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코미디의 부활이 시작될까..KBS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

KBS2 예능 '개승자'

이정연 | 기사승인 2021/12/15

공개 코미디의 부활이 시작될까..KBS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

KBS2 예능 '개승자'

이정연 | 입력 : 2021/12/15 [15:01]

▲ 출처 KBS

 

[씨네리와인드|이정연 리뷰어2020, 1999년부터 이어진 전통 깊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KBS개그콘서트가 그 막을 내렸다. 바로 시청률 부진때문이다. 개그콘서트가 한참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일주일은 개콘의 엔딩 노래로 마무리 한다라는 말까지 있었으나 더 이상 웃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그 프로그램으로 몰락해버려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폐지되었다.

 

웃음을 잃어버린 코미디의 무대에는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었으나 그 중 외부 환경의 변화가 크게 손꼽힌다. TV가 유일했던 시절에는 개그콘서트와 같은 방송국의 공개 프로그램이 유일하게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자리였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작게는 직접 코미디언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영상을 올리는 것부터, 쿠팡 플레이의 SNL, TVN과 티빙에서 볼 수 있는 코미디 빅리그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들의 탄생으로 인해 코미디언으로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국의 경우 타 플랫폼에 비해 검열의 잣대가 엄격하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한계가 존재했지만 당장 케이블 방송인 tvn의 코미디 빅리그로만 시선을 옮겨가도 그 검열의 잣대가 조금 느슨하여 보다 자유롭고 넓은 표현이 가능하다. 코미디 빅리그뿐만 아니라, tvN에서 시즌 9까지 진행했던 SNL 코리아는 쿠팡플레이로 옮겨가 ‘SNL코리아 리부트라는 타이틀로 4년 만에 돌아와 조금 더 솔직한 표현들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공개 코미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는 유일하게 약점인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MBC의 김태호 PD를 영입한 만큼, 지상파 프로그램의 검열이라는 한계를 깰 수 있는 경로가 무척이나 넓어진 것이다. 유튜브도 그 대표적인 예시다. 유튜브는 누구나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는 특성상,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 굳이 치열한 공채를 뚫은 코미디언이 아니더라도 재미만 보장된다면 더 많은 시청자와 수익을 끌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인들도 손쉽게 뛰어들게 되었고, 현재 기존의 코미디언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유튜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 코미디는 코미디언들에게 매우 가치 있다.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예능과는 달리 코미디언들이 같이 대본과 무대를 짜고 합을 맞춰서 관객을 웃기겠다는 목표 하나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연기를 바탕으로 하는 일이며 코미디라는 기술을 가진 코미디언들이 모여서 만드는 무대다. 때문에 예능과도 엄격히 구분되는 장르다. 예능에는 꼭 코미디언들이 아니라도 배우, 아이돌, 아나운서 등 여러 직종이 모여 제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코미디는 그렇지 않다. 유재석, 김국진, 박수홍, 남희석 등 한국에서 코미디의 한 획을 그은 코미디언들 모두 코미디 무대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 코미디언들이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많은 개그맨들이 계속 개그를 하겠다는 이유로, 또 생계를 유지해보겠다는 이유로 유튜브로 가서 채널을 열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개그맨 김민수, 정재형, 이용주가 뭉쳐서 만든 피식대학’, 개그맨 김대희가 진행하는 꼰대희라는 채널 등이다.

 

코미디언들의 유튜브 활동은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여 더 퀄리티 있는 개그를 보여준다는 점, 그리고 TV에서 빛을 발아지 못한 무명 코미디언들을 오로지 개그 실력만으로 주목 받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코미디언들은 여전히 코미디 프로그램을 원했다.

 

▲ 출처 KBS


그렇게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15개월 만에 KBS에서 공개 코미디를 가져왔다. 바로 개그로 승부하는 자들, 개승자 라는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단순히 개그 프로그램 진행이 아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승부를 토대로 좀 더 독해진, 퀄리티 높은 개그를 선보이겠다는 다짐인 듯했다. 실제로 첫방송부터 코미디언들은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한 팀은 개그콘서트 시절, 검열이 심했던 방송국에 대해 풍자하는 개그를 관객들에게 던지며 코미디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참여한 팀 모두가 한 번 실패를 맞본 만큼 다시 코미디의 부활을 살리겠다는 결심이 화면 너머로 느껴졌다. 인상적인 것은 99명의 방청객을 초대했다는 것이다. 정통 공개 코미디 형식을 다시 그대로 살렸고, 이 기회를 토대로 코미디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코미디언들을 더 자극시켜주는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방송 중 개그우먼 김미경은 그런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출처 KBS 개승자 유튜브 캡처  

 

그러나 그 의지만큼 무대가 마냥 완벽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높은 깃수의 코미디언들에게서 폐지되기 이전에 했던 개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예상이 되는 식상한 개그가 펼쳐져 아쉬움을 더하기도 했다.

 

기존에 있는 개그의 틀을 가장 잘 깬 팀은 바로 신인팀이었다. 29기부터 32기까지의 코미디언들이(29기 홍현호, 30기 김원훈, 31기 박진호, 31기 황정혜, 32기 정진하) 모여 만든 회의 줌 하자라는 개그 무대는 99표 중 93표를 받아 13개 팀에서 가장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그들보다도 훨씬 높은 깃수인 유민상 팀을 탈락시켰다. ‘회의 줌 하자는 이른 바 영상 개그로 코로나로 인해 생긴 현대 생활 모습 중 줌 회의를 개그로 녹여낸 코너로 무대에 직접 코미디언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영상에 출연자들이 등장하며 개그와 기술의 융합, 그리고 시대상까지 담아내는 신선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서바이벌 코미디언 프로그램이기에 선후배와 상관없이 관객들의 투표로 실력에 따라 가차 없이 승자와 패자를 나누며 경쟁을 통해 좋은 코미디 무대를 만들겠다는 제작진과 코미디언의 의지가 엿보였다. 

 

▲ 출처 KBS 개승자 유튜브 캡처     

 

박성광 팀의 메타버스 체험관코너도 주목할 만했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요즘 대세라고 했던가. 코미디 무대에서도 영상 기술을 활용한 무대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기존의 개그콘서트는 무대만 존재하여 직접 소품을 제작하고, 배경까지 제작해야했으나 개승자에서는 달라진 무대 연출을 볼 수 있었다. 무대 뒤의 배경에 영상을 설치하여 비행기 내부, 가정집과 같은 다양한 배경을 장소 변화를 빠르게 변화 시켜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고, 코미디 무대의 퀄리티도 더욱더 높였다. 단순히 개그의 대사를 짜고, 코미디언간의 합을 맞추는 것을 넘어서서 무대 연출까지 발전했다는 부분에서 박수를 주고 싶었다.

 

개승자는 이제 5회를 방영했다. 앞으로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하게 갈고 닦은 코미디언들이 어떤 코미디 무대를 선보일지, 또한 개승자를 통해 정통 코미디의 부활이 시작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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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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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2.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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