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한 삶이란

「병사의 시」(1959), 그리고리 추흐라이

이하늘 | 기사승인 2022/02/24

누군가를 위한 삶이란

「병사의 시」(1959), 그리고리 추흐라이

이하늘 | 입력 : 2022/02/24 [11:20]

▲ 병사의 시(1959) 

 

[씨네리와인드|이하늘 객원기자누군가 사라진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자, 전쟁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길의 끝에 서있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여자의 이야기를 예상하게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비틀어 새로운 화자의 등장으로 ‘아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알료사는 연락병으로 전쟁에서 탱크 두 개를 격파했다는 공으로 휴가를 간다. 그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들은 단순히 그를 병사가 아닌 다른 키워드를 가지고 와서 부르게 만든다. 이타심을 가진 알료사의 행동은 자신이 고향으로 향하던 이유에서 계속 멈춤을 선택하게 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는 왜 자신의 아내에게 비누와 편지를 전달해달라는 병사의 부탁을 다리가 다쳐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던 병사를 기차 안에 몰래 숨어 가던 슈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동행해준 것일까? 알료사는 연락병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탱크 두 개를 격파하게 된 것도 연락병으로서 끝까지 연락을 취하려고 하다가 발생한 일이었다. 인간이 거대한 탱크 앞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판타지와 가까운 일이 아닌가.

 

▲ 병사의 시(1959)

 

그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유는 그가 연락병이라는 특성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휴가를 가긴 하지만 아직 전시의 상황이다. 전시의 상황 속에서 휴가를 나오더라도 군인의 직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일하던 전방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그가 일을 하는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알료사의 오지랖과 같은 행동은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애써 외면하고 지나쳐도 되는 상황들에 개입하고 자신의 걸음을 멈춘다. 병사의 목적은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휴가를 가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더라도 남을 돕는 일, 그것이 알료사가 휴가를 가는 3박 4일 동안의 시간들이 사라진 이유였다. 휴가라는 경로를 이탈하는 것은 그가 연락병이라는 직책을 제외하고서 보더라도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사례들이다. 병사라는 단어는 가장 이성적인 규율을 지켜야 하는 단어라면, 시는 규율에서 벗어난 자유를 상징할지도 모른다. 그런 두 개의 단어의 조합은 알료사가 군인으로서의 직책과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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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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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2.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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