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말발굽 소리가 사라지고, 빈자리에 남은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자키' / Jockey

이하늘 | 기사승인 2021/10/19

BIFF|말발굽 소리가 사라지고, 빈자리에 남은 것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자키' / Jockey

이하늘 | 입력 : 2021/10/19 [19:37]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 올해 선댄스 영화제가 주목한 작품 「자키」는 클린트 벤틀리 감독의 첫 장편작으로 말을 타는 기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잭슨 역을 맡은 클리프튼 콜린스 주니어가 2021년 선댄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를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놀라운 점은 배우인 클리프튼 콜린스 주니어가 상업 배우가 아닌 연기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실제 기수라는 것이다.

 

감독의 말을 전하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기수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평생을 경마장의 기수로 살아온 잭슨은 건강 악화로 인해 돌아오는 시즌을 마지막으로 말에서 내려야 할 위기에 처한다. 자키는 말을 탄 기수를 의미한다. 노장의 기수가 말을 탔을 때의 아름다움은 매직 아워 시간대에 맞물려 촬영되어 경이로움이 배가 된다. 영화는 테렌스 멜릭 감독의 작품 <천국의 나날들>(1978)처럼 대자연의 거대함 속의 인간의 작은 모습을 표현한다. 잭슨의 모습은 작고 늙은 기수에 불과하다. 그의 삶 속에 자신이 아들이라고 등장한 젊은 기수가 등장한다. 젊은 기수의 등장에 그는 몹시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내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준다. 유대관계 속에서 형성된 말에 대한 애정은 그가 기수를 포기할 수 없는 집착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준다. 파트너인 루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말과 함께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는데 말 위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은 노익장은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말에 오른다. 

 

▲ <자키> 감독 클린트 벤틀리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는 두 세대 간의 균열을 통해 노익장 기수인 잭슨의 양가적인 심리를 세밀하게 다룬다. 자신이 타고 있던 나이 든 말에서 내려와서 새로운 젊은 말에 반응하는 잭슨의 모습은 경마장 안의 사람들이 원하는 젊은 기수의 모습과 동일시되어 보인다. 본인 자신도 젊고 새로운 말에 강한 끌림을 느끼는 것은 한 세대가 저물면 그다음 세대가 떠오른다는 것임에. 때문에 영화 내의 아름다운 매직 아워 시퀀스는 마치 잭슨의 저물어 가는 기수로서의 세월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 세월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에 저물어가는 해는 저편으로 넘어갔어도 해의 빛은 아직도 그 자리에 찬란하게 머문다. 잭슨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그의 허리 통증은 이제 말에 올라타는 것조차 버겁게 된다. 또한 잭슨을 찾아온 ‘아들’의 존재는 사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는 실의에 빠진다.

 

▲ 자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젊은 기수는 그렇게 잭슨에게 전수 받은 기술과 새로운 말을 차지한다. 잭슨 입장에서는 자신의 것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면 그 또한 이전의 노익장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갔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 또한 자신의 새로운 말을 젊은 기수에게 양도한다. 다가온 마지막 시즌, 잭슨은 있는 힘껏 달린다. 바람에 세차게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말들의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는 마치 지하세계에 있는 하데스에게도 들릴 것처럼 웅장하다. 영화의 엔딩부의 잭슨의 레이스는 기수로서의 아름다움의 정점에 서있다. 카메라 또한 오로지 그를 따라간다. 세상에는 그와 그의 말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도달한 레이스의 끝자락에는 젊은 기수가 새로운 말과 함께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말에서 내려온 늙은 기수는 씁쓸하지만 환한 미소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말에 올라갔던 처음보다 말에서 내려오는 엔딩은 처음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작은 환호성이 그를 에워싼다. 

 

그에게 향하는 환호성이 아님에도 그는 레이스를 벗어나 길을 나선다. 기수에서의 은퇴를 해 다른 레이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되어. 영화는 세대 간의 교체와 전승을 다룬다. 말을 타고 레이스를 달리는 목표지점에 정해진 인생의 노선에서 다른 선수가 들어오고 자신의 자리는 자연스레 밀려난다. 대자연의 흐름처럼, 삶에 정해진 순리처럼, 늙은 기수는 그렇게 말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그의 말발굽 소리는 그 이전에 땅이 울릴 듯한 굉음으로 함께 해왔다. 그 소리는 이제 멈추고 다른 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그가 했던 레이스는 반복될 것이다. 그가 서있던 트랙 위에서, 엄청난 소리를 내며. 

 

Director 클린트 벤틀리

Cast 클립튼 콜린스 주니어, 몰리 파커

 

■ 상영기록 

2021/10/08 19:30 CGV 센텀시티 2관

2021/10/10 09:3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021/10/14 14:00 CGV 센텀시티 3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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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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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0.19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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