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그 이방인을 위한 땅은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떠도는 남자' / No Land's Man

남진희 | 기사승인 2021/10/18

BIFF|그 이방인을 위한 땅은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떠도는 남자' / No Land's Man

남진희 | 입력 : 2021/10/18 [11:34]

* 주의!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남진희 리뷰어] 나빈은 뉴욕에 사는 소수 종파 힌두교도이다. 미국은 다민족, 다인종의 국가로 유명하지만, 그곳에도 차별은 여지없이 존재한다. 뉴욕인들에게 나빈은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비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빈과 같은 이민자들은 그림자 속에 숨어있는 사람과 같다. 이들은 열심히 일하여 미국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오히려 멸시당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들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이민자가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수에 속한다면 차별은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이민자이다. 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시작해 여러 대륙으로 건너왔으며 정착하였다. 그리고 정착은 임시적일 뿐, 많은 수의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른 나라로 이주하곤 한다. 그러므로 이민자를 멸시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차별을 행한다.

 

나빈도 차별을 기대하고서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과 불신이 가득한 현실에 부딪힌 그는 스스로 거짓의 가면을 쓰기로 결심한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종교, 문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연기한 것이다. 그것은 여자친구 캐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캐시는 영화에서 특정하는 백인의 모습과 다르게 어딘가에 속하는 것을 싫어하며, 사람에게 종교나 문화, 인종같은 꼬리표를 다는 것을 혐오한다.

 

▲ 영화 '떠도는 남자'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그래서 그녀는 여행자를 동경한다. 어딘가에 속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그러므로 그녀는 나빈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심지어 그의 거짓말이 전부 들통났을 때도 그녀는 아무런 원망도, 실망도 건네지 않는다. 캐시의 태도는 나빈이 이방인인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다. 이러한 나빈의 심리적 변화 과정은 영화 속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사랑을 나누는 캐시와 나빈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빈은 캐시를 통해 여행자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나빈은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한다. 나빈의 죽음은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나타낸다. 감독은 관객에게 이렇게 말한다.

 

"캐시와 나빈 모두 여행자의 삶을 살고자 하였으나, 나빈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캐시에게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을 것을 결정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던 반면, 나빈에게는 그러한 특권이 없었기 때문에 현실의 외압에 나빈만 굴복당하게 된 것이다"

 

, 캐시와 나빈의 미래는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닮아 보였을지 몰라도 사회적인 위치에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레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아온 백인, 그리고 철저한 불청객이었던 이방인. 그래서 사랑을 통해 정착하고자 했던 나빈은 결국 끝까지 떠도는 남자로 남는다. 이는 그의 묘비명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 영화 '떠도는 남자'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은 불관용에 대해서 언급한다. 현재 우리의 세계는 고도의 발전으로 인해 외면적으로 점차 연결되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종교적, 문화적, 인종과 같은 여러 이유를 토대로 삼아 분열되고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 집단, 나아가 개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다. 특정한 이유를 빌미 삼아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고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태도는 정상적이지 않으나 만연하다.

 

인간은 그 사람이 달고 있는 꼬리표로 인해 존중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 자체보다는 꼬리표로 사람을 판단한다. 영화는 나빈의 죽음을 강조하여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가 이유 없는 죽음을 앞으로도 수없이 많이 발생시킬 것임을 강하게 경고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달콤한 멜로의 향기 속에서 떠도는 씁쓸한 현실을 더욱 가까이 마주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Director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 Mostofa Sarwar FAROOKI

Cast Nawazuddin SIDDIQUI, Megan MITCHELL

 

■ 상영기록

2021/10/09 12:00 영화의전당 소극장

2021/10/10 19:30 CGV센텀시티 6관

2021/10/13 13:00 CGV센텀시티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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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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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0.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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