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가 가지는 힘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

조혜민 | 기사승인 2022/02/24

K-드라마가 가지는 힘

넷플릭스에서 K-드라마가 흥행하는 이유

조혜민 | 입력 : 2022/02/24 [13:38]

▲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필름몬스터 by JTBC 스튜디오, 김종학 프로모션

 

[씨네리와인드|조혜민 리뷰어'워싱턴포스트'는 「오징어 게임」이 "강력한 FOMO"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FOMO(Fear Of Missing Out)는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떤 유행을 따라잡으려는 강박을 말한다. 나 빼고 모두 <오징어 게임>을 봐서 대화에 끼려면 오징어 게임을 봐야만 한다. 재밌어서 본 것도 분명 있지만, 그 이전의 시작은 모두가 봤기 때문인 경우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지배했다. <오징어 게임>뿐만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스위트홈>, <지옥>, <킹덤> 등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바꾸면서 전 세계를 홀렸다. 최근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도 공개 2주째까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1위를 유지했다.

 

K-드라마가 드라마 자체를 넘어 문화를 지배한 것이다. 뭐든 'K'가 대세가 되더니 드라마는 그 정도가 두드러진다. K-드라마는 단순 흥행을 넘어 FOMO를 유발할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하다. 한류 드라마와 K-드라마는 다르다. <겨울연가>, <풀하우스>처럼 2000년대 초 아시아권역 내의 흥행 드라마를 일컫던 '한류 드라마'와 달리 'K-드라마'는 서구를 중심으로 전세계적 흥행을 유발했을 때 쓰이는 용어다. 문화 콘텐츠는 사상을 담는다. 콘텐츠 내의 주제의식은 사회적 메시지를 함의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작품의 영향력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서 오롯이 콘텐츠를 택할 수 있도록 했다. K-드라마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세계적인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1위'로서의 힘은 크다.

 

K-드라마는 OTT에서 가능하다. 몰아보기 등 능동적 시청방식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데 막힘이 없고, 능동적으로 보기 때문에 주제의식에 더 주목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창작자 중심이다. 중간 광고와 PPL이 없어지면서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작품의 내용적 내실을 높인다. "<오징어 게임>이 TV에서 방송되었다면 공유가 카누를 마시며 딱지치기를 하고, VIP는 바디프랜드 안마 의자에서 게임을 지켜봤을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PPL을 덜어내고 편성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자 분량과 회차는 유동적이고, 이는 작품의 내용과 구성에 따라 자유로운 포맷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킹덤>은 시즌1-2를 6부작으로 구성했고. 티빙 <술꾼도시여자들>은 27분에서 47분 등 다양한 분량이 한 편을 차지한다. '몇 부작'의 형태를 띠기에 드라마로 보지만, 외부 개입 없이 창작자 위주의 제작 방식은 영화와도 비슷하기에 '시네마틱 드라마'가 가능하다. 

 

K-드라마라 불리는 <오징어게임>, <스위트홈>, <킹덤> 등은 내용적 측면에서 철저히 마니아적인 영역이다. 데스게임, 괴물, 조선판 좀비와 같은 장르적 특이성을 가진다. OTT는 계정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 '구독경제' 기반이다. 구독자가 이미 확보된 상태에서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회복 탄력성을 가지기에 독창적 접근이 용이하다. 다시 말하면 소재의 특이성에서도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OTT이기 때문이었다.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에서만 가능했다"는 말이 여러모로 틀린 말이 아니다.

 

소재가 독창적이라고, 특히 요즘 성행하는 스릴러/공포물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창적 소재에서의 흥행은 '예측 가능성'을 가져오면서 가능해진다. '예측 가능성'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클리셰를 활용하되 그것이 내용상 억지스럽지 않을 때 발휘된다. 최근 흥행하는 K-드라마가 단순히 스릴러라서 인기를 끈 것이 아니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세 편 중 한 편이 스릴러 요소가 있음에도 대다수가 10위권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특이점은 '인간'이다. 각기 서사를 가진 인물들이 모여 연대의식을 보인다. <오징어게임>의 줄다리기는 노인, 여성과 같은 약자집단이 똘똘 뭉쳐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이기에 예측 가능하다. <킹덤>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민초와 특권 양반층의 극단적 대비를, <스위트홈>은 평범한 사람들이 욕망에 못 이겨 괴물이 되는 모습을 부각시킨다. 현실과 직결돼 있는 사회적 메시지는 가장 예측 가능하면서도 무감각해지기 쉬운 맥락이다. '인간'이라는 코드는 이미 K-콘텐츠의 특장점이었다. 기존에 하던 대로 하던 것이, OTT를 만나 감독의 역량이 더 잘 발휘됨과 동시에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이룰 수 있어도, 장기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재주는 <오징어게임>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미 K-드라마만의 힘은 증명된 바 있다. 이젠 K-플랫폼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일례로 티빙은 2022년 30여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목표했다. 2025년까지 일본, 대만, 북미, 유럽 등 주요 국가에 직접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해외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을 노린다. 잘 만든 오리지널 콘텐츠 하나는 OTT 내에서 수많은 IP 확장을 꾀할 수 있다. 플랫폼 내부의 다른 작품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세계관 확장을 추구할 수 있다. 스핀오프, 다른 장르로의 재제작 등으로 작품의 확장성을 기대한다. '한국이 만들고, 전 세계가 함께 보는' K-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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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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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2.02.2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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