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배워가는 중

Review|'러브레터'(Love Letter, 1999)

김채원 | 기사승인 2022/01/03

사랑은 늘 배워가는 중

Review|'러브레터'(Love Letter, 1999)

김채원 | 입력 : 2022/01/03 [10:15]

 

▲ 영화 '러브레터'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씨네리와인드|김채원 리뷰어사랑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힘든 이유는 사랑은 단답형이 아니라 논술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정의가 명백히 갈리곤 한다. 이번에 만나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속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와 후지이 이츠키(나카야마 미호 분)는 얼굴은 똑같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를 것이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의 추모식에서 시작한다. 히로코와 이츠키는 약혼까지 한 각별한 연인 사이였으나, 이츠키는 선배들과의 등산 중 조난을 당해 죽게 되고 히로코는 3년이 지난 후에도 그를 잊지 못한다. 히로코는 세 번째 추모식에서 그가 중학교 시절을 오타루에서 보냈음을 알게 되고 졸업앨범에서 찾은 그의 옛 오타루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된다. 그곳은 이미 고속도로가 되었고 히로코는 그를 떠나보내고자, 새 사랑인 아키바를 마음에 받아들이고자 일종의 다짐으로써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게 되고, 의구심을 느낀 히로코와 아키바는 오타루로 떠나게 된다.

 

거기서 마주친 진실은 히로코에게 있어 그저 잔인할 뿐이었다. 이츠키의 중학교 시절 그의 반에는 일본에서 드물게도 성과 이름이 똑같은 여학생이 있었고 그녀는 히로코와 똑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은 3년 내내 짓궂게 놀림당하며 서먹서먹한 태도를 유지했었다고 여자 이츠키는 이야기했으나 히로코는 그리고 관객들은 남자 이츠키가 여자 이츠키를 좋아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남자 이츠키가 히로코에게 말한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거짓으로 여자 이츠키를 닮아 그녀와 사귀게 되었던 것이다.

 

히로코는 크게 절망하지만 곧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여자 이츠키에게 남자 이츠키의 중학교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가 살아 숨 쉬었을 중학교 교정을 찍어 보내 달라 부탁하고, 그가 중학교 시절 어떤 사람이었는지 물어본다. 여자 이츠키는 이런 과정에서 중학교 시절을 되짚으며 점차 감상에 젖어간다.

 

▲ 영화 '러브레터' 스틸컷  © 김채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히로코는 진정 그를 잊기 위해 아키바와 이츠키가 죽은 산에 오른다. 동 시간, 여자 이츠키는 계속 앓아온 감기가 도져 응급실로 옮겨진다. 히로코는 아키바와 남자 이츠키의 선배와 함께 그에 대한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운다. 이츠키가 히로코에게 프러포즈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야기, 이츠키가 떨어지는 순간 내 마음은 남풍을 타고 그 섬으로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 등. 히로코는 점차 남자 이츠키는 줄곧 여자 이츠키를 사랑했음을 알고 마음을 덜어낸다. 다음날 아침 히로코는 이츠키가 떨어저 죽은 절벽을 바라보며 그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다. 동시에 여자 이츠키는 높은 열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다.

 

▲ 영화 '러브레터' 스틸컷  © 김채원

 

시간이 흐른 후, 완쾌한 여자 이츠키의 집에 중학교 후배들이자, 여자 이츠키와 남자 이츠키가 함께 운영했던 도서부 후배들이 찾아오고,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넨다. 남자 이츠키가 아주 오래 전 그렸을, 자신의 어렸을 적 그림을 바라보며 이츠키가 눈물을 참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내내 히로코는 이츠키를 향한 사랑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히로코는 이츠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혹시 여자 이츠키에게 질투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풍을 타고 이츠키에게 날아가고 싶었던 그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로코는 모두 이겨내고 그에게 안부를 묻는다. 소리를 질러가며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오겡끼데스.’를 외쳐가는 히로코의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앞으로 그녀가 꼭 그렇게 꿋꿋이 살아가기를 응원하게 만든다.

 

반면 여자 이츠키는 누구도 몰랐던 사랑을 차차 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서먹한 사이였다는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그를 자주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비록 그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그의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이츠키는 비극적인 사랑이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첫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한다.

 

눈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레터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을 한다. 사랑을 끝내가는 히로코, 사랑을 시작하는 아키바, 사랑을 알아가는 이츠키, 사랑을 끝내지 못한 또 다른 이츠키. 이들이 말하는 사랑은 모두 다를 것이다. 전술했듯이 사랑은 논술형이기 때문에. 이번 겨울, 사랑을 배워가는 이들을 지켜보며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채원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cinerewind@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2.01.03 [10:15]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