쿠가 이전 세대에서는 만화에 과하게 빠져 지내는 사회부적응자 내지는 아웃사이더의 의미가 내포된 다소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비추어져 만화의 부정적인 면으로 연결되었는데, 지금은 그 표현에 있어 많은 거리낌이 없어진 추세이다. 만화는 그대로이지만,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만화를 접하며 자란 세대들이 같은 만화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웹툰이 하나의 문화 흐름이 되면서 기성세대의 만화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줄어들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성인층까지 끌어들이는 폭넓은 만화영화를 발전해야 하는 걸까? 우선, 이 장이 커지면, 더 큰 산업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4]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90년대에 약 1,300~1,500억엔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뻗어져 나오는 관련 산업들 음악, 출판, 캐릭터의 저작권 및 상품화 등과 더불어 해외 수출의 경우까지 합해지면 더 큰 산업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기몰이한 만화영화 하나로 여러 방면에서 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인기 영화를 바탕으로 게임이 나오고, 작품 속 캐릭터들이 여러 제품들의 광고에 들어가면서 상품화되고, 그 제품은 그 덕으로 판매수익이 좋은 선순환이 이뤄진다. <겨울왕국>엘사가 얼마나 많은 제품들을 팔아왔던가.

 

무엇보다 내가 한국 만화영화의 발전을 가장 원하는 이유이자, 안타까운 점은 훌륭한 만화영화가 될 수 있을 원천 컨텐츠들이 이미 충분한데도, 시장에 만들어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웹툰의 경우, 여러 포털 사이트들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연재되는 중에, 독자들이 먼저 이 작품은 정말 만화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것들이 더러 있다. 난 한국의 애니메이터들이 능력이 없어 못 만들어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1년에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동명의 훌륭한 원작동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며 220만명 관객 동원이란 흥행기록도 보여주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아직까지 산업으로서 미숙한 것은 사실이기에, 좀 더 가시적이고 확실한 국가의 정책적인 보호가 뒷받침되어주어야 한다.

 

▲ <마당을 나온 암탉> 공식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제는 문화가 돈이 되고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된 시대이다. 하나의 컨텐츠로 음악, 출판, 게임 등 여러 문화를 파생시킬 수 있는 만화영화야 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닐까?



[1]이 글에서는 애니메이션이란, 동작이나 모양이 조금씩 다른 많은 그림이나 인형을 한 장면씩 촬영하여 영사하였을 때에 화상이 연속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동화(動畵)” (Oxford Languages 참조)라는 정의에 따라, ‘애니메이션애니메이션 영화/만화영화를 구분해서 사용하였다. 애니메이션에는 TV방영용, 극장용, 단순 영상 등 광범위하게 포괄돼 있다고 보았고, ‘만화라는 개념에는 단순 영상 및 영화 뿐만 아니라 출판물도 포함된다고 보았기에 만화영화라고 표기했다.

[2]황선길, 애니메이션 영화사, 범우사, 1998

[3]오근재, 신성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및 지원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점 분석 및 국가 기간산업 으로의 활성화 방안 연구, 디자인학 연구, 통권 제45, 393

[4]남장근,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의 성공요인과 시사점, 한국산업연구원, 199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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