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실감을 외면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주의하라', 다그 요한 하우거루드 감독

한지윤 | 기사승인 2020/07/16

우리는 상실감을 외면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주의하라', 다그 요한 하우거루드 감독

한지윤 | 입력 : 2020/07/16 [16:21]

[씨네리와인드|한지윤 리뷰어]

 

노동당 당원의 딸아이가 우익 정당 인사의 아들을 죽였대!”

 

참으로 자극적인 문장이다. 정치적 갈등, 젠더 문제, 소년법 문제 등... 다양한 논쟁으로 이어질 만한, 아주 흥미진진한 문장이다. 이 짧은 한 문장만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별 추측을 다 하게 된다. 또한 이 화젯거리는, 일상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꽤나 훌륭한 먹잇감이 되어 버린다.

 

 

 ▲ '아이들을 주의하라' 스틸컷  ©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렇게 폴리스라인 앞에 서서 내가 옳네’, ‘네가 잘못했네라며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마치 자신은 이 비극적인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는 듯, 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도 않는 범죄 현장을 평가부터 내리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그 잘난인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폴리스라인 근처를 서성이며, 드넓은 운동장의 그 작은 영역에 자신의 발자국을 계속해서 남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이 사건의 진실따위가 아니다.

 

나탈리가 제이미를 어떤 방식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원인이 어떠했든지 간에, 제이미가 그들 곁에 부재한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 그들이 몸부림치는 이유는 곧 자신도 모르는 상실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인 것이다.

 

  ▲ '아이들을 주의하라' 스틸컷  © 2020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여기서 우리는 상실감의 본래적 의미를 알아야만 한다.

상실감은 인간의 마음에 작은 구멍을 낸다. 그 균열은 자극에 쉽게 동요하며, 순식간에 위태로워진다. 그리고 사소한 자극이 닿는 순간, 인간의 내면세계는 무너지고 만다.

 

극중 인물들은 자신의 상실감을 부정한다. 제이미가 자신의 자식이었건, 자신이 미워하던 학생이었건, 이름도 잘 모르는 사이였건 간에, 인물들은 자신이 모든 상황을 극복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한다. 구멍 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고, 억지로 그 안에 합리적사고를 욱여넣는 방식이다. 잔뜩 예민해진 상태의 이 어른들, 두려움을 대충 억누른 뒤 치졸하게도 아이들을 주의하라라고 말한다. 흔들리는 동공과 위태로운 내면을 어른스럽게감춘 채로 말이다.

 

'아이들을 주의하라'는 불완전한 어른들의 모습을 수많은 이야기의 파편들의 콜라주로써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러나 이 다양한 혼란스러운 관계들은 관객에게 전혀 어수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물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제시해 주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서사의 중심 사건을 둘러싼 폴리스 라인, 이 영화는 관객이 그 경계의 밖을 보도록 시야를 넓혀 주는 작품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세계를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 '아이들을 주의하라'를 두 눈으로 목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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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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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07.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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