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랑

1963년 와이오밍이 2021년 대한민국에게

김채원 | 기사승인 2021/11/29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랑

1963년 와이오밍이 2021년 대한민국에게

김채원 | 입력 : 2021/11/29 [21:00]

[씨네리와인드|김채원 리뷰어]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씨네리와인드

 

아직 열리지 못한 대한민국?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하며 많은 것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성애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비록 우리나라는 동성혼은 물론이고 생활동반자법까지 제정되지 않아 동성애자들 혹은 이를 비롯한 수많은 퀴어들이 살아가기에는 벅찬 나라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해 열리던 퀴어 퍼레이드를 선두로 이들은 두려움을 무릎 쓰고 사람들 앞으로 나선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무색하게 여전히 퀴어 혐오는 만연하다. 동성애자들이 늘어난는 이유로 생활동반자법을 반대하는 플랜카드를 걸어놓는 일부 단체들, 동성애자의 입장을 거부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화장실과 같이 직접적인 혐오뿐만이 아니라, 사회가 규정하는 남성스러움 혹은 여성스러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저 사람은 게이, 레즈비언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우리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6BBC21세기 100대 영화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이미 크게 인정받고 있다. 이 영화는 두 카우보이의 사랑을 담은 로맨스로써도, 아름다운 브로크백의 풍경을 담은 영화로써도 큰 가치가 있지만 당시대 동성애자들을 향한 혐오 또한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동성애자를 향한 폭력과 경멸, 멸시 등 직접적인 혐오에 대한 내용 또한 담고 있지만, 동성애자의 이미지를 편파적으로 구성하는 사회의 간접적인 혐오에 대해서도 중요한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 사회는 발전하면서도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점에 있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전하는 조용한 충고를 들어보고자 한다.

 

들어가기 전, 브로크백 마운틴은 무슨 내용?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씨네리와인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브로크백에 위치한 아귀레의 농장에서 일하게 된 에니스 델마(히스 레저 분)와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할 분)가 만나며 시작한다. 과묵한 성격인 에니스는 유쾌한 잭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날이 너무 추워 한 텐트에서 자게 된 둘은 충동적으로 성관계를 하게 되고 다음날 아침 둘은 모두 동성애자가 아니라며 부정하지만 마음이 동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 폭풍 등 여러 일이 겹치며 둘은 농장 일을 망치게 되고 아귀레에게 쫓겨나듯 브로크백을 떠난다. 그리고 도중 아쉬운 마음에 시작된 말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에니스는 코피가 나 셔츠로 닦게 된다.

 

그렇게 헤어진 둘은 서로를 잊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에니스는 약혼자 알마와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아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잭은 부잣집 딸 루린과 결혼해 부유하지만 집안에서 무시당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락이 닿아 다시금 만나게 된 둘은 반가움을 참지 못하고 에니스의 집 아래서 키스를 하게 되는데 그 장면을 알마가 목격하게 된다. 둘은 낚시를 핑계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밀회를 즐기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알마는 에니스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에니스가 자신을 위해 이혼을 했다고 생각한 잭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과 함께 농장을 꾸리며 살아가자고 이야기하지만, 에니스는 어린시절 아버지와 이웃들이 동성애자 부부를 죽이고 거세한 사건을 떠올리며 거절한다.

 

이후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진 에니스는 잭과 만남을 줄여나가고 잭은 에니스를 만나지 못해 외로운 마음을 브라질에서 바람을 피며 충족하려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둘이 만난 지도 20년이 지나고 만나는 텀은 더 길어진 둘은 아주 오랜만에 브로크백에서 만난다. 오랜만에 만난 에니스가 또 다음 만남은 언제일지 모르겠다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자 잭은 참지 못하고 담아뒀던 이야기를 토해낸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부터 그럼에도 20년 동안 에니스만을 그리워했다는 것까지.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한참이 흘러 에니스는 잭에게 엽서를 보내지만 수취인 사망이라는 딱지가 붙어 돌아오게 된다. 충격을 받은 에니스는 루린에게 연락해 잭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만, 에니스는 어릴 적 아버지와 이웃들이 동성애자 부부를 죽이고 거세한 사건으로부터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잭인 모르는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는 상상을 한다. 그 후 에니스는 잭의 부모님을 찾아가 잭이 20년 넘게 에니스의 코피가 묻은 셔츠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에니스는 부모님의 양해를 구해 그 셔츠를 가져가 자신의 셔츠 안에 그 셔츠를 보관한다. 그리고 그가 그 셔츠들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맹세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전형적인 카우보이, 에니스와 잭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씨네리와인드

 

에니스와 잭은 전형적인 게이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에서 남성성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카우보이, 전형적이 카우보이 캐릭터에 매우 부합한다. 둘은 모두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성을 좋아해본 적이 없고 여자를 좋아했다. 뿐만 아니라 에니스는 엘마라는 약혼자까지 둔 상태로 그와 결혼해 아이를 낳기도 한다. 또한 잭은 카우보이와 남성의 터프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스포츠인 로데오를 하며 전국을 전전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에니스는 무뚝뚝하고 잭은 유쾌하다는 성격의 차이가 있지만 둘은 모두 매우 터프하고 싸움을 망설이지 않는 성격이다. 이는 브로크백에서 생활하는 내내, 브로크백을 떠나기 직전의 싸움에서도 비추어지고 가족에게 비아냥거리는 이들에게 싸움을 거는 에니스의 모습에도 두드러진다. 카우보이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 이 둘은 영화 속에서 동성애자로 그려진다. 그간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게이의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특히 이 영화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2006년에 개봉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주는 설정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은 모두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스러움, 남성스러움에 부합하지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행동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기에는 매우 적합한 설정이기도 하다.

 

게이 카우보이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영화 속 두 사람의 전술한 설정뿐만 아니라 평범하게 사랑에 빠져 아주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심지어는 상대를 영영 만날 수 없음에도 그 마음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중점으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21년 대한민국에게 어떤 충고를 전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모두 카우보이라는 점은 기존의 게이에 대한 이미지를 타파하는데 충분하다. 게이들은 우스꽝스럽게 딱 붙는 옷을 입고 여성의 흉내를 내며 웃기지도 않은 말투를 사용한다는 이미지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이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머리를 기르고 예쁜 옷을 입는다며 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이후 방탄소년단이 이를 비웃기 위해 부러 분홍 옷을 메인 컨셉으로 한 작은 것들의 시를 발매한 것은 미국 사회를 꼬집음과 동시에 전형적인 게이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사회가 변해가며 과정관념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미디어 속 이런 행색을 한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 캐릭터는 게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애니메이션 <짱구 4기 극장판 핸더랜드의 대마왕> 속의 중성마녀, 드라마 <오로라 공주> 속 나타사,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속 쟈코츠 모두 여성의 행색을 따라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한 사회가 규정한 남성성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의 게이 또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드라마 <스캄 프랑스> 속 루카스, 애니메이션 <카드 캡처 체리>의 청명 등 이들은 모두 섬세하고 다정한 성격에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니스와 잭은 이런 일종의 게이 공식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설명한 것과 같이 둘은 전형적인 카우보이의 성격을 가진 게이로 등장한다. 게이는 우스꽝스럽지 않다, 게이는 여자를 따라하지 않는다, 게이는 예쁘장하지 않다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 두 사람이 매우 평범한 연애를 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이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데 있어 그 어떤 커다란 사건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남들과는 공유하지 않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점점 서로를 위해 스스로는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하곤 했다. 에니스는 상인과의 약속을 어기고 잭이 먹고 싶다던 스프를 주문했고, 잭은 강박적으로 일을 잘 해내려하는 에니스의 긴장을 풀어주며 그를 느슨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둘이 브로크백에서 헤어지게 된 후 늘 덤덤한 모습을 보인 에니스는 벽을 부여잡고 오열하기도 했다. 사랑은 감히 사람이 가늠할 수 없는 감정으로, 둘은 사랑의 여파로 서로를 위해 점차 변해간 것이다. 이들은 평범하게 사랑했고 평범하게 서로를 그리워했을 뿐이다. 결국 그들이 가진 첫 성관계가 의미하는 것은 사랑하게 된 계기가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자각하게 된 계기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동성애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데는 엄청난 사건이 필요하지 않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963년의 와이오밍이 2021년의 대한민국에게

 

▲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스틸컷  © 씨네리와인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평범한 로맨스, 드라마로써 동성애자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별히 이상한 복장과 행동을 하지도 피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으로 인해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려 사랑 하게 될 뿐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동성애자들을 완벽히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에니스와 잭과 같이 동성애자는 평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왁킹 혹은 보깅을 하며 딱 붙는 옷을 입는 댄서들을 향해, 힐을 신고 춤을 추는 남자 가수들을 향해,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배우들을 향해 동성애자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이들이 이상해서가 아니다. 단지, 사회가 규정하는 남성스러움에서 벗어나 보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이 물음은 혐오 및 배척으로 번지기도 한다.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여러 퀴어들, 그리고 여러 예술 분야에서 중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이들은 배척받을 이유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이를 잊곤 한다. 이런 점에 있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자의 존재, 동성애자 또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 동성애는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이라는 충고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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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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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1.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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