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노력과 천둥의 영감, 그보다 중요한 건 음악의 우주를 만드는 힘

[프리뷰] ‘꿀벌과 천둥’ / 10월 2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기사승인 2020/10/28

꿀벌의 노력과 천둥의 영감, 그보다 중요한 건 음악의 우주를 만드는 힘

[프리뷰] ‘꿀벌과 천둥’ / 10월 29일 개봉 예정

김준모 | 입력 : 2020/10/28 [18:17]

▲ '꿀벌과 천둥'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온다 리쿠는 스토리텔링에 있어 타고난 작가다.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청춘,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이 작가의 작품 꿀벌과 천둥2017 14회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사상 첫 서점대상 2회 수상을 기록했다. 무려 11년을 취재하고 7년을 집필한 이 작품의 깊이를 영화가 모두 담아내는 건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전작 우행록에 이어 다시 한 번 힘겨운 도전에 나섰다. 누쿠이 도쿠로의 대표작을 영화화 하면서 그 섬세한 심리와 사회적 의미를 담아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그는 이번 작품, ‘꿀벌과 천둥에서는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표현해내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영화에 담아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글이 묘사한 선율을 스크린에 표현해야 했다.

 

작품은 개성이 뚜렷한 네 명의 캐릭터를 통해 콩쿠르 대회가 주는 경쟁의 긴장감과 각자의 음악세계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던 아야는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다. 무려 7년을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그녀는 갑자기 콩쿠르 대회에 참가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아야의 주변에는 그녀와 관련된 두 남자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한 남자가 있다.

 

▲ '꿀벌과 천둥'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아카시는 참가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가정을 꾸리고 악기점에서 일하는 그는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하고 콩쿠르에 도전한다. 아야의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워왔다는 아카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음에는 조급증이 있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더 좋은 음악을 연주하고 표현하고자 애를 쓴다. 이런 아카시와 비슷한 듯 다른 인물이 마사루다.

 

마사루는 어린 시절 아야의 친구로 엘리트 음악코스를 밟고 있다.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의 강력한 우승후보지만 그는 아야를 부러워한다. 마사루는 아카시처럼 노력파다. 그에게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감이나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예체능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천재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마사루는 그런 천재가 아니기에 아야가 보여주는 음악세계를 동경한다.

 

진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의 음악은 마사루나 아카시와는 다르다. 두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머리로 구성하려 한다면, 진은 그 감흥이 손가락에서 샘솟는다. 진은 아야와 비슷하다. 두 사람은 음악에 있어서 타고난 천재다. 이 네 사람의 관계는 꿀벌과 천둥이란 제목과 어울린다. 작품의 제목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꿀벌과 천둥'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첫 번째는 예술이 주는 영감이다. 아카시와 마사루는 꿀벌이다. 꿀벌이 열심히 꽃을 찾으며 꿀을 모으듯 완벽한 연주를 위해 노력한다. 반면 아야와 진은 천둥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내리치는 천둥처럼 짜릿한 영감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노력파를 꿀벌에, 천재파를 천둥에 비유하며 대조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두 번째는 종착역이다. 꿀벌은 무리지어 생활한다. 정육각형으로 이뤄진 벌집처럼 모양을 만들어 생활한다. 학교에서 충실히 음악을 배운 아카시와 마사루의 이미지는 꿀벌이다. 아카시가 가정을 꾸리고 가정 안에서 느끼는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것도 꿀벌처럼 집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천둥은 하늘에서 내리치는 순간 사라진다. 한때 천재였던 아야가 사라진 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거처럼 말이다.

 

수많은 천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예술계를 아는 이들이라면 이 천둥이 그들을 의미하는데 적합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 것이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강한 빛을 발산하지만 결국 사라진다. 세 번째는 예술이다. 아카시는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계속 피아노를 연주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피아노가 지닌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고 소비하는 건 그 아름다움에 이유가 있다.

 

▲ '꿀벌과 천둥'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천둥 같은 번뜩임을 지닌 예술가의 존재는 예술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새로움을 가져오고 영감을 심어준다. 이런 예술가의 주변으로 모이는 꿀벌이 있어야 예술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난다. ‘음악의 신은 경쟁을 통한 대결이 아닌 네 사람이 서로의 예술을 통한 성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혼자 만들어내는 게 아닌 천둥 옆에 꿀벌이 있어야 이뤄짐을 보여준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은 소설 속 음악의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시키는 과정에서 깊은 감명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다만 인물의 성장과 관계에 있어서는 성실한 자세로 그 우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착실한 감독의 성실한 연출은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진 않지만 작품이 구현해내고자 하는 세계를 스크린에 옮기는데 성공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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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0.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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