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수 한 명이 줄 수 있는 힘

우리의 인생 드라마도 해피 엔딩이 될 수 있나요?

전소현 | 기사승인 2022/02/22

좋아하는 가수 한 명이 줄 수 있는 힘

우리의 인생 드라마도 해피 엔딩이 될 수 있나요?

전소현 | 입력 : 2022/02/22 [15:28]

[씨네리와인드|전소현 리뷰어장민호 드라마 최종회』가 2022.01.24.에 극장에서 개봉했다. 사실 관객으로서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업 영화라기보다, 가수 '장민호'의 콘서트 현장과, 팬들과의 교감, 그의 인터뷰 등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 휴먼 다큐멘터리와 같다. 엄마는 단 한 번도 연예인을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50대 인생 처음으로 가수 '장민호'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됐다. 처음에는 엄마의 변화가 낯설었고, 이전에 본 적 없던 엄마의 덕질에 대해 딸인 내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2n년 동안 봐 왔던 엄마 곁에는 항상 책 책 책 또 책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국어 교사인 엄마는 그 어려운 관동별곡을 줄줄이 외우셨고, 특정 시인의 이름을 대면 바로 그의 대표작들을 나열하셨고, 지나가다 보이는 간판의 한자를 설리번 선생님인 양 내 손에 써주셨고, 가끔은 서예나 미싱을 해오셨던 그런 사람으로 내 기억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엄마의 눈이 나빠지면서 어느 순간 곁에는 책보다는 TV가 들어섰고, 휴대폰 사용에 익숙해지며 유튜브가 들어섰고, 30년 넘게 몸 담은 직장에 지쳐 새로운 변화와 위로가 필요했을 무렵 시기적절하게 '미스터트롯'이 방영했다. ‘미스터트롯출연자 중 엄마의 원픽은 단언컨대 가수 장민호님이다. 엄마가 장민호님의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을 때도, 각양각색의 굿즈를 사서 행복해 할 때도, 이미 봤던 콘서트를 몇 번이고 또 다닐 때도 나는 관심이 없거나 혹은 단순히 신기할 따름이었다. 팬 개개인의 존재를 세심하게 인지할 수 없는 한 가수를 동경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의 선택은 옳고, 엄마가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으며, 각자의 삶과 취향을 존중하는 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나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고. 가수가 팬들에게 주는 힘이 있을까 의문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장민호 드라마 최종회>를 보고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수가 팬에게 주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 힘은 손에 잡히지 않고 허공에 떠다니는 구름 같은 위로일지라도, 공기 중에 흩뿌려져 많은 이들의 가슴에 촉촉이 내려 앉은 단비 같았다. 많은 팬들이 장민호님의 노래를 듣고 우울증을 극복하고,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암을 이겨내는 등 저마다의 사연들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었다. 그리고 장민호님도 자신의 노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셨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이들의 인생을 담은 장편 드라마가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단독 콘서트의 이름이 드라마, 이번에 개봉한 영화도 <장민호 드라마 최종회>라고 지어졌다.

 

본 영화는 콘서트에서의 상황을 요약 압축한 내용이 메인 서사다. ‘쑥대머리노래로 시작해서, ‘역전인생’, ‘읽씹 안읽씹’, ‘남자 대 남자’, ‘연리지’, ‘상사화’, ‘남자의 인생’, ‘대박 날 테다’, ‘사랑이 사랑을등의 노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노래 사이 사이에는 암전이 발생한다. 그 암전이 주는 침묵이 좋았다. 이 전 노래를 곱씹고, 그 다음 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 암전이 아주 묵-직하게 다가왔다. 콘서트에서의 암전은 일반적인 영화의 암전과는 다소 다른 결이겠지만, 그러한 암전이 마치 본 영화의 미쟝센으로 작용했다고 느껴졌다.

 

관객은 항상 영화를 볼 때 일반적인 것들만을 기대한다. 예컨대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가 있거나, 모두가 공감하는 소재이어야 한다거나, 유명한 탑 배우들이 등장하여 상업적 인기를 끌 수 있다거나. 하지만 <장민호 드라마 최종회> 와 같은 영화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전의 나도 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큰 기대 없이, 단순히 팬들만 좋아할 영화구나 라는 짧은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온 몸에 베여 익숙해져 있는 조미료 가득한  상업 영화의 맛과는 다른, 아주 담백하고 산뜻한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도 아주 매력적이고 독보적인 맛이 있었다. 인간 그 본연을 충실하게 담은 영화,  그리고 '장민호' 라는 가수 개인의 삶과 그 삶을 오롯이 만져 줄 수 있는 팬들, 나아가 우리 인간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 장편 드라마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음을 솔직하게 담은 <장민호 드라마 최종회>였다. 엄마 덕에 이 영화를 함께 보고 나의 시각을 넓힐 수 있어 감사하다. 

 

▲ '장민호 드라마 최종회' 포스터.  ©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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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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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2.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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